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프스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동화적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 이 곳, 일본 북알프스다. 그 중 나가노현 하쿠바 마을은 동화에서 봤음직한 예쁜 목조주택이 즐비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 시간이 갈수록 일본 알프스에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만 없다는 농담이 꽤나 그럴싸하게 들렸으니 말이다.

일본 근대 등반의 새 바람을 몰고 왔던 영국인 선교사 웨스턴 경. 그가 명명하고 세계에 알린 일본 알프스가 이젠 세계의 산악인이 사랑하는 등반코스로, 스키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선견지명이 있었던 작명인 셈이다. 특히 1998년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의 장소였던 하쿠바 점프대는 속도감과 높이 등에서 여타 점프대보다 월등해 꽤나 이름이 높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하쿠바시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는 마침 소풍 온 중학생들의 재잘거림이 화창한 날씨에 어울려 활기찬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가미코지는 눈발이 성성한 야케다케 산맥의 장대한 경관과 숲의 평온한 느낌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해발 3,000m가 넘는 산들로 둘러싸인 탓에 초여름의 날씨에도 겨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지난 1915년 화산 대폭발의 흔적이 남겨진 타이쇼 호수 한 가운데는 용암에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이 시일이 꽤 흐른 후에도 남겨져 있어 이방인에게도 화산의 위력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특히 카파바시 다리에서 보는 아즈사강과 설경에 젖은 호타카 산을 볼 때의 정경은 가미코지에서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산봉우리를 덮은 눈이불과 봉우리를 휘감은 연기가 새삼 잠자고 있는 화산의 존재감을 전달해 준다. 제법 시일이 흘렀지만 산책로를 따라 널려 있는 용암에 탄 돌무더기, 굳어버린 화산암들 역시 잠자고 있는 개체로서의 화산을 느끼게 한다고 할까.

일본 제1의 인기 등반코스라는 가미코지는 매년 10여명의 실종자를 낸다고 한다. 지난 겨울에도 인하대생의 등반사고가 전해지는 등 이 고고한 산들은 인간의 접근을 거칠게 밀어낸다. 다만 이 설원은 만년설인 K2나 안나푸르나처럼 자신이 삼켜버린 사람들을 영겁의 세월 속에 가둬버리지 않고 여름이면 설원의 일부를 녹여 그들의 가족에게 보내주는 너그러움을 베푼다고 한다.

마쯔모토시는 일본 열도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며 성을 중심으로 번성해 온 유서 깊은 도시다. 400년전에 축조된 마쯔모토성은 흑색과 백색의 대조가 아름답고 성 뒤로 보이는 북알프스와 조화를 이뤄 마쯔모토시의 상징으로서 손색이 없다. 국보로 지정된 마쯔모토 성은 일본에 현존해 있는 5층 천수각 중에서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며 전국 시대 말기에 축성됐다고 한다. 천혜의 요새라는 쓰임새답게 5층으로 축조된 성 곳곳에는 일본의 전쟁사를 짐작케 하는 유물 등이 치열했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마쯔모토 천수각 내부구조에는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효과적인 방어시설을 찾아볼 수 있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뚫린 총안(銃眼)은 외부 구멍이 내부 구멍보다 좁게 만들어져 적의 동태 파악은 쉽지만 공격은 막아낼 수 있게 설계돼 있다. 성의 내부에는 총과 활을 쏘기 위한 구멍이 각각 50개와 57개씩 설치됐다.

뜨끈한 온천에 푹 담궈 볼까나~

화산의 나라, 온천의 나라 일본답게 물 좋은 온천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나가노현은 일본에서 온천수가 2번째로 많은 곳이기도 하다. 각각의 온천에는 유황 냄새 자욱하고 알칼리와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어 특유의 색을 내는 온천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좀 꺼려질 듯 하지만 석양과 숲을 배경으로 하는 노천욕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가미고지 인근에 위치한 시라호네 온천은 여러 개의 노천탕과 전통적인 여관이 마련돼 있다. 덕분에 산 속 깊숙이 위치해 눈 앞에 펼쳐지는 설원을 즐기며 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일본 특유의 온천욕을 체험할 수 있다. '3일 정도 이 온천에서 몸을 담구면 앞으로 3년 간은 감기가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온천수의 색이 백골(白骨)처럼 희고 불투명하다고 해서 '시라호네(白骨)'라고 이름 붙은 이 곳은 온천으로 이름 높은 나가노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며 가장 많은 입욕객수를 자랑한다.

정통 메밀국수 비법 대공개!
메밀 국수로 유명한 나가노. 그 중 맛있는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 고나키촌이다. 마침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한창이었다. 앞치마와 머릿수건으로 준비를 하고 밀대로 밀어가며 제 손으로 손수 만들어내는 것에 흥겨운 표정이 역력했다. 맛보는 자신들의 음식에 더 흥미를 보인다. 양파를 가득 넣어 면발을 푹 담궈 먹는 시원한 국수 맛에 반해 넙쭉넙쭉 잘 받아먹는다.

메밀 국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사비. 일본 음식에 두루 이용되는 와사비 농장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와사비 과자,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양갱, 마요네즈 등 새로운 것 개발과 응용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의 취향도 체험할 수 있는 곳. 이 곳은 특히 지하용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등 유기농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관광코스로 개발돼있다.

나가노현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일본 나가노현, 아시아나항공 도야마지점 026-235-7201, 076-491-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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