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모스크 VS 성소피아성당>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와 성소피아는 이슬람과 기독교, 양대 종교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400년이란 세월동안 전쟁과 지진을 함께 견뎌온 두 성전은 마치 오래된 부부처럼 서로 닮아 있다. 오늘도 다가서지도 못하고 물러서지도 못하는 그 자리에 따뜻한 눈빛만을 나눈다.

뾰족뾰족, 있는 자존심 없는 자존심을 다 세우는 교회의 탑들은 때론 우울하다. 그 위에 날카롭게 서 있는 빨간불, 네온싸인 십자가는 그 우울함만을 더한다. 그러나 그리스정교회의 본산이라는 터키에서 바라본 교회의 지붕은 볼록볼록 '엠보싱'이다. 푹신푹신한 지붕위를 뛰어다녀도 하나도 힘들지 않게 생겼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양식은 장방형의 방과 길 회랑을 갖춘 '바실리카'라고 불린다.

바실리카양식의 대표적인 건물인 성소피아는 하느님의 지혜로 지어졌다고 할 만큼 아름다운 돔 양식의 지붕을 이고 있다.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이슬람측에서도 이를 허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후의 모든 회교사원을 돔 양식으로 건축하도록 했을 정도다.

이슬람교 사원의 걸작으로 불리는 블루모스크도 돔 양식으로 건축되었으며, 절묘하게도 성소피아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서로 출신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두 성전이지만 세월의 옷을 덧입는 동안 좋은 친구가 된 듯하다.

◆ 성소피아 (The Hagia Sophia)

나이가 들 때로 든 거구의 성소피아(하기야 소피아)는 대부분의 노인이 그렇듯 노쇠해졌다. 중앙 돔을 바치는 거대한 철근 구조물이 55.6m 높이의 천장까지 뻗어 올라가 있다. 그래도 20차례 지진의 피해를 견디며 1,500년 동안이나 끄덕없이 서 있었으니 '백전노장'의 의지는 알아줘야 한다.

동로마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에는 제국의 수도에 어울리는 교회가 필요했다. 그러나 첫 번째의 목조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고 두 번째 건물은 반란으로 무너졌으며, 세 번째 건축된 것이 지금의 성소피아다.

최초의 돔양식 건물인 성소피아는 '성스러운 지혜', 바로 하느님의 지혜라는 뜻이다. 기원후 532년에 짓기 시작해서 537년에 완공됐으니 완공까지 5년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만리장성, 앙코르와트 등과 함께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들어가는 이유도 높이가 무려 55.6m나 되는 돔을 그토록 단기간에 완성하는 것이 현대의 기술로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어날 당시 성소피아 성당의 경쟁상대는 예루살렘 성전이었다. 빠른 공사의 진행을 위해 공사 담당자에게는 제국에 있는 모든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이 대역사를 시작한 유스티니안 황제는 성당이 완공되자 헌납 예배 도중에 흥분해 성당 안으로 뛰어 들어왔고 예루살렘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 솔로몬, 나는 그대를 능가할 지어다""

성소피아 성당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큰 운명의 전환기는 1453년 콘스탄티노플(비잔틴제국)의 함락이었다. 새로운 주인이 된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성소피아성당을 3일 만에 회교사원으로 개조했고 제단과 벽을 장식했던 각종 성화들은 5cm의 두꺼운 회칠아래 감추어졌다. 이후 복원공사를 통해 회벽을 제거되고 예수나 마리아의 벽화들은 다시 빛을 찾았으나 '회춘'이란게 쉽지 않아서 많이 회손된 상태다. 현재는 박물관의 용도로만 사용된다.

◆ 블루 모스크 (Blue Mosque)

성소피아성당보다 1100년이나 후인 1616년에 완공된 블루모스크은 아직 청년의 모습이다. 견고한 돔은 터키의 뜨거운 태양아래 보글보글 끊어 오른 물거품처럼 긴장감마저 감돈다. 성소피아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원을 짓겠다는 승부욕으로 탄생한 블루모스크는 건물 주위에 6개의 첨탑을 세웠다. 그리고 이 첨탑에 들어선 총16개의 발코니는 블루모스크의 건축을 명령한 술탄 아흐멧이 오스만투르크의 16번째 왕임을 상징한다.

블루모스크라고 불리는 이유는 사원의 내부가 이즈닉(니케아)에서 만든 파란색 타이 2만2,000장으로 장식되었기 때문이다. 녹색, 파란색, 청록색 등 따지고 들면 10가지가 넘는 색이 어우러져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푸르스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많은 타일장식이 들어간 이유는 우상숭배가 금지된 회교의 전통 때문이었다는데 대신 타일마다 특유의 아라베스크 꽃문양이 잘 발달되어 있다.

모든 회교사원에는 문처럼 생긴 '미흐라브'가 있어서 정확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계된 블루모스크에 비해 성소피아 성당의 '미흐라브'는 원래 교회의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에 메카 방향에서 약간 어긋나 있다.

이 사원은 지금도 사용되기 때문에 입장할 때는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무릎이 드러나는 반바지도 금물이요, 신발을 벗어 봉지에 담아야 한다. 나오는 출구에는 모금함이 있는데, 이미 한국인들은 모금에 인색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금요일에는 예배를 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입장할 수 없다.

터키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케세이패시픽항공 02-3112-800

히포드럼의 기념탑들
히포드럼(Hippodrome)은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당시의 전차경주장으로 각종 정치 분쟁과 폭동이 주된 배경장소였다. 지금 이 광장에는 이집트의 룩소 카르낙 신전에서 가져온 화강암 오벨리스크(The Egyptian Obelisque), 페르시아군대의 무기로 만들었다는 뱀머리 기둥(The Serpentine Column), 콘스탄티노플 황제의 기념탑(The Constatine Obelisque)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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