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사들 사이에 지상비 미수금 회수를 놓고 비상이 걸렸다. 지상비 미수금 문제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누적액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어난 데다 그 어느 때보다 여행사들로부터 미수금 결재를 받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24일 씨에투어의 부도 이후 일부 패키지 여행사들의 자금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거나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관련 랜드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패키지 여행사치고 지상비 미수금 없는 곳 없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현재 패키지 여행사치고 미수금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A랜드 관계자는 ""C, Y, H, I여행사 등 부도설이 횡행하는 여행사는 물론이고 업계의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대형 여행사들까지도 지상비 미수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고 전했다.

이는 지상비 미수가 오래전부터 고착화된 관행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즉 광고비, 인건비, BSP대금 등 즉시 현찰수요가 필요한 곳을 빼면 결국 지상비 밖에 이를 충당할 곳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단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저가의 패키지 광고를 내고 일단 모객이 되면 지상비 미수로 행사를 치르고 손님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광고비, 회사운영비, BSP 대금 등을 우선 결제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랜드에 줄 돈은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결국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액수가 커지게 된다.

B랜드 관계자는 ""한 랜드에 일정량의 미수금을 깐 다음 또 다른 랜드사와 거래를 하는 식의 악덕 여행사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결국 문제는 신문광고에 의존하는 패키지 여행사들의 수익구조에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현재 3대 일간지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모 신문사의 여행사 대상 5단 광고 1회 비용이 대략 800만원 정도. 주1회씩 생각하면 보통 한달에 3,000만원 이상의 거금이 순수 광고비로만 빠져나가는 셈이다. 그러면 이렇게 일간지 신문광고를 이용한 모객행위를 통해 광고비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회사 운영비를 건지고 수익까지 남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 수익모델이 없다

현실은 '전혀 아니올시다'다. 신문광고에 의존하는 패키지 여행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저가의 상품들로 광고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현실에서 1인당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행사가 수익을 남기기는커녕 오히려 상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다. C랜드사 관계자는 ""비수기에 여행사의 손님 1인당 수익을 5만원 안팎으로 볼 때 수익을 도저히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답이 안나오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며 ""성수기를 바라보고 일단 비수기 때 저가상품을 많이 팔고 보자는 식이지만 막상 성수기 때 한정된 좌석상황 때문에 항공사로부터 충분한 좌석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이미 여행업계에서는 '모 여행사는 BSP 1차부도가 났고 또 다른 여행사는 직원들 월급을 몇 달째 못주고 있다'는 식으로 자금위기에 처한 여행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나돌고 있다.

또 그 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랜드사들은 정상적인 영업행위는 제쳐둔 채 미수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또 다른 큰 문제는 현실적으로 랜드사들이 미수금을 회수할 있는 방법이 마땅찮다는 데 있다.

◆ ""미수금 내놔라 - 줄 돈이 없다""

랜드사 소장이나 직원들이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뻔질나게 여행사 문턱을 드나들고 전화통화를 시도해 보지만 여행사 담당자들은 일부러 자리를 비우거나 아예 전화를 꺼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일부 여행사 관계자들은 ""돈이 없는 걸 어떡하냐""며 오히려 '배 째라'하는 식으로 버티거나 ""조금만 참아주면 어떻게 해서든 결제해 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는 형편이다.

D랜드 관계자는 ""이제 몇백만원 정도는 여행사에서 미수금으로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행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웬만큼 규모가 큰 곳의 경우 누적 미수금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소 5억원 이상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랜드사들은 현재 일부 홀세일 업체와 브랜드 파워가 강한 4~5개의 대형 여행사를 빼놓고는 미수금 회수를 안심할 수 있는 업체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최근 모 랜드사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차일피일 미수금 결제를 미루는 악성 여행사를 대상으로 공증까지 받아놓기에 이르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제 지불각서나 내용증명은 여행사에서 우습게 본다""며 ""최종 안전장치로 어렵게 공증을 받아놓았다""고 말했다. 또 강남의 C여행사는 극심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F랜드에 사무실 집기 일부와 에어컨까지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랜드사들 역시 밀린 미수금을 받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으나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별로 없어 고민만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 여행업계 근본적 시스템 바뀌어야

그렇다면 이런 고질적인 병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업계의 관계자들은 부분적인 노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길이 없고 전반적인 여행업계의 구조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랜드의 관계자는 ""물론 구조적으로 미수금이 쌓일 수밖에 없는 패키지 여행사들과의 거래를 끊는 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기존 패키지의 타성에 젖은 랜드사들의 경우는 영업전략의 변화를 꾀하기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즉 모객명단을 받아 현지로 넘기면 되는 비교적 단순한 패키지 업무에 비해 모든 오퍼레이션을 서울에서 거의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인센티브 전문업체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진흙탕 속에서 발을 못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패키지 위주의 행사에 안주하던 모 랜드사는 최근 대형 인센티브 행사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해 물량을 넘긴 여행사에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많은 수의 패키지 여행사들의 안일하고 근시안적인 영업정책도 묵과할 수 없는 대목. 이들 여행사들은 지금까지 저가의 패키지 상품 공세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존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수없이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부족과 여행사 설립의 용이성, 자본의 취약성 등을 들어 '쇠귀에 경읽기' 식으로 이문이 남지 않는 저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G여행사의 관계자는 ""저가의 패키지 위주 영업은 잠깐 반짝할 수는 있지만 결국 스스로의 영업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라며 ""이들 여행사들의 한계점이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수의 여행사들이 결국엔 랜드 미수금으로 연명해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밖에도 일부 여행사 경영진의 미숙한 경영능력과 전횡, 시장 정화를 위한 관계당국의 대책 부족, 랜드사들간의 단결 부족 및 물량 확보를 위해 노투어피도 마다않는 일부 랜드사들의 행태, 단돈 1만원 차이에 몰리는 여행사들의 성향 등도 랜드사 미수금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도마에 오른다. 결국 랜드사 미수금 문제는 단순히 해당 여행사와 랜드사간의 문제라기보다 왜곡되어 있는 한국의 여행시장 환경에서 그 근본적 원인과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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