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태양과 푸른 바다를 따라 가는 해안 드라이브만으로도 케이프반도는 아름답다. 해안가를 따라 쭉 뻗은 도로 바로 옆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고요한 바다가 펼쳐진다. 여기에 여행 코스 곳곳에 숨어 있는 이색적인 볼거리는 케이프반도 일주를 더욱 빛나게 한다.

보통 하루 정도의 일정이면 돌아볼 수 있는 희망봉 투어는 으리으리한 해안 별장가를 따라 시작된다. 케이프타운 시내를 벗어난 해안가에는 아스팔트 도로를 가운데 두고 푸른 바다와 하얀 별장들이 마주보고 놓여 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끼고 나 있는 해변 드라이브도 일품이지만 세계의 부호들이 깍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 놓은 으리으리한 별장을 감상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흑과 백 사이를 가로질렀던 빈부의 격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이곳은 온통 흰색 투성이다. 건물도 차도 사람도 하얗다. 동양인들의 관심사를 알아서일까? 백인 가이드는 이곳에 쓸만한 별장을 마련하려면 미화로 100만달러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별장촌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케이프반도 일주가 시작된다. 한 시간을 채 못가 당도하는 곳은 호우트만(Hout Bay)에 있는 물개 섬. 호우트만에서 30분가량 배를 타고 가면 자그마한 돌섬이 나오고 그 위로 일광욕을 즐기는 수많은 물개들을 만날 수 있다.

코 끝에 커다란 공을 올려놓고 물살을 가르는 날렵한 동물원 물개의 묘기만 보아 온 사람이라면 이 곳의 물개들은 마냥 귀여운 존재가 아닐 수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징그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 만큼 많은 물개들이 수영을 하거나 잠을 청하며 있는 그대로의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개섬 관광은 정작 물개보다 섬까지 오고 가는 뱃길이 더 낭만적이다.

물개가 떼 지어 사는 바다 위 풍경을 봤다면 온갖 식물이 모여 숲을 이루는 지상낙원도 놓칠 수 없다. 테이블 마운틴 동쪽 줄기를 타고 펼쳐지는 키르스텐보쉬(Kirstenbosch) 국립식물원은 1913년에 세워진 세계 최초의 식물원. 남아공의 나라꽃으로 유명한 킹 프로티아(King Protea)에서부터 멸종 위기에 처한 '어린왕자'의 나오밥 나무, 부시맨이 잠자리에 까는 보드라운 풀 등 희귀식물까지 살아있는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식물원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만 생각해 온 사람이라도 말없는 식물들이 몸으로, 향기로 전하는 속삭임을 듣고 있노라면 생명력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안내서에는 식물원 산책로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알기 쉽게 표시돼 있어 혼자서도 찬찬히 돌아볼 수 있다.

다음 코스는 시몬스 타운. 남아프리카 최대의 해군 기지가 있고 빅토리아풍 건물이 아름다운 시몬스 타운은 케이프 타운 주민들이 피크닉을 겸해 자주 찾는 이웃마을로 이 곳을 조금 지나 보울더스 해변(Boulders Beach)으로 가면 남극 신사 펭귄을 만날 수 있다. 흔히 남극에서만 살고 있는 줄 알고 있는 펭귄을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본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이곳 해변에 펭귄이 서식하게 된 배경은 더욱 기가 막히다.

지금은 펭귄 마을로 유명 관광지가 된 이 마을은 원래 그저 평범하고 한적한 시골 해안 마을에 불과 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1982년 배 한 척이 난파됐는데 그 배에서 유출되는 기름을 피해 우연히 펭귄 두 쌍이 건너온 것이 펭귄 마을의 시작이라고 한다. 아장걸음이 아기와 같은 이 귀여운 손님들은 사람들의 사랑과 보호 속에 놀라운 번식력을 보이기 시작했고 20여년 만에 그 수가 2만2,000여 마리로 늘어났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얼마 전 이 곳 해안에도 기름 유출이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이 많은 수의 펭귄 모두를 일일이 깨끗하게 세척 해줬다는 것이다. 무서운 번식력과 지극한 애정이 놀라울 따름이다. 키가 50~60cm 가량인 이들 남아공 펭귄은 아프리카 출신답게(?) 발이 검어 '검은 발 펭귄'이라고도 불리는 데 최근 국내의 어린이대공원에서도 8마리를 들여 와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아프리카항공사 02-775-4697


남아공 누비기
남아공, 특히 케이프타운을 벗어나 희망봉으로 향하는 케이프 반도는 풍경이 아름다운데다 도로 포장도 잘 돼 있어 직접 차를 몰고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만 하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하지만 남아공은 한국과 차량 진행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처음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며 밤길 운전 중에는 이동 중이라도 차량 문 단속에 유념해야 한다. 특히 펭귄이 있는 보울더스 해변을 지나 희망봉으로 향하는 도중 길거리에서 원숭이의 일종인 바분을 만나게 되면 절대로 문을 열고 나가서는 안된다. 어슬렁거리는 폼이 한없이 느려보여도 난폭하기로 유명하고 차 안까지 들어와 엉망을 만들기도 한다.

남아공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 주한남아공대사관 http://saembassy.dacom.net
- KBS 월드넷 http://kbsworld.net/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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