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객 감싸는 아늑한 여유

느릿느릿 걷고 그늘진 노천 카페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바쁠 것 전혀 없는 이곳, 여행의 지친 여독을 푸는 것은 물론 일상에 지친 마음의 노곤함까지도 녹녹히 풀어내는 호주 제일의 휴양 관광지답다. 긴 여정 끝의 마지막 목적지였기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기 만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세심한 친절이 마치 집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다.

브리즈번이 속해 있는 퀸즈랜드주는 호주에서 두 번째로 큰 주. 남회귀선이 통과하는 열대 지역으로 연중 무덥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을 가지고 있어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도 불린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알려진 골드 코스트, 선샤인 코스트를 비롯해 아름다운 해변이 산재해 있고 동해안을 마주하고 길게 뻗은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는 세계 8대 명물 중 하나로 꼽힌다.

브리즈번은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 가는 대표적인 목적지. 시드니, 멜버른에 이은 호주 3대 도시의 하나로 세 도시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사실 브리즈번에서는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긴 여행의 종착지였고 그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닌 자신의 노고를 치하하고 싶었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너무 지치지 않고 일로 돌아가야 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넓은 비치에 누워 일광욕도 하고 책도 읽고 느긋하게 생각을 가다듬고 싶었다. 저녁엔 비록 혼자일지라도 맛있는 레스토랑에 찾아가 향이 풍부한 와인 한잔에 스테이크를 먹거나 한식 또는 일식으로 지친 입맛을 달래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브리즈번은 그런 편안함이 넉넉히 묻어있다.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그저 내 맘대로 하기란 애당초 틀린 일. 대강 짐을 풀어놓고는 어슬렁거리지 않으면 좀이 쑤실 수 밖에. 브리즈번의 다운타운은 킹 조지 광장에 있는 시청에서부터 시작돼 바둑판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걸어서 넉넉하게 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대규모 쇼핑가인 퀸스트리트 몰을 비롯해 다양한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한국어가 가능한 인터넷 카페 등이 몰려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점심 저녁이면 즉석 공연도 펼쳐진다.

브리즈번을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선 사실 도보로만 이동하기는 힘들다. 시청앞 광장을 기준으로 다양한 투어가 시작되며 18군데의 주요 볼거리를 순환하는 시내 관광버스도 운영된다. 시내 관광버스에는 페리 요금도 포함돼 있어 브리즈번 강 크루즈에도 나설 수 있다.

풍차 오두막이 있어 브리즈번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알려진 윅캄 테라스, 표고 276m의 언덕으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마운트 쿠사, 각종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즐비한 강변 유원지인 워터프론트, 브리즈번 엑스포가 열렸던 사우스뱅크 파크랜드, 호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코알라 보호구역으로 꼽히는 론파인 등을 둘러볼 수 있다.

◆ 시내밖에서 만난 또다른 여유

하지만 브리즈번, 퀸즈랜드를 더 잘 즐기기 위해선 시내 밖으로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 중 하나가 남동쪽에 위치한 클리브랜드. 울창한 가지와 잎을 자랑하는 멜라루카 나무가 줄지어 서있고 바닷가에 면해 있는 이곳은 공장지대나 다운타운과도 떨어져 있어 조용하게 살고싶은 주민들에게 인기있는 생활터전이다.

이곳의 레이비 베이(Raby Bay)는 브리즈번에서도 손꼽히는 부자동네다. 육지로 들어와 호수처럼 형성된 바다에는 새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서있고 각양각색의 널찍하고 예쁜 집들을 밖에서 슬쩍 눈요기하는 것도 흥미롭다. 클리브랜드 포인트에 위치한 라이트 하우스(Light House) 레스토랑. 지중해풍 데코레이션도 인상적이지만 모턴만을 바라보며 즐기는 차한잔이 너무도 감미롭다.

반나절 브리즈번 안내에 나섰던 유칼립투스 투어스의 마릴린 스미스씨. 아이가 있는 중년의 그녀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브리즈번의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설명한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자격증을 획득하고 15인승 밴 한대로 유칼립투스 투어스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 퀸즈랜드주 관광청이 선정한 개별 여행 서비스 베스트 여행사 상을 받을 정도로 투어 그룹에 맞는 세심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일본어도 공부하고 컴퓨터도 익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브리즈번에서 접한 또 다른 감동이다.

골드코스트로 향하기 전 잠시 시간이 남아 브리즈번 시청앞 광장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상상밖으로 너무도 많은 곳에서 들려오는 한국말.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브리즈번에 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넘어 호주는 더 이상 우리에게 먼 나라가 아니었다.

브리즈번 글 사진=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 02-733-9494
퀸즈랜드주관광청 02-756-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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