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비즈니스에서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상대편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야기시키고 심지어는 거래나 상담 협상에서 위기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컴퓨터 부품업체 사장인 K씨는 얼마전 컴퓨터 공급 상담차 태국을 방문했다. 태국 상담업체 사장인 솜차이 씨는 적극적으로 상담에 응하였으며 처음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상담이 진행되었다.

저녁 식사는 솜차이 사장의 집에서 하기로 했다. 솜차이 사장은 K씨를 위해 특별히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태국 요리를 준비해 두었다. K씨는 정성껏 마련한 태국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솜차이 사장은 K씨를 응접실로 안내하여 차와 과일을 대접했다. 이 때 이층에서 두 아이들이 내려오는 것을 본 솜차이 사장은 아이들을 불러 K씨에게 인사를 드리도록 했다.

두 아이 모두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게 무척 귀여운 모습이었다. K씨는 그 중 한 아이의 머리를 이리 저리 쓰다듬으면서 ""아이구 귀여워라. 참 똑똑하게 생겼네""라고 칭찬했다. 바로 그 때였다. 솜차이 사장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오! 노!""하며 K씨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솜차이 사장의 너무 갑작스런 태도에 K씨는 그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귀엽다고 칭찬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게 고작인 K씨로서는 솜차이 사장이 불쾌한 표정을 지은 까닭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K씨는 얼른 일어서서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표시했다.

K씨가 태국의 문화적 배경을 잘 몰라서 순간적으로 저지른 실수라 생각한 솜차이 사장은 분노에 찬 얼굴 모습을 억지로 누그러뜨리면서 그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태국에서는 사람의 머리에 성령(聖靈)이 깃들어 있는데 이를 손으로 만지면 부정을 탄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남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사람의 깨끗한 영혼을 더럽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태국의 모든 국민들은 욕심 없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게 해 달라고 부처에게 비는 것으로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태국인들인지라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은 가장 큰 치욕으로 여기는 것이다.

태국인들에게 머리는 '높고 신성한 곳'이기 때문에 장난으로라도 남의 머리를 만지거나 때리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또 다른 사람 앞으로 지나갈 때에도 자신의 머리를 상대방 머리보다 낮추고 지나가야 하며, 상대방의 머리 위로 물건을 오가게 하는 것도 실례다. 한편 발은 '낮은 곳'이라는 의미이므로 발로는 사람을 건드리는 일은 물론 물건을 가리키는 일도 삼가야 한다.

이처럼 태국은 우리와 다른 문화와 생활 습관이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앞서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된 문화인식은 상호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고 결국 비즈니스에 위기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그 밖에 태국인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남에게 물건을 건네줄 때 왼손 사용을 자제하라.
2) 태국인과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
3)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라.
4) 태국인에게 화를 내거나 다투지 말라.
5) 태국인에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
6) 태국인에게 직선적으로 상대방의 단점을 말하지 말라.
7) 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

국제 PR을 수행할 때는 국가단위의 상이한 문화뿐 아니라 많은 경우 단일국가 내의 하위 문화(sub-culture)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매스미디어 또는 대인관계를 통하여 해외 현지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지역사회, 정부, 주주, 종업원, 경쟁기업, 이익집단 등 다양한 공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그 반례로 로스앤젤레스의 인종폭동 때 한국 교포들이 얼마나 억울한 손해를 보았는가.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인 그 폭동의 이면에는 종족 차별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즉 대 주민관계 PR 등을 등한히 해온 교포사회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가 다른 지역간의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을 잘못하게 되면 대형사고 못지않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kyonghae@comm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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