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낮인데도 저편 별들이 비쳐보일 것 같이 투명하게 푸른 하늘이다. 어차피 북반구에서 보는 것도 같은 하늘일텐데 유난히 호주의 하늘은 투명하게 느껴진다. 시드니에서도 캔버라에서도 그리고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그레이트 오션로드로 향하는 중에도 하늘은 내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토요일 밤의 열기와는 상관없이 일요일 아침 멜버른의 거리는 조용하고 상쾌하다. 겨우 서너시간 잠시 눈을 부쳤을 뿐이지만 그 상쾌함에 오히려 머리가 맑아진다. 호주의 도시들은 대기오염으로 찌들은 서울과는 달리 고층빌딩 사이로 녹색 공원들이 즐비하고 차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공기는 참 맑다.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인 세련됨이 어우러진 다이나믹만이 멜버른의 전부는 아니다. 멜버른의 또 다른 진가는 오히려 시내에서 벗어나도 자꾸자꾸 생긴다.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가 있는 시드니만과 붉은 사막위의 거대한 바위 에어즈락에 이어 세 번째로 호주를 상징하는 풍광 중의 하나, 바로 바다위에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줄지어 서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멜버른 서쪽 질롱(Geelong)에서부터 배스 해협을 따라 이어지는 약 400㎞의 해안도로를 일컫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일반적으론 서핑의 메카로 유명한 비치 리조트 토키(Torquay)를 기점으로 론(Lorne)과 아폴로 만(Apollo Bay) 등의 비치를 지나 하이라이트인 포트 캠벨(Port Campbell) 국립공원, 19세기에 개척된 워남불(Warrnambool)까지 200㎞에 이르는 거리를 주요 목적지로 삼는다.

차가 산업도시 질롱을 지나 해안가로 접어들자 거침없는 탄성들이 저절로 쏟아진다. 전날은 토요일, 대부분 정신없는 주말밤을 보냈던 탓인지 질롱까지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달콤한 잠에 빠졌는데 해안가에 접어들자 언제들 일어났는지 말똥말똥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 왼편으론 거침없이 흰 포말을 일으키며 달려드는 푸른 파도가 있다. 남태평양 바다, 그 바다 건너편 지구의 또 다른 축인 남극이 있을지어다. 바다는 육지와 경계를 이루고, 달려드는 바다의 힘에 육지는 조금씩 깎이고 파여 굽이굽이 변화무쌍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적인 드라이브 코스라는 명성에 걸맞게 바다와 육지, 그리고 하늘은 다양한 표정을 연출하고 있다. 질롱에서 론까지 이르는 긴 해변에는 피크닉을 나온 호주민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아래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의 모습이 상쾌하다. 이 비치는 골드코스트와 함께 호주에서 유명한 서핑의 메카다.

바다만 보는 건 아니다. 론비치에 이르기 전 엔젤씨(Angelsea) 골프장은 야생 캥거루와 함께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다. 앙가훅-론(Angahook-Lorne) 주립공원과 오트웨이(Otway) 국립공원에서는 울창한 수풀로 이루어진 숲속길을 걸으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주말이면 인근에서 캠핑족들이 몰려들어 한 주의 피로를 마감하기도 한다. 케네트(Kennet) 강가에선 나무 가지에 매달린 야생 코알라를 볼 수 있다. 아폴로 베이에서는 각종 수공예품점이 즐비하다.

점심식사 후에도 한참을 더 달리더니 눈앞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12인의 사도(Apostles)'부터 시작되는 포트캠벨 국립공원. 바다와 육지, 바람의 몸부림은 이곳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나 보다. 예수님의 12제자같다고 해서 12인의 사도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본 대륙과 인접한 바다위에 12개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서 있는 곳을 가리킨다.

현재는 10개만 남아 있지만 절벽위에 만들어진 코스를 따라 걸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한낮의 풍경도 일품이지만 이곳에서의 일몰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 다시 서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로치 아드 고지(Loch ard Gorge)에 도착한다.

1878년 이곳에 난파한 이민선 로크 아드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54명의 승선자 중 단 2사람만 살아남았다. 입구에는 이때 사망한 52명의 묘비가 세워져 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해변은 거센 파도를 피해 해수욕을 즐기기에 적당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다시 좀 더 가면 런던 브릿지(London Bridge)라 불리우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작품과 만난다. 대륙에서 삐죽 나와있던 절벽은 마치 다리처럼 가운데 홈이 파였고 비와 바람과 거센 파도는 본땅과의 인연마저도 끊어놓았다. 그저 짧은 표현력이 아쉬울 뿐이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여러 여행사에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오전 7시 경 멜버른 시내에서 출발해 저녁 6시 경에 돌아오는 당일 프로그램부터 각 비치에서 숙박을 하는 프로그램,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거쳐 남호주의 애들레이드까지 며칠동안 각 비치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프로그램 등 취향과 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외에도 멜버른 주변에는 관광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빅토리아주정부관광청이 추천하는 또 다른 투어는 생태 관광과 유적지 탐방. 멜버른 남동쪽 웨스턴 포트만에 떠 있는 필립 섬은 페어리 펭권 서식지로 유명하며 야생 코알라와 야생바다표범, 월래비와 에뮤 등을 볼 수 있다. 멜버른 동쪽 힐스빌도 작은 마을이지만 야생동물을 볼 수 곳으로 유명하다. 동남쪽 단데농 언덕은 고원리조트로 아름다운 정원과 울창한 산 속을 누비는 증기기관차 투어로 인기가 높다. 북서쪽에 위치한 밸러랫은 1850년 골드러시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그레이트오션로드 글·사진 = 김남경 기자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02-733-9494),
오즈 익스피리언스(www.ozexperience.com)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