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면 그 때도 사람들이 이곳에 오기를 원할까?""라고 반문하는 퀸즈타운(Queenstown) 주민의 말처럼 자연경관 그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뉴질랜드 남섬의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가 퀸즈타운이다.

50여명이 탑승하는 작은 규모의 항공기가 크라이스트처치를 떠올라 퀸즈타운을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첫 방문인 때문인지 창 밖 짙은 안개가 못내 마음에 걸린다. 아니나 다를까 구름 속을 뚫고 나아가는 듯 싶더니 다시 솟구쳐 올라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안개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관계로 항공기는 남단의 인버카길(Invercargill)에 착륙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코치를 타고 퀸즈타운으로 향하는 동안 겨울을 문턱에 두고 있는 넓게 펼쳐진 들판에 풀을 뜨고 있는 양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와카티푸 호수와 어우러진 눈부신 절경

퀸즈타운에 가까워지면서 빗방울이 차창문을 적셔 내려갔다. 여왕이 살기에 가장 적당한 도시, 아름답고 다소 거친(?) 도시가 퀸즈타운이라고 지칭된다.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느냐고 묻는 말에 ""인구는 1만5,000여명이지만 이 작은 도시에 65만명의 해외관광객이 찾는다""는 운전사의 답변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

아직 오후 6시가 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퀸즈타운의 도심은 벌써부터 형광불빛이 어지럽게 산란되고 있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말미를 내어 시내구경을 나갔다. 30분을 걸었을까 왠만한 도심의 볼거리는 다 볼 정도로 작은 도시였지만 관광의 도시인만큼 중국을 비롯한 일본, 태국, 중동 음식점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물론 한국 식당도 빠지지 않고 간판이 내걸려 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찾는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경험하게 된 나는 이 한적한 도시가 남섬 호수 일대의 중심 관광지라는 것을 데이투어(Day Tour) 광고 전단이 붙어 있는 상점의 쇼윈도우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듣고 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비행기로 다녀오는 투어나 스키장으로 향하는 버스, 번지 점프 등 이루 말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 많은 액티비티가 선뜻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다음날 아침에 되어도 밝게 달아오른 해는 볼 수가 없었다. 대신 잠시 동안 잊고 지냈던 눈이 테라스 위 난간에 수북히 쌓여 있다. 이것 저것 일정을 잠시 동안 살피고 있는 어느새 주위가 환하게 밝아오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장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카티푸(Wakatipu)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에 하얗게 쌓여 있는 눈들이 호수의 파란색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뤄낸다.

자연 속에 펼쳐지는 액티비티의 천국

퀸즈타운 거주자들은 가장 방문하기 좋은 계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추천한다. 계절마다 변화되는 산맥들의 다채로운 빛깔들이 변하지 않는 와카티푸 호수와 함께 절경을 이뤄내는 것과 동시에 각 계절마다 다양하게 제공되는 액티비티가 퀸즈타운의 명성을 이어주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정반대의 기후인 만큼 준비를 한다고는 했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이 옷을 여미게 한다. 와카티푸 호수를 본격적으로 답사하기 위해 제트보트 위에 몸을 실었다. 투명하다 못해 짙푸른 물살을 가르며 호수로 유입되는 물길을 따라 올라간다. 가끔씩 오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물 흐르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온다. 살을 에이는 세찬 바람에도 일행사이에서는 제트 보트의 속도감에 만족하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둘러보는 풍경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광활한 자연 사이를 빠르게 파고 드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너무 기분을 내었나' 찬바람을 맞은 얼굴의 느낌이 그리 좋지 만은 않다. 저녁이 되어서 퀸즈랜드 관광청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수표면에서 790m에 위치한 봅(Bob) 봉우리로 향하는 곤도라를 탔다. 수직으로 450m의 이동거리에 위치한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교통수단인 곤도라는 시간당 7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정상을 향하는 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온 프리랜서 기자가 줄이 끊어질 것 같다고 수선을 피우는 속에서도 차장 밖으로 펼쳐지는 퀸즈타운의 밤의 전경 속에 하나둘씩 켜져 가는 불빛이 시각을 자극한다.

간단한 인사 속에 뉴질랜드 음식의 참맛을 제공하는 6가지 코스가 한참 동안의 시각의 어려움이라도 인식한 듯 미각을 즐겁게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펼쳐져 있는 와카티푸 호수는 낮에 보여주는 전경과는 다른, 밤에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함을 물씬 풍기며 다음날을 기대케 한다. <계속>

퀸즈타운 글·사진=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