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계 대형 여행사들이 몰려온다. 올해 들어 유럽과 미국 등 외국계 대형 여행사들의 한국 진출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걸리버와 쿠오니 등이 한국 시장에 정착한 유럽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스페인에 본사를 둔 콘도르 버케이션, 북유럽을 기반으로 한 툼라레, 프랑스의 와곤-리 등이 들어왔고 최근엔 이탈리아 최대 여행사 CIT가 그동안 협력관계를 맺어온 최영철 사장과 50대 50의 지분으로 CIT아시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한국 영업에 착수했다.

이들의 업무는 아직 유럽 지상수배 역할에 치중하고 있지만 콘도르 코리아와 툼라레가 영업 첫해인 지난해 만만치 않은 실적을 올린데 힘입어 올해 본격적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CIT아시아는 지난 4개월간 브로셔 작업 등을 끝내고 본격적인 영업에 착수했으며 걸리버 역시 최근 KLM네덜란드항공의 영업부장 출신인 신의섭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어 올 성수기를 겨냥한 영업전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외국계 대형 여행사들의 한국 진출은 한국의 아웃바운드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예견돼 왔던 것으로 지난 2000년 1월1일부터 외국업체가 한국에 들어와서 직접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되자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욱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수십년의 역사 속에서 쌓은 노하우와 전문성, 물적·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존 영업 관행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과 나아가 유럽 관광객을 한국으로 보내는 한국 인바운드 비즈니스와 아시아 자체 상품 확대 개발, 유럽 이외 지역에 대한 한국관광객 송출 확대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이들의 국내 상품 패턴 및 영업 관행의 변화에 관해선 국내 여행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패키지 및 인센티브 단체 여행에 대해 외국 여행사들의 행사 방식이 한국인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

예를 들어, 가라오케나 한식당 등 한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이들이 수배하기가 어렵다고 인식되고 있다. 또 다른 점은 가격. 한국인 패키지 여행 단가로는 외국계 여행사들이 수배하는 호텔이나 차량 등의 단가를 맞출 수 없고 가격깎기와 미수로 얼룩진 영업 관행을 외국계 여행사들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90년대 초반 한국 시장을 넘보던 토마스쿡이나 PIC여행사업부 등은 일찌감치 중도포기를 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개별여행 시장에 이들이 몰고 온 변화는 대단하다. 막강한 조직력과 수배력, 안정된 예약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별 여행자들이 원하는 사항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계 여행사들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이미 유럽의 상용 및 비즈니스, 배낭 등 FIT 시장 점유율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걸리버의 경우도 지난 1998년 IMF경제위기 때부터 소그룹 및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위한 상품을 항공사와 개발, 시장 선점에 나서 왔으며 대부분의 한국계 여행사들이 경영악화로 문을 닫았을 때 인적 및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유럽 수배에 나섰던 것이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걸리버에는 부산 지사까지 포함해 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향후 5년, 10년 후 패키지가 아닌 개별여행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경우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인바운드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들이 가장 호기로 생각하는 것이 내년에 열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지난달 방한한 CIT의 프란체스코 루키노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축구선수단을 비롯해 이탈리아 관광객 2,000여명을 내년에 한국으로 송출할 계획""이라며 ""월드컵 대회가 한국 관광을 유럽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툼라레의 유희문 한국지사장 역시 ""툼라레의 러시아, 태국, 일본 지사에서는 이미 인·아웃바운드 업무를 겸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유럽 수요를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유럽 사이의 쌍방향 비즈니스를 넘어서 세 번째로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자체 상품 개발을 확대하고 미주나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도 한국인을 송출하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 본사를 둔 와곤-리는 바리그브라질항공과 함께 남미 팩상품을 선보였다.

""단순한 유럽 비즈니스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23개 도시에 25개 지사를 두고 있는 걸리버, 전세계 18개 지사를 두고 있는 툼라레, 초창기 이탈리아인들의 미주 이민을 주도해오던 CIT의 미주 네트워크 등이 유럽을 넘어서 역량을 발휘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랜드의 한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CIT까지 들어오자 깜짝 놀랐다""며 ""한국 여행사들의 신인도가 낮아서 그렇지 현재 한국계 유럽 랜드가 몇 만불 정도의 미수를 깔고 영업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이들이 한번 밀어붙이면 몇 백만불 단위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패키지가 아니고 굳이 한국말이 아니더라도 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10~20년 후에 도래한다면 이들의 파워는 굉장할 것이라고 덧붙엿다.

이러한 외국계 여행사의 초대형 파워에 맞서려면 최근 국내 대형 여행사들이 직영 체제를 강화하는 것처럼 대형화나 여행사 자체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 수배력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 손꼽히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힘을 갖추는 여행사가 현행과 같은 구도하에서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이에 질세라 미국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한국 여행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한 한국 진출을 발표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지난 1일 한국국제관광전(KOTFA)이 열리고 있는 코엑스에서 ""한국의 전략적인 파트너를 선정한 후 독점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향후 2년간 한국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질적인 여행사 업무를 한다는 방침 아래 이미 국내 주요 여행사들과 접촉해 적합한 업체를 물색하고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협력업체를 발표할 예정. 한국협력업체 선정기준은 인지도가 높은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거나 전국지사 5개 이상을 둔 송출실적 상위의 대형업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측은 향후 1년 내에 10개 업체에서 출발해 2년내에는 25개 업체까지 프랜차이즈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나 허니문, 인센티브 등 각 부문별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업체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선정된 협력업체에게 고객 서비스에 대한 교육과 실전경험을 공유하며 사무실 디자인의 모델제공, 전세계 네트워크 이용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가 지난 4일자로 본지에 보도되자 상위권에 꼽히는 몇 개 업체가 연락처를 묻는 문의전화를 하는 등 업계 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외국계 업체들이 당장 시장 판도에 큰 변화를 주거나 단시간 내에 자리잡기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이중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살아남을 것이고 이외에도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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