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화장실 얘기하기를 좋아하는 사회는 없다. 세계 공통으로 화장실 관련 이슈 자체를 터부시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적 환경에서 이용되는 화장실의 쾌적성은 관광수용태세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되기도 한다. 국내에도 화장실문화협의회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도시 뿐만 아니라 생태관광지역에도 ‘지속 가능한’이라는 수식어가 이제 화장실 앞에 붙게 되었다. 방문객들의 생리적 결과물을 처리하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호주의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생태관광을 즐기기 위해서 원시자연의 환경을 찾고 있다.

이동 도중에 별 다른 볼거리 없이 여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의 생태 관광지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큰 폭으로 증가하여 왔다. 호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 중 50퍼센트 가까운 숫자가 호주의 각종 국립.주립 공원 및 그 외 생태자연 관광지를 방문한 해도 있다. 호주의 관광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스위스, 독일, 캐나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온 관광객들의 경우는 65% 이상이 호주를 방문할 때마다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지역을 찾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러다 보니 원시자연이 대부분인 생태관광지에서도 화장실과 관련된 환경을 자연과 인간에게 최적의 조건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 되어버렸다. 호주의 경우에도 야영을 하는 생태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기에는 관광객들이 숲 속에서 변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많아지면 식생과 토양이 요구하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최적조건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 간이화장실은 관리가 쉽지 않다. 방문객이 이용하기에도 편리한 화장실은 되지 못한다. 결국 오랜 연구 끝에 호주의 크래이들 산, 새인트 클래어 호수, 그리고 파인 밸리와 같이 방문객들이 매우 많은 국립공원에는 ‘특별한’ 화장실이 설치되었다.

이 특별한 화장실들은 장장 14개월에 걸친 연구의 결과였다. 이 친 환경적인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므로 변기가 깨어지거나 새지 않는다. 자체 분해 건조방식을 이용하니 간이 화장실의 최대 취약점인 악취도 적다. 이 화장실들은 성수기를 네 번 거칠 때까지 별도의 관리 없이 방문객들의 인분을 성공적으로 건조, 축소, 정화해냈다고 한다.

합성 건조과정을 통해,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배설물은 토양에서 나는 자연 향과 함께 부서지기 쉬운 질감으로 건조가 되었다. 화장실의 발병원인 지수도 영에 가까워 위생문제 또한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가 겸손히 선보이는 원시 자연 환경은, 깊은 산 속에 들어가는 화장실 하나를 만드는데도 철저히 연구하는 그들의 선진의식에 의해 더 돋보이는 결과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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