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자고 이리 공평치 못한 것일까? 어떤 나라에는 이토록 넓은 땅덩이와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관광자원을 선사한 반면, 극동의 어떤 나라에는 이다지도 협소한 영토를 떼어 주고 그마저도 절반으로 갈라놓았는지 조물주의 섭리가 영 못마땅하고 사뭇 한스럽기까지 하다.

한 번도 이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제 적지 않은 횟수의 외국여행을 한 축에 속하게 됐지만 지금껏 세계 어디를 가도 그 나라의 관광자원에 진정 시샘이 일고 질투를 느껴본 경험이 전무했다는 말이다. 종종 기이한 풍광에 넋을 잃고 때로 매혹적인 현지의 분위기에 입이 벌어지기는 했어도 그건 그냥 그 나라의 특색이려니 생각했지, 결단코 한국을 관광자원 열등국으로 치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에 와보니 이 나라가 가진, '풍부한'이라는 형용사로 형용이 부족한 관광자원, 그 중에서도 장대한 자연환경에 시나브로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출장은 투어가 아닌 관광전 참가가 주요 목적이었던 데다 세계적인 대도시로 손꼽히는 토론토 시내에만 머물기로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캐나다의 자연을 접할 기회가 적을 것으로 의당 예상했다. 그래서인지 웅장한 자연의 밴쿠버가 아닌 '건조한' 대도시 토론토의 풍성한 자연과 쾌적한 공기는 의외를 넘어서 감당 못할 부러움을 자아냈다.

◆ 메가 시티에서 맛보는 쾌적함

뉴욕만큼은 못해도, 시카고 정도는 아닐지라도 마천루의 실루엣이 너울거리고 낮밤으로 필살의 비즈니스가 횡행하는 곳이 토론토다. 거대 컨벤션 산업을 숫제 끼고 사는 메가 시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도시의 공기 속에 매캐한 매연 대신 상쾌한 기운이 넘치고, 희뿌옇게 내려앉은 회색하늘을 물리치고 금방이라도 푸른 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맑디 맑은 하늘이 들어서 있는 것은 일견 생경한 느낌을 건넨다.

토론토에만도 크고 작은 것을 모두 합쳐 500여개에 달하는 공원이 있다는 데서 그 단서를 쥐어야할까. 이런 쾌적한 환경 이외에 있는 수목만을 베어 팔아도 몇십년, 땅 속에 묻힌 광물자원만을 팔아도 또 몇십년간 온 국민이 먹고 살 수 있다는 물질적 넉넉함이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거주민들에게 정신적 할랑함과 완보의 여유로움을 안겼음에는 물론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압도적인 이미지라는 것이 있다. 실제 가보지 않았어도, 만지지 않았어도, 맛보지 않았어도 머릿속에 콱 박혀있는 이미지의 대명사 같은 것. 관광지도 마찬가지여서 캐나다 토론토하면 누구에게나 제1순위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코 나이아가라 폭포일 터이다.

남들 다 하는 일은, 남들 다 가는 길은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어설픈 외골수 기질이 있어 ""토론토까지 왔는데 나이아가라 폭포는 보고 가야지""하는 권유에 짐짓 냉담한 척 했지만 버스 차창 밖으로 폭포의 굉음이 들리는 순간부터 토론토 아니 캐나다 이미지의 대명사를 접한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조바심이 일었다.

◆ 마구 토해내는 물줄기, 마구 쏟아지는 굉음

""나이아가라는 볼만해""라는, 나이아가라를 먼저 본 선배들의 전언은 확실히 틀림이 없었다. ""예까지 왔는데 나이아가라는 구경해야지""라는 청을 애써 물리쳤더라면 분명 후회했을 것이다. '1km 이상에 걸쳐서 매분 1억6,000만리터의 막대한 물을 쏟아 붓는 세계 최대의 폭포'라는 매우 객관적인 설명도, '아싸바스카에서 빙하수를 한잔 먹고 나이아가라에 와서 ""나이야 가라!""를 외치니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 60대 할머니가 40대 할머니로 변해 있었다'는 썰렁한 농담도 나이아가라의 거대함과 신비스러움을 형용하기에는 언감생심이다.

종종 인간이란 존재를 아주 간단히 압도하는 자연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그에 대한 경외감을 글로 표현할 길 없어 조바심이 나곤 하는데 이번이 꼭 그 짝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기자로서 '100% 직무태만'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실제 가서 직접 보시라. 그리고 확인하시라.""

또 하나. 이과수 폭포가 더한 웅장함을 자랑한다지만 이 순간 나는 모르겠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엄청난 물줄기와 천둥소리 앞에서 다른 생각이 날 수는 없는 법. 특히 파란 비옷을 입고 '안개속의 숙녀호(Maid of the Mist)'에 승선, 나이아가라의 심장부로 한발짝씩 다가갈 때의 그 가슴 떨림이란! 나이아가라의 물세례가 온몸을 휘감는 순간, 눈도 귀도 마음도 이 끔찍하게 경이로운 광경에 온통 붙잡힌 채 쩔쩔 맨다. 그야 말로 눈길이 닿는 사방이 모두 물·보·라!

나이아가라 글·사진 =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캐나다관광청 02-3455-6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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