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의 리펀드(부가가치세환급)업체가 복수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외국인관광객들의 쇼핑증대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 전문 리펀드 업체가 등장한 것은 99년 10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인 글로벌 리펀드(Global Refund)는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가맹점을 늘여가며 3만1,000여건의 환급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의 개항과 함께 후발업체인 코리아 리펀드(Korea Refund)가 영업을 개시함으로써 이제 국내 리펀드 업체도 복수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바운드 관광산업에 있어서 관광객들의 쇼핑지출이 갖는 중요성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국내의 리펀드 제도는 활성화 되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리펀드 제도와 관련된 외환관리법과 세제관련 법안들이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규제가 많았던 것이고, 두 번째는 상점이나 인바운드 종사자들의 인식이 낮았기 때문이다.

상점의 입장에서는 리펀드 제도 자체의 생소함은 물론이고 가맹점에서 해야하는 전표작성 등의 업무가 과외적인 부담일 뿐 굳이 환급서비스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인바운드 여행사의 입장에서도 이윤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관광객의 자유쇼핑에 대해서는 방관할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때문에 관광객들의 소비촉진을 통한 외화획득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과하고 리펀드 업체들은 적자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한적인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업체인 코리아 리펀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쇼핑가의 외국인대상 세일즈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 여행사와의 공동 마케팅이 논의되는 등 단체외래관광객에 대한 서비스와 소비촉진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고 있다.

리펀드 업체의 복수경쟁이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면은 두 업체의 경쟁이 그 동안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던 리펀드 제도의 홍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 지난 2년간 글로벌 리펀드가 다져놓은 기본적인 바탕위에 코리아 리펀드의 영업력이 가세하자 리펀드 제도 자체에 대한 관계자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쇼핑업계의 상황이나 관계자들의 의식도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재래시장으로는 처음으로 리펀드사의 가맹점 제도를 도입한 두산타워의 오상곤대리는 ""지난해 가맹점 제안이 들어 왔을 때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점포 시설만 좋아졌을 뿐 카드 가맹점도 60%에 불과했고, 환불이나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 태반이었기 때문에 까다로운 가맹점계약을 맺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체 점포의 99% 이상이 카드 가맹점일 정도로 세금관계도 투명해졌고 상인들의 의식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타워에는 그룹을 단위로 집계되는 외국인 관광객만 매달 3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들까지 합하면 8만명에서 10만명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소비자의 규모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데다가 동대문과 남대문, 그리고 명동 일대에 계속 증가하고 있는 여타 대형복합상가와의 경쟁을 고려해서라도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해야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현재로는 두산타워의 1,700여개 점포중에서 32개 점포만이 코리아 리펀드의 가맹점으로 계약을 했으며 차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리펀드사의 가장 중요한 가맹점인 대형 백화점에서도 글로벌 리펀드와 코리아 리펀드 두 회사와 복수계약을 맺기도 하고, 갤러리아 백화점에서는 자체적으로 외국인관광객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을 마련하는 등 서비스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코리아 리펀드사에서 계획하고 있는 또 하나의 복안은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공통 마케팅이다. 열악한 수익구조로 인해 수수료가 높은 상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단체관광객들의 쇼핑을 명동, 남대문, 동대문, 압구정 등의 쇼핑밀집지역으로 유도하는 대신 중간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코리아 리펀드의 김경호 이사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 날짜는 잡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맹점이나 여행사 등과 먼저 시작할 것이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이 지적되지만 어쨌든 한국의 관광산업의 발전에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공로가 컸다. 소비자나 리펀드사뿐 아니라 여행사에도 이익이 돌아가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멀티 윈-윈 전략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리펀드사와 가맹점, 그리고 여행사까지 포함하는 네크워크의 형성과 그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인바운드 시장에서도 여건의 변화가 없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사 입장에서도 쇼핑으로 덤핑경쟁의 출혈을 메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여행사에서 단체관광객들을 데려가는 김치, 자수정, 이태원, 특산품점 등의 쇼핑코스에서의 매출액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지만 재래시장이나 백화점을 개별적으로 방문하는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아예 일본의 여행사에서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에게 일정상의 명동, 남대문, 동대문 등지에 자유쇼핑시간을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최대의 인바운드 시장인 일본관광객들이 일본경기악화가 지속되자 완전 패키지보다는 에어텔 등의 저렴한 개별여행 상품을 선호하면서 자유쇼핑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리펀드사와 인바운드 여행사와의 공동 마케팅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깨뜨려야 할 장벽은 가이드를 포함한 인바운드 종사자들의 리펀드 제도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다. 한 주요 인바운드 여행사의 차장은 아직까지 한번도 리펀드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가이드나 문의하는 손님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가이드들도 관광객이 요구할 때에만 정보를 주거나, 아예 역으로 되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글로벌 리펀드사에서는 아예 일본의 지사를 통해 일본여행사에서 예약손님들에게 미리 한국의 리펀드제도에 대한 홍보를 실시하도록 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하나 장벽은 소비자들의 욕구보다는 수익구조에 민감한 업계의 구조적인 병폐다.

인바운드상품기획실무협의회(여우회)의 안양로 회장은 ""업계 자체가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재정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당장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은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 리펀드 가맹점으로 쇼핑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정확한 세금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에 리펀드사가 제시하는 수수료가 일정수준이 되지 않는 이상은 업계의 대폭적인 지지를 얻기를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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