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꾸로 꽂혀 있는 장미'라 일컬어지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코르도바. 그 고도의 기품과 아름다움은 방문자를 매료시킨다. 코르도바라는 도시를 더욱 기품 있게 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회교 사원 메즈키타이다.

그러나 이 신비스러운 거대한 사원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얽혀 있다. 16세기, 기독교도인 스페인인들이 회교도인 무어족을 몰아낸 다음, 모스크 중앙의 지붕을 떼 내고 기독교 성당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점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터키 이스탄불의 소피아 성당은 바티칸 성당에 버금가는 웅장하고 화려한 동로마 제국의 정교회 성당이었다.

하지만 15세기, 오스만 터키가 이스탄불을 정복한 다음 귀퉁이 한켠을 회교사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신과 종교'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질 때가 있다. 석가모니 자신이 부처상을 세상에 그렇게 많이 조성해 놓으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불교에는 부처상이라는 것이 없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부처의 모습을 처음 조각한 사람들은 알렉산더 대왕을 따라 인도까지 원정왔던 그리스인들이었다. 숭배 대상의 형상, 신의 조각물이 없는 것을 의아히 여긴 그들이 제 나름으로 부처를 만들다 보니 이루어진 것이 소위 서양인의 모습을 닮은 간다라 불교미술이라는 것이고 그러한 조각 양식은 우리 석굴암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아프가니스탄의 중앙, 바미얀 골짜기에 있는 2개의 대불 역시 인근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방의 간다라 미술에서 영향 받은 조각상이다. 각각 53m, 35m의 대불들은 세계에 현존하는 부처 조각상 중 가장 크다. 역사 이래 수많은 정복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짓밟고 갔다. 특히 바미얀은 1220-1223년, 정복자 징기스칸의 말밥굽 아래 초토화됐다.

겨우 복구가 끝나갈 무렵인 1380년대 초, 티무르 대제에 의해 다시 온 도시가 쇄석으로 변해 버린다. 그러나 대불들은 살아남았다. 대정복자들조차 어찌할 수 없었던 대불이 로켓포와 대포 등 현대의 무기를 갖춘 자국 집권자들, 탈레반에 의해 폭파되어 버렸다. 이유인 즉슨 타종교의 우상숭배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반달리즘(Vandalism)의 와중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인 바미얀 대불을 존속케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돋보였고 그들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자 급기야는 자기네들이 통째로 일본으로 사들이겠다는 제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인류의 과거 역사와 문화유산을 안간힘을 다해 지키려는 일본인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작금에 일고 있는 ""역사 왜곡은 또 다른 형태의 역사 파괴가 아니냐""는 점이다. 유적이 유형의 문화유산이라면 역사는 무형의 문화유산이다. 역사는 인간의 의식과 정신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역사의 진실이 파괴되면 인간의 정신이 파괴된다. 과거사의 왜곡은 바미얀 대불 파괴보다 더 가증할 범죄행위다. 일본의 자라나는 2세들이 진실이 가려진 왜곡된 역사를 배우는 한 '일본은 영원히 없다'는 사실을일본인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주)샤프 사이버여행사업부 이사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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