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부터 은혜를 입은 사람에게 정성이 담긴 감사의 선물을 하는 것은 당연한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감사에 대한 마음이 지나쳐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권력자에게 주는 정당하지 못한 돈이나 물건을 한국에서는 뇌물(賂物)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영어권에서는 'bribe'로 지칭하면서 정직하지 못한 도움을 받기 위해 제공되는 돈이나 서비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뇌물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물론 여행업계에도 뇌물과 접대가 관행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이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뤄질 정도로 도덕성에 무감각하다는 데 있다. 얼마전 여행사 취재를 갔던 기자는 여행사 팀장과 대화를 나누던 중 팀장을 찾아온 랜드소장이 돈을 건네는 장면을 목격했다.

예전 같으면 은밀한 장소에서 전달되던 뇌물이 버젓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뤄지고 있음은 이제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은 도덕불감증을 반영하는 예다. '우리 여행업계만 그러는 게 아닌데, 다른 업계 역시 뇌물과 접대는 일상화 된 거잖아요'라는 어느 여행사 팀장의 말에서 느껴지듯이 '남이 그러니까 내가 해도 괜찮다'라는 의식이 우리 여행업계를 타락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랜드사 소장이 오면 봉이나 왔다는 듯이 팀 전체를 데리고 나가 점심이나 얻어먹으려는 일부 여행사 직원들과 실력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랜드 소장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올바르게 자라라고 가르치는 자녀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지 궁금할 뿐이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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