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년 정초부터 언론의 화두는 정직과 신뢰였다. 기초를 다지자, 기본을 세우자 등 당연히 지켜져야 할 사회의 덕목들을 강조한다는 것은 분명 이런 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정직과 신뢰라는 가치체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기에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위험하다는 여론선도계층의 인식이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은 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데 내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행위부터 정직이 우선되어야 외국인한테도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어느 일간신문에 게재된 주부독자의 글이다. 남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가서 선물로 오징어 3축을 구입해서 가게에서 주는 대로 챙겨서 서울에 돌아와서 열어보니 각각의 봉투에는 15마리, 18마리, 나머지는 10마리만 들어있더라는 것이다. 그 주부는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신문에 기고를 했다. 황당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한 그루의 나무를 보고 숲이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잘못된 습성이 있으니 제주도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상생활에서 너무 흔하니까 기초를 다지자는 이야기도 무리는 아니다.

맥주 집에서 파는 1,000cc 짜리 생맥주를 연구소에서 측정해보니 실제양은 900cc가 조금 안 된다는 보도기사도 있었다. 그러고도 사람들은 1,000cc에 해당하는 요금을 지불한다. 불고기 집에서 갈비살 160g을 1인분으로 책정한 값이 7,000원이지만 웬지 적어 보인다. 저울에 달아보고 싶지만 체면 때문에 못한다. 늘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지 이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손님의 마음속에는 찝찝한 감정이 남아있다. 아무 때나 손님들이 무게나 양을 측정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면 실제로 확인하지 않아도 그 상점에 대한 신뢰는 올라가게 마련이다. 여행 프로그램에 대해 고객들이 터뜨리는 불만은 애당초 약속한 것과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있고 일정에도 없는 쇼핑을 강요당할 때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 몇 푼 더 벌어봤자 고객을 속였으니 마음인들 편할까.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어 적절한 가격을 매기면 고객도 만족한다.

몇 년 전에 할머니 한 분이 미국으로 단체여행을 다녀오셨다. 호텔시설도 좋고,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다고 매우 만족하셨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이 돈은 다른 여행사보다 비싸도 속이지 않고 구경할 만한 곳을 안내하니 다음에는 식구들과 함께 그 여행사를 이용하겠단다. 야구에서 커브를 전문으로 하는 투수는 생명이 짧은 반면, 직구를 던지는 투수가 홈런을 맞기 쉽지만 그래도 오래 가고 성공한다.

올해 연봉 127억원의 박찬호 선수는 강속구 전문으로 많은 팬을 확보한 성공한 선수다. 강속구는 정직하다. 이 사회에서 정직은 어쩌면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로 변화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다행인 것은 정직한 사람을 보면 관심을 가지고 믿어주는 사람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직한 사람을 속이고 음해 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불행한 사회 때문에 정직은 오히려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무기가 되어버렸다.

대구계명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ickoh@kmucc.keimyung.ac.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