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색빛 도시의 삭막함은 시시부지 옥죄어오고, 희뿌옇다 못해 아예 잿빛을 토해내기 일쑤인 메마른 하늘은 침울하기만 하다. 이글거리는 태양에 녹아내려버린 아스팔트의 끈적거림은 또 어떤가. 정말이지 숨이 턱하니 막힐 뿐이다.

서울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가혹하다. 각다분하다. 콘크리트 문명의 손길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어딜 가든 차갑고 딱딱하다. 신록의 상쾌함이 없다. 유함이 없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 한 번 나가려해도 마땅한 곳 찾기에 적잖은 고민을 거듭해야 하니….

그래도 비상구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 가까운 서울 근교로 나갈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서울시내에서 탈출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구름의 집'은 단연 유력 후보의 물망에 오른다. 특히 회색 문명의 왁살스러운 손아귀를 벗어난 아늑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보다 더한 고급스러움을 원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구름의 집은 호텔아카데미하우스의 양식당이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호젓하기 이를 데 없고 아늑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서울 시내에서만 보자면 이만한 분위기 낼 성 싶은 곳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름의 집은 수유동 북한산 줄기 한 자락에 보일 듯 말 듯 다소곳하게 안겨 있어 그 지리적 위치로 보자면 때 묻지 않은 대자연 속 최고의 명당인 셈이다.

구름의 집은 밖에서 보면 영락없이 줄기 굵은 송이버섯을 떠올리게 한다. 삐뚤빼뚤 제멋대로 들어선 소나무 숲 사이에 용케도 뿌리를 내리고 지붕을 드리운 깐깐한 이미지다. 전체 3층 중 2층은 주로 커피숍으로 3층은 식당으로 쓰이는데 특히 3층 내부는 외관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세상 풍파의 갖은 빗줄기를 막아주는 대형 우산 속이라도 되는 듯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빗살무늬로 뻗은 천정의 '우산살' 때문인지 어찌 보면 수줍은 듯 조그맣게 입을 벌린 조개 같기도 하다. 북한산 기슭에 걸친 구름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서 이름은 '구름의 집'이요, 외부에서 바라보면 자연송림에 터를 잡은 송이버섯이요, 안으로 들어가면 빠끔히 입을 벌린 바다 속 거대한 조개다. 한마디로 산과 바다와 하늘을 아우르는 멋과 맛을 지닌 곳이라 할 수 있다.

시원시원하게 설치된 대형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전망 또한 시시각각 그 느낌을 달리한다. 산새 지저귀고 개울물 졸졸거리는 깊은 산속인가 싶더니 어느새 물결 따라 물고기 헤엄치고 해초 너울대는 깊은 해저다. 외딴 곳 아기자기한 오두막인가 싶더니 어느새 심해탐사에 나선 해저잠수정이다.

그뿐인가. 봄이면 벚꽃 흐드러져 현란한 꽃눈이 내린다. 여름이면 푸른 물감이라도 터진 듯 새파란 수풀이 우거져 더없이 상쾌하다. 가을이면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단풍이 뜨겁게 타오른다. 겨울이면 새하얀 백설이 눈꽃을 피워 눈을 부시게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맛보는 딸기음료며 와인이며 계절별 특선 고급 코스요리의 맛이란 '산해진미' 그 말 뜻 그대로일 터이다. 이런 매력 덕택에 별다른 홍보활동이 없어도 고객들은 알음알음 잘도 찾아오는 것일 게다.

이 같은 매력은 3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아카데미하우스 전체를 꿰뚫는 테마다. 자연 속에 파고든 인공의 산물이 아닌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또 하나의 자연이 된 곳이다. 사시사철 북한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설치된 객실은 휴양은 물론 원고집필, 학술연구 등의 목적으로도 인기다. '투사 시절'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묵은 객실 등 사연 많은 곳도 상당수다.

본관에 딸린 한식당 '백운'은 탁 트인 전망과 한국 전통미를 살린 내부 장식 덕에 마치 시골 고향에라도 온 듯한 푸근함과 친숙함을 안겨준다.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그윽한 원두커피 향이 더없는 조화를 이루는 카페 '아카데모스'는 사랑과 낭만을 싹틔우는 곳이다. 칵테일바와 야외테라스에서는 북한산 연봉이 그려낸 한 폭의 풍경화를 조망하면서 흥취에 젖을 수 있다.

또 호텔 측에서는 투숙객과 고객을 위해서 북한산 산책 코스도 안내하고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소요시간과 코스 난이도를 고려해 조병옥 박사 묘, 전은폭포, 4·19 탑, 백련사, 약수암 등으로 산책을 떠날 수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kr


'자연을 품은 산장같은 호텔'
""자연으로 행복해짐을 느낍니다."" 이진하 영업과장의 언급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호텔아카데미하우스의 최대 매력은 바로 자연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했다는 특성상 건축 및 개축, 용도변경 등 자연환경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엄격한 관리를 받기 때문에 인공적 색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1급 호텔이면서도 호텔의 거북살스러운 느낌은 전혀 없는 것이다.

지난 1967년 관광호텔로 시작해 유스호스텔, 국민호텔, 가족호텔을 거치고 지난 99년 다시 종합관광호텔로 재탄생하는 과정 속에서도 그 자연 환경만은 변함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돼 왔다. 여북하면 올해 초 새로 입사한 강경숙 예약담당은 ""나들이 나가는 듯한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한다""며 ""산장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호텔은 서울에서 호텔아카데미하우스가 유일할 것""이라고 강조할까도 싶다.

특히 지난 87년 들어선 구름의 집은 가족단위부터 젊은 연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기를 구가할 정도로 전망, 분위기, 음악, 음식맛,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격조가 높다. 호텔 측은 향후 지속적인 신 메뉴 개발 및 프로모션을 통해 보다 대중적인 장소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조윤호 기획심사팀장은 ""호텔로서 보다는 연수원이나 세미나 장소로 깊게 인식된 게 아쉬운 점""이라고 밝히고 ""기존의 기업 및 단체 대상 직접 마케팅 활동과 함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도 전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방침""이라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재 호텔아카데미하우스는 한창 '신바람 직장배가운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노사가 한마음이 되어 일궈낸 결실로 노사 양측은 이달 초 올해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다함께 신바람 나는 호텔 만들기에 발벗고 나섰다. 사회 안팎이 노사갈등으로 시끄러운 터여서 신바람 캠페인이 더욱 빛을 발하는지도 모른다. 02-993-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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