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씨(30, 남)는 금요일 저녁의 술자리 약속이 손에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약속 없는 금요일엔 일부러라도 약속을 만들곤 했던 김씨의 금요일 퇴근 후 시간이 이처럼 한가해 질 수 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주5일 근무의 영향이 크다.

김씨뿐이 아니다. 회사 내 다른 동료들도 금요일 업무를 마치면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집으로 향하거나 개인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화 됐다. 주5일 근무가 확산되면서 웬만한 약속은 금요일이 아닌 목요일 저녁으로 잡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 눈 앞으로 다가온 주5일 근무 시대

먼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달 30일 김호진 노동부 장관이 ""주5일 근무제 등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금년 정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주5일 근무에 대한 논의가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지난 해 10월 노사정위가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해 주5일 근무제를 정착시킨다는 원칙에 합의'한 뒤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을 조정 중인 사안. 최근 '초과근로 할증률을 현행 50%로 유지하는 대신 월차휴가 폐지와 연차휴가 상한선 설정, 1년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에 대해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행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주5일 근무의 이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토요격주휴무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다가오는 주5일 근무제가 먼 훗날의 얘기만은 아니란 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가 직원들의 여가선용 기회 향상과 계속적인 민원업무를 위해 지난 3월19일부터 시범적인 토요격주 휴무제를 실시한 바 있으며 25개 산하 구청중 종로, 용산 등 18개구가 이 제도를 전면 시행중이다.

기업체도 예외가 아니다. 두산그룹이 전 계열사에 격주 휴무제를 도입했으며 삼성 계열사도 전 직원이 1, 3주를 의무적으로 쉰다. LG, 현대자동차, SK, 코오롱 등 국내 30대 그룹 중 상당수가 격주 휴무제를 도입했으며 상반기 중으로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격주 휴무제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격주 휴무제가 확산되는 이유는 회사 측이 주5일 근무제에 대비하면서 쉬는 토요일에 월차를 반일씩 공제해 월차수당을 줄이는 방편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교육부도 방학기간 자율화 조치와 함께 내년부터 주5일 근무제 도입이 선결과제인 주5일 수업제를 33개 학교 대상으로 시범실시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주5일 근무 실시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 최대 수혜주는 여행업

주5일 근무제의 실시는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기존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만들어 낼 전망이며 이중에서도 그동안 잠자왔던 여가 시간 활용에 대한 욕구는 여행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길게는 목요일 저녁에 떠나 월요일 오전에 도착하는 4박5일 여행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반적인 여행상품의 기획은 물론 수요 패턴 자체에 변화가 발생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난 해 관광연구원이 발표한 휴가 분산 시행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평균 26일 정도의 연, 월차 휴가 중 7일 가량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특이할 만한 점은 연, 월차의 미 활용 원인으로 시간이 없어서(33.2%)와 눈치가 보여서(20.7%)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돈으로 보상 받기 위해서(5.3%)나 휴가비가 없어서(4.6%)는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비용 문제보다는 여가를 즐길만한 제반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같은 설문 결과는 여행업계에 더 없는 희소식이다. 이같은 수치를 놓고 볼 때 관련 인구가 20% 이상 늘어날 것이란 여행, 레저업계 쪽의 기대치나 국내선과 동남아 등 해외항공 수요가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항공업계의 전망이 장밋빛 환상만은 아니다. 관광연구원도 휴가 분산으로 인해 관광산업활성화에 70.5%의 개선 효과가 기대되며 국민여가선용 기회확대에도 74.6%의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생활 패턴 맞는 상품 기획 필수

물론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가 회사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행사별 판매 증진 노력도 따라 줘야 한다. 관광연구원의 김향자 연구실장은 ""(주5일 근무와 같은)휴가 분산 시행으로 가장 많은 혜택이 예상되는 관광사업체의 경우 휴가 분산 시행 정책의 적극적 촉진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비수기 이용자에게 대폭적인 할인행사와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주말 여행이 일반화돼 있는 국내 여행과 달리 해외 여행의 경우 주5일 근무에 대비한 여행사의 상품 개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현재 국내 패키지 상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요일 출발이 가장 많은 실정이며 금요일과 월요일이 그 다음으로 많은 편으로 주말을 이용한 3박4일 가량의 상품은 아직 활성화 돼 있지 않아 그만큼 선점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투어의 관계자는 ""아직까지 항공 일정과 맞물려 목요일이나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는 단기 상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수요가 발생하면 항공사의 공급은 따라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항공 공급이 늘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가격 할인 등의 모객 확대 방안이 강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프라이데이(Go Friday)라는 자체 브랜드로 상표 등록까지 마친 웹투어(www.webtour.com)의 경우 이미 괌, 사이팜, 홍콩, 필리핀,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금요일 저녁 출발해 월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 웹투어 한재철 이사는 ""반응은 상당히 좋은 데 아직까지 회사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적었다""면서 ""올 하반기 부터는 항공 좌석 작업 등을 통해 제품 판매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여행상품 등도 함께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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