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니에서부터 남쪽으로 주요 도시들을 거쳤다고 하자 호주 사람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가 제일 좋아요?"" 이에 ""각 도시 나름대로의 특색들이 있다""고 답하면 다시 그것들이 뭐냐고 묻는다.

◆ 현대와 고전의 조화 축제가 끊이지 않는 애들레이드
시드니가 美港의 세련됨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캔버라는 정부 기관이 즐비한 도시답게 중후하고 정돈된 멋을 지니고 있다. 멜버른은 다이나믹한 힘이 넘치는 도시고 이 연재의 마지막을 장식할 브리즈번은 온화한 여유로움이 편안하게 기억되는 곳이다.

그럼 이번에 얘기할 남호주의 중심도시 애들레이드(Adelade)는 도시같지 않은 도시,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정감 넘치는 시골같은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침 애들레이드에 도착했던 때는 한 여름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고 그 햇볕아래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공기가 깨끗해서일까, 마음이 여유로와서일까. 한 나절 흘린 땀이 오히려 개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몇 개의 빌딩만 세워져 있는 곳은 아니다. 도시 중심으로 토렌스 강이 흐르고 이곳을 중심으로 현대적인 건물과 고전적인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호주의 대부분의 도시가 그러듯 유명 쇼핑상점들을 중심으로 다운타운 한가운데 사람들만 다니는 길(런들 스트리트)도 놓여있어 사람 구경하기 좋다. 문화적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라 축제도 끊이지 않는다.

짝수해 3월이면 열리는 애들레이드 축제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극, 음악, 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며 홀수해에는 세계적인 음악제인 워매드(WOMAD)가 개최되는데 도시 전체가 아프리카와 라틴 음악의 강한 비트로 들썩 거린다.

주요 볼거리는 토렌스 강쪽에 위치한 북부 애들레이드의 노스테라스 거리. 남호주 미술관과 박물관, 주정부청사, 페스티벌 센터, 옛 국회의사당, 19세기 중반 주 수상인 헨리 에어즈의 관저인 에어즈 하우스, 이주민 박물관 등이 들어서 있다. 남쪽으로 킹 윌리엄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면 고풍스러운 세인트 피터스 성당과 북쪽 다운타운을 내려다볼 수 있는 라이트 전망대 등이 있다.

애들레이드 시내에서 잊지 말고 방문하기를 추천하는 곳 중의 하나. 바로 탄다냐(Tandanya) 애버리지니 문화연구소다. 북부 애들레이드 다운타운 그렌펠 거리 서편에 위치한 이곳은 박물관인 동시에 호주 원주민들의 미술과 공연 예술, 문화 등을 육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새워진 곳으로 애버리지니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상설 전시관이 운영되며 공연을 통해 애버리지니 문화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고 있는데 일반 대형 미술관과는 달리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애버리진 예술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개별 여행자들에겐 쉽지 않겠지만 애들레이드에서는 가까운 언덕 위에 올라 해질녁의 도시를 보도록 하자.

다운타운내 2~3개의 호텔 등을 제외하고는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는 애들레이드가 노을 속에 잠길 쯤이면 사방이 거칠 것이 없는 평평한 도시를 아쉬움을 남기듯 태양빛이 광활하게 감싸앉는 장면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할 걸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시계가 좋은 날이면 멀리 글레넬그의 바다까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태양빛이 마지막 여운까지 사라질 때쯤이면 보석같은 불빛들이 어두운 도시를 수놓는다.


◆ 다양한 테마와 코스의 즐거움, 도시 외곽 여행
도시 구경을 어느 정도 마무리 지었으면 교외로 눈을 돌려보자. 사실 애들레이드 여행의 진수는 도시 외곽에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애들레이드를 기점으로 며칠 머무르면서 매일 다른 테마와 코스의 관광에 나선다.

대표적인 것이 와인 본가 프랑스를 제치고 와인 콘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바로사 밸리의 와인농장 투어. 애들레이드 북쪽, 차로 1시간3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로싸 밸리 지역은 1893년 이곳에 정착한 독일 이주민들이, 이곳의 지형이 라인강 유역의 지형과 닮았다는 것에 착안에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 오늘날 와인 명가로써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풍부한 일조량과 토양을 바탕으로 린독, 타눈다, 누리우파, 앵거스톤의 4개 마을로 이루어진 이곳에는 약 50여개 와인 양조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해내는 와인이 호주 와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양조장은 일반에게 와인 제조 과정을 개방하고 와인 시음과 와인 판매도 한다.

애들레이드에서 약 8시 경 출발해 바로싸 밸리에 도착하면 10시가 조금 넘고 이때부터 와인 시음에 들어가다보면 어느덧 20여명 남짓 탄 미니 투어버스는 취기 오른 관광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진다. 대부분 점심 식사 이후에나 겨우 서먹서먹함이 풀리는 다른 투어에 비해 바로싸 밸리의 다국적 관광객들이 모인 관광버스는 술의 힘을 빌려서 인지 금세 화기애애해지는 것이 재미있다.

제이콥스 클릭 등 2~3개의 양조장과 칵테일 원액을 제조하는 양조장 등을 들르고 각자 점심에 먹을 와인들을 구입한 후 야외 잔디밭에서 바비큐로 점심 식사를 한다. 바로싸 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 전망을 감상하기도 하고 작은 마을에서 기념품을 사기도 하면서 투어 일정을 보낸다. 웬만큼 술을 하는 사람들일지라도 조금씩 따라주는 와인을 시음하다보면 어느덧 아찔해진다. 그래도 와인 매니아들이라면 하나의 와인이라도 놓칠 수 없는 법.

주는 대로 다 마시다간 실수할 수도 있으니 술이 좀 넘친다 싶으면 살짝 향기와 맛만 보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 애들레이드에서는 이외에도 호주에서 세 번째 큰 섬이자 아름다운 풍광과 야생 동물들의 다이나믹함이 가득한 캥거루 섬, 초기 이주민인 독일인들의 목가적이고 그림같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한도프 마을이 있는 에들레이드 힐즈 등을 방문할 수 있다. 머레이 강을 따라 유람선 투어도 할 수 있다.

애들레이드 글·사진=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키세스투어(02-733-9494)
호주정부관광청(02-753-6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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