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봉은 만남이다. 대서양과 인도양 두 바다가 만나고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남서쪽이란 지리상의 상징과 인도항로를 개척한 바스코다가마가 목숨을 건진 역사적 상징이 만난다. 희망봉 끄트머리에 서면 두 대양이 몰고 온 바닷바람이 충돌하고 전 세계 각지에서 날아 온 관광객이 만난다.

따스한 햇살과 콧등을 스치는 산들 바람이 상쾌하다. 집 떠나 꼬박 하루가 지나서야 호텔에 도착하는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여장을 푸는 듯 마는 듯 심호흡 크게 하고 거리로 나선다. 아프리카와 휴양지를, 그것도 바닷가 휴양지를 연결해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잠깐 동안이라도 케이프타운의 시내 구경을 하고 나면 여유롭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 한가로움을 만끽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대로 눌러 앉기에는 볼거리가 너무나 많다.

실제 가본 사람은 얼마 없어도 그 명성만은 이미 세계 어느 여행지에 뒤지지 않는 희망봉(CAPE OF GOOD HOPE)은 케이프타운 여행의 하이라이트. 잔뜩 기대를 가지고 갔다가 기대에 못 미쳐 후회하고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이곳 남아프리카까지 와서 희망봉을 두고 갈 수는 없다.

희망봉에 가기 위해서는 케이프 반도 국립공원을 가로 질러야 한다. 제주 성산포처럼 평평한 땅이 펼쳐지는 케이프 국립공원에는 뜻밖에 타조, 얼룩말이 살고 있고 이름 모를 진귀한 식물들도 가득하다. 케이프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하늘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멀쩡한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고 다시 활짝 개는 현란한 구름의 움직임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바람도 산들바람이 아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나무들도 자라지 못하는 판에 멋 모르고 걸친 모자는 십중팔구 하늘로 날아오르고 만다. 희망봉이라고 해서 봉긋 솟은 언덕을 상상했다. 바다 끝에 웅장하게 솟은 바위 언덕. 멋지겠다 싶었는데 막상 도착한 희망봉은 언덕이 아니다. 케이프 오브 굿 홉(CAPE OF GOOD HOPE)이라고 적힌 팻말이 덩그라니 꽂혀 있는 곳은 생각과 달리 파도 출렁이는 해안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이란 타이틀도 엄밀히 따지면 희망봉은 최남단 남서쪽 해안일 뿐이고 좀더 남동쪽으로 내려 간 케이프 아굴하스(Cape Agulhas)라는 곳이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케이프(Cape)가 우리말로는 '곶(바다 쪽으로 좁고 길게 뻗어 있는 육지의 한 부분)'이니 잘 못 놓인 것은 팻말이 아니다. 일행들 사이에서는 '희망봉'과 '희망곶'을 놓고 실랑이가 오고 간다.

그렇다고 전혀 언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팻말은 없지만 팻말 뒤편 해안 절벽 위로는 등대까지 있는 전망 좋은 언덕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가 버티고 있다. 올라가거나 내려 올 때는 전자를 이용할 수도 있고 한발 한발 걸어갈 수도 있다. 케이프 포인트에 오르면 희망봉에 대해 상상했던 두 바다가 만나는 역동적인 광경을 확실히 볼 수 있다. 높지는 않지만 발 밑으로는 안개가 흐르고 파도는 연신 바위벽을 때린다.

두 대양을 사이에 두고 오고 가는 바람도 한결 사나워지며 거친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온다. 여기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대륙의 끝에 서 있다는 감동까지 더해지면 분위기는 더욱 신비스러워진다. 감정을 추스르고 찬찬히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그때부터 바다가 만난다기 보다 바다가 갈라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랜 시간 바다에 깎여 날이 선 바위 절벽은 바다를 나누고 바람을 가른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두 바다 역시 만나고 헤어진다. 희망봉에는 헤어짐과 만남을 이어주는 희망이 있다.

희망봉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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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에서 잠자기
케이프타운은 유럽 관광객이 몰려오는 12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방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붐비지만 그 외의 시기에는 숙박 시설이 넉넉한 편이다. 숙박시설의 시설과 가격도 특급 호텔에서부터 민박 형태의 B&B, 유스호스텔 등 다양하다. 주한남아공대사관 사이트(http://saembassy.dacom.net/korean.htm) 등을 참고로 현지 여행사이트를 검색하면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가능한 곳도 많이 있다.

숙박시설을 예약할 때 참고해야 할 사항은 내부 시설보다 주변의 치안. 케이프타운은 비교적 안전한 도시에 속하지만 여전히 아프리카 여행의 가장 큰 장애 중 하나는 치안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밤에는 가급적 혼자 외출하는 일을 삼가고 여권이나 귀중품은 객실에 두지 말고 호텔 귀중품 보관소 등에 보관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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