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국기에 얽힌 얘기. 네덜란드의 오랜 지배를 받던 인도네시아가 독립전쟁에 승리, 인도네시아 국기를 올려야 했을 때 당황한 인도네시아 독립군. 아뿔사, 국기를 미쳐 준비못했으니 이를 어쩐다. 네덜란드 국기의 남색부분을 찢어낸 독립군은 그대로 나머지 흰색과 오렌지색 2색기를 꽂았다.

동남아에서 현지인 가이드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이름은 싼타. 한국이름은 삼돌이. 이틀간 발리 가이드 노릇을 하면서 그가 불러제낀 가요는 어림잡아 10곡은 되는가보다.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렵다는 농담도 한국식으로 잘도 한다. 그래봬도 싼타는 정규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자격증까지 가진 엄연한 예비교사다.

싼타가 일행을 처음 맞이한 발리국제공항의 이름은 우라라이공항. '아빠까바르'라는 이곳 인사말을 건넨다. 신들의 섬, 지상 최후의 낙원에서 만난 첫 번째 남자 삼돌이다. 제주도의 2.7배 규모인 발리섬은 인구의 80%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에서 특이하게도 힌두교를 숭배하는 특수한 섬이다.

발리인들이 성스러운 산으로 숭배하는 아궁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과 호수가 전 국토에 펼쳐져 있고 그 안에서 500만의 발리인들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진 진풍경을 매일 연출하는 곳이기도 하다. 발리의 주도 덴파사르 이남으로 우라라이공항을 비롯한 주요 관광지와 시설이 밀집돼 있다.

누사두아비치와 꾸따비치는 외국인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유흥가가 밀집된 곳으로 각 호텔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굳게 지키면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사두아에 위치한 쉐라톤 누사 인다 리조트는 우리나라 허니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 중의 하나. 351개의 객실이 대부분 꽉찰 정도로 인기가 높다. 발리에서 가장 크다는 아웃도어 수영장은 물론이고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 레크리에이션 시설이 투숙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 호텔 앞에는 발리 국제 컨벤션 센터가 쇼핑 아케이드와 함께 위치해 있으며 18홀 골프장도 호텔 바로 옆에 인접해 있어 골프관광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꾸따 비치 외곽에 위치한 인탄빌리지도 한국에서 온 패키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진입로가 이 곳 주택가를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객실과 호텔 내부 전경은 발리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관광객들이 붐비지 않는 한적한 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추천할 만한다. 로비 뒤쪽으로 난 연못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힌두풍의 신상이 이채롭다.

호텔을 이곳저곳 옮겨다니다가 길거리 한켠에서 닭꼬치구이 비슷한 꼬치를 기름에 발라 굽고 있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갑자기 정겨운 마음이 들더니 일행이 허락해 준다면 내려서 사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때 싼타가 말했다.
""발리에서는 길거리에서 '개꼬치구이'를 팝니다""
""??""
농담이 아니다. ""진짜에요. 창밖에 저 꼬치구이는 개꼬치입니다.""

갑자기 내려서 사먹겠다던 충동이 역겨움으로 변한다. 싼타는 힌두교의 4계급을 부연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개꼬치구이'는 그 중 가장 낮은 계급의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그럼 한국사람은 여기오면 다 낮은 계급이네.

이밖에도 발리 언어가 주는 웃음도 있다. 우리말로 오징어는 이곳에서는 '소똥'이고 '자궁' 달라고 하면 옥수수를 준다는 것. 가솔린이 물보다 싼 곳 답게 재미있는 곳이다. 발리의 즐길거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퀵실버'라는 배를 타고 인근 섬으로 가서 한나절동안 즐기는 해상스포츠와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래프팅이 있다.

브루가 마리나 딴증에서 매일 오전 9시30분에 출항, 오후 3시45분에 귀항하는 퀵실버에 오르면 약 1시간동안 누사페니다섬을 향해 물살을 가른다. 섬에는 별게 없다. 일단 내리면 일행들을 이끌고 왠 시멘트 욕조에서 바다거북을 꺼내보인다. 신기하기는커녕 불쌍해보인다. 그리고 곳이어 야자를 하나씩 쥐어쥐고는 닭싸움을 붙인다. 아니, 이건 진짜 닭싸움이다. 즉석 내기 도박판이 벌어진다. 원안에서 닭들이 싸운다.

다시 작은 보트로 갈아타고 바다위 모함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스노클링과 바나나보트를 즐긴다. 50달러를 더 내면 스쿠버다이빙도 해볼 수 있다. 몸이 노곤해질 때 쯤 따사로운 오후 햇살과 시원한 바다바람을 맞으며 항구로 돌아온다. 래프팅의 짜릿한 즐거움을 빼놓을 순 없다.

마치 전사가 된 양 노란 헬멧을 쓰고 방탄-분명 물에는 방탄이다-조끼를 입고 플라스틱 노를 건네받고는 한줄로 계곡을 내려간다. 글래디에이터가 따로 없다. 약 2시간 동안 때로는 급류에 때로는 완류에 몸을 맡기고 힘껏 노를 젖다보면 어느새 방탄조끼속으로는 내부출혈이 심하다. 덥고 힘들지만 나는 1등을 했다.

발리 글·사진=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취재협조=발리투어 02-757-4592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02-753-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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