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해외여행이 일반화 됐다고 해도 아프리카는 여전히 미지의 땅이다. 아프리카에 다녀왔다하면 흔히 '동물의 왕국'이나 '입었다기 보다 가렸다'는 표현이 적당한 원주민들의 생활을 묻는 질문이 앞서기 마련이다. 왜곡되거나 과장된 언론 보도와 멀고도 먼 지리적 거리 등이 생경함을 부추긴 탓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가 이제껏 TV로 보고 사진으로만 접하며 쌓아 둔 머리 속 아프리카와는 전혀 다른 나라다.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망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완비돼 있고 여행객이 찾는 웬만한 관광지는 말라리아에 대한 걱정도 거의 없다.

남아공내에서도 특히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 속의 유럽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이국적인 도시. 남아프리카 관광의 교두보답게 도시 곳곳이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다. 본격적인 케이프타운의 여행은 공항을 나서고 이곳의 상징인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 시야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테이블마운틴은 특이한 이름처럼 생김 또한 독특한 산이다. 산 정상이 평평해서 테이블 마운틴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실제로 가까이 가서 보면 누구나 '이름 참 잘 지었다'고 무릎을 칠만하다.

케이프타운에 도착했을 때 만약 날씨가 좋다면 다른 일정 다 뒤로 미루고 우선 테이블 마운틴부터 올라보는 것이 순서다. 산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테이블마운틴은 신성함이 깃들어서인지 누구도 날씨를 예측할 수가 없고 어찌해서 올라갔다 해도 안개와 바람 때문에 제대로 산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다. 장기 체류가 아닌 잠시 스쳐가는 여행객이라면 뒤로 미루지 말고 날 좋을 때 일단 올라가 보는 것이 나중의 후회를 면할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에서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085m. 정상에 오를 때는 대부분 케이블카를 이용하지만 걷거나 암벽을 타서 오르는 방법 등 200여 가지의 길이 있다. 케이블카는 2년 전 신형으로 교체했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 360도로 회전하면서 주변 경관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떤 방법을 이용하건 정상에 오르면 산꼭대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널따란 평지의 출현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군데군데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그 주위로는 구름이 흐른다. 구름 너머 파아란 바다까지 확인하고 나면 테이블마운틴에 신비한 분위기에 이내 매료되고 만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이라기보다 신들의 만찬 장소로 이용하는 식탁에 무단으로 침입한 듯한 긴장이 느껴지기도 한다.

테이블마운틴에 서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수출입항이라는 테이블베이를 비롯해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관광 명소인 워터프론트 등을 한 눈에 내려볼 수 있다. 전망이 워낙 좋다보니 망연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멀리 희망봉까지 시야에 들어온다는 멋진 절경을 따라 산책을 하다보면 스프링복스, 사향고양이, 도마뱀 등 야생 동물도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일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테이블마운틴의 감동을 좀더 찬찬히 즐기려는 관광객은 깔끔하게 단장한 레스토랑과 바에서 음료나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케이프타운의 방문객이 테이블마운틴과 함께 빠지지 않고 찾는 명소인 워터프론트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빅토리아 & 알프레드 워터프론트(Victoria & Alfred Waterfront)가 정식 명칭인 이 곳은 한편으로는 바다를 코 앞에 두고 등 뒤로는 테이블마운틴을 마주보는 지리적 이점과 재개발을 통해 재현한 19세기 유럽풍 건물이 어우러진 케이프타운의 복합 문화 공간이다. 유명 식당과 상점은 물론 백화점, 극장, 호텔 등이 골고루 들어서 있다.

특히 푸른 바다를 끼고 노천 카페 비슷하게 늘어선 40여 개의 레스토랑과 거리 공연은 잠시 지중해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햇살은 강렬하지만 선선한 바람과 건조한 기후는 땀이 흘러도 끈적이지 않고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없이 여유롭다. 게다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럽에서 휴가차 날아온 관광객으로 이뤄져 이같은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원시의 생명력이나 자연의 숨결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여행을 선택했다면 휴식의 달콤함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노을이 아름다운 저녁에는 테이블 베이를 유유히 흐르는 선셋 크루즈도 인기가 높다.
좀더 차분히 마음을 달래고 싶다면 케이프타운 서쪽에 있는 시그널 힐(Signal Hill)의 야경도 압권이다.

혹자는 세계 3대 야경의 하나로 시그널 힐의 풍경을 꼽을만큼 아름다운 이곳 야경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시그널 힐로 가는 길 중간에는 야간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테이블 마운틴을 볼 수 있고 언덕에 올라서는 아베크족들의 진한 속삭임 속에 바닷가 해안도시 케이프타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경관이 아닌 손으로 만드는 남아공의 명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와인. 케이프타운을 통해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인들이 정착하면서 시작된 남아공의 와인 역사는 어느덧 350여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공의 감춰진 매력만큼이나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남아공의 와인은 세계 10위 권안에 꼽힐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여행 코스 중에 와인 투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현지인들의 자부심이 대단한 데 주요 산지로는 케이프 타운 인근의 스텔렌보쉬(Stellenbosch), 팔(Paarl), 소메르셋 웨스트(Somerset West), 웰링톤(Wellington) 등이 유명하며 이곳에서는 프랑스 이주민 후예들이 만든 와인을 접할 수 있다.

케이프타운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 남아프리카항공사 02-775-4697

가는 법
한국에서 남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홍콩을 거쳐 요하네스버그로 들어가는 길이 가장 일반적이다. 남아프리카항공사는 지난 3월28일부터 홍콩-요하네스버그 구간(기존 매주 월렇廚토요일 운항)의 수요일 홍콩 출발 비행편(SA287)을 기념해 항공료 할인 행사를 실시중이다. 행사 기간은 4월1일부터 7월31일까지로 수요일 출발 비행편에 한해 홍콩-요하네스버그 개인 및 단체 요금을 10% 할인 적용한다. 편도 이용시에도 적용된다. 02-775-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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