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가시간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과 동전의 앞뒷면이다.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할 때 흔히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를 떠올리게 된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는 게으른 자, 놀기 좋아하는 자에게 가혹한 저주를 퍼붓는다.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 메고 일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가와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은 언제나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농경사회의 전통을 유지해온 우리가 논다는 것, 쉰다는 것을 죄악시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생존의 논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현실은 여름철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개미에게 안락한 집과 풍성한 양식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역설은 '노역에 시달려 디스크에 걸린 개미와 최신 곡이 떠서 잘 나가는 베짱이'이다. 일중독자에게는 억울한 일이지만 그것이 더 현실에 가깝다. IMF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맹목적으로 매달려온 노동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개미는 베짱이가 놀 때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놀 수도 있으나 그것을 참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의 인내가 수고로운 삶으로부터 나를 구원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내력과 금욕의지, 그것은 내게 있는 것이고 베짱이에게 부족한 것이다'라고. 그러나 더 이상 일하지 못하게 된 개미는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 나서면서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깨닫는다.

그는 자신이 해오던 일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내일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식'을 위해 '오늘 열심히 일하고자' 했던 개미의 믿음은 '내일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오늘 푹 쉬어야 하는' 현실의 삶과 배치돼 있었던 것이다.

지난주 미국 여론조사기관 로퍼 스타치 월드와이드가 전세계 31개국을 대상으로 각각 노동자 1,000명의 주당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이 평균 55.1시간을 일에 투입, 가장 긴 시간 동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고착된 성장 우선주의, 일 지상주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프랑스로 40.3시간이었고 다음이 40.5시간을 기록한 이탈리아였다. 미국과 중국은 똑같이 42.4시간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약 1년 전 실업률을 낮추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축해 실제 근로시간이 짧다. 선진국일수록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정위원회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해 주5일 근무제를 정착시킨다는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월차휴가 폐지, 초과근로 할증률 등 선결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연내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고칠 계획이라고 한다.
어쨌든 여가시간 확대는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지식·디지털경제 시대에 여가는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우리는 통제적인 시간관리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시간경영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 시간경영 산업이다. 여가확대를 계기로 관광산업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한편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를 대비해 자기개발형 레저활동과 자연친화적인 장기체제형 관광지, 체험여행상품 등 새로운 시장의 발굴과 상품 기획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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