," 남한의 70배가 넘는 거대한 대륙 호주. 30여년 서울 하늘아래 살아오면서 서울도 제대로 모르는데 각 도시별로 2~3일 짧은 기간을 방문하면서 그 도시들을 '누비다'라고 표현한 것은 배낭메고 직접 두발로 걸어다니면서 잠시나마 몸으로 부딪혔던 도시들에 대한 느낌이 너무 소중한 까닭이다.

호주의 대도시들 중에서는 퍼스와 다윈이 빠진 점이 아쉽고 각 도시마다 충분한 정보와 느낌을 담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호주를 상징하는 것을 3단어로 압축하면 다리(Bridge)와 바위(Rock), 암초(Reef)를 들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다리(Bridge)로 대표되는 도시가 바로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시드니(Sydney)이다.

시드니를 표현하는 말은 아름다운 항구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해 남북한이 함께 입장해 우리에게 더욱 역사적인 의미를 안겨줬던 올림픽은 누구나 기억할테고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중의 하나에도 시드니는 거론된다.

시드니에 도착하면 누구나 제일 먼저 방문하는 곳이 바로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있는 시드니 만의 서큘러 퀴(Circular Quay)이다. 또한 이곳은 각종 교통편과 관광코스가 시작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서큘러 퀴에 도착하면 누구나 시드니항을 배경으로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왼쪽으로는 거대한 하버브릿지가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오른쪽으론 여러개의 조개껍질을 포개놓은 것 같은 오페라하우스가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뒤편으로는 높은 빌딩들로 그려진 시드니의 마천루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그리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뒤쪽으로는 총독관저를 중심으로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이 들어서 있으니 과연 시드니 관광 1번지라 불리어도 과언이 아니다.

서큘러 퀴의 7개 부두에서는 크루즈를 비롯한 다양한 관광 상품들을 선택할 수 있다. 시드니항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선 크루즈가 최고. 1시간남짓 항구를 둘러보는 정기 크루즈선에서부터 저녁만찬까지 즐기며 야경을 감상하는 크루즈까지 개인 취향과 주머니 사정대로 골라 표를 사면 그만이다.

캡틴쿡에서 운영하는 썬다우너(Sundowner) 크루즈는 서큘러 퀴에서 출발해 엘리자베스 베이를 지나 더블베이까지 둘러보고 타롱가주 앞을 지나 하버브릿지 밑을 통과한 다음 달링 하버에서 서큘러 퀴까지 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말 그대로 해질녘 시드니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선택한 것.

오후5시30분 6번 부두에서 출발하는 데 여름이라서 낮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몰을 보지는 못했지만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시드니 항은 고급 별장들이 즐비하다. 영화배우 톰크루즈의 별장도 이곳에 위치해있다. 시드니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오페라하우스. 106만5000장의 타일을 사용하여 만든 거대한 하얀색 조개 껍질 모양의 지붕은 가까이 갈수록 신비롭기만 하다.

전체길이 1149m, 높이 59m, 도폭 49m의 규모로 싱글 아치 다리 중에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버브릿지와 나란히 어울려 항구 시드니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시드니만의 활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다. 이곳 오페라하우스앞 광장은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시드니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야외 공원. 평일인데도 일과후 삼삼오오 모여 하루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에 날린다.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자유를 만끽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연인과 거리낌없이 애정공세를 펼치기도 한다. 명성높은 레스토랑과 펍(Pub), 나이트클럽이 이 주변에 몰려있다. 오페라 관람을 위해 잘 차려입은 남녀들이 서둘러 걸어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시드니의 마천루 너머로 태양이 길게 붉은 꼬리를 내리며 사라진다.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릿지와 어울려 시드니의 첫 인상을 더욱 강렬하게 기억되도록 만든다. 특히 해가 진 이후 마천루 사이로 남아있는 붉은 빛과 푸른 하늘이 시간이 지날수록 맑은 남청색을 만들어내며 사위는 까맣게 바뀐다. 남청색 저녁 하늘조차 너무 투명한 시드니. 가슴속이 시원하다. '아 내가 태평양 건너 호주라는 곳에 와있구나'를 그제서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시드니 글·사진 =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02-733-9494)
호주정부관광청(02-753-6455)

◆ 시드니의 또 다른 명소 - 블루마운틴과 폭스스튜디오
시드니는 관광할 거리가 무궁무진한 도시다. 아름다운 해변들과 동식물원, 드문드문 녹색 공원들이 즐비한 다운타운의 독특한 풍경, 수족관과 미술관, 박물관 등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자면 1주일도 부족할 지경. 게다가 세계적인 게이·레즈비언 페스티벌인 마르디 그라스(2월)를 비롯해 각종 이벤트들이 연중 펼쳐진다.

시드니는 호주 도시 관광의 1번지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원시적인 자연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곳이 호주에서 2시간정도 떨어진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유칼립투스 나무로 둘러싸인 푸른 산이 그랜드캐년같은 깊고 넓은 계곡을 만들어내며 끝없이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산 위에 마을들이 있고 기차와 차들이 다닌다.

각각의 전망포인트에서는 장쾌하면서도 바위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을 감상한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계곡 위 아래를 오르내릴 수도 있다. 크고 작은 폭포가 있는 숲속에서 삼림욕이나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시드니에서 블루마운틴까지는 각종 투어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개별여행객들은 시드니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툼바까지 간 다음 주요 명소를 순환하는 블루마운틴 익스플로러 버스나 짚차 드라이브투어(Tread Lightly eco tours www.treadlightly.com)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시드니 다운타운에서 살짝 벗어난 무어파크에 위치한 폭스 스튜디오(Fox Studio)는 새롭게 부각하는 관광명소다. 영화와 TV의 촬영 과정과 실제 유명한 영화와 TV 촬영 세트들을 한켠에 재현해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민 다양한 어트렉션들이 있다. 가장 인기있는 곳은 영화 '타이타닉 체험관'. 타이타닉호를 일부 재현한 것으로 영화에서 실제 사용했던 의상과 소품들을 구경할수 있으며 배가 충돌하고 사람들이 탈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관람객들과 함께 드라마틱하게 엮어간다.(www.foxstudio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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