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비행 끝에 내린 후쿠오카 공항엔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출장 중에 비를 만났다는 불편함 보다는 마른 땅, 마른 하늘 뿐이었던 서울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렸던 귀한 비를 가까운 이웃나라에서 만나게 된 안타까움(?)을 가슴 가득 안고 모지항 레트로로 향했다.

아침을 거르고 먹은 기내식이 조금 모자랐나. 케익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로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들른 곳은 1912년에 만들어진 옛 세관건물로 지금은 모지항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과 전망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커피숍 창가 자리에 앉으니 푸른 바다와 그 위에 걸려 있는 블루 윙 다리가 시선에 잡힌다. 블루 윙은 일본에서 유일한 보행자 전용 개폐식 다리로 하루에 6번 개교하는데 때마침 시간이 맞아 다리가 올라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곳 모지항은 과거 외국항로의 요충지로 번영을 누렸던 항구다. 레트로 지구로 새롭게 태어난 것은 1995년. 레트로가 '옛날을 그리워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과거의 낭만을 살리고 추억을 기억해낼 만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아름다운 유럽식 건축물들 사이에 유독 큰 키와 웅대함을 자랑하는 현대식 건물은 의외로 맨션아파트. 맨 꼭대기 층인 31층에 전망대가 있어 주변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바다를 가로지르며 시원하게 뻗어있는 관문교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모지항 주변은 역사적인 건물들도 많지만, 거리 곳곳에 작고 아기자기한 커피숍, 도자기점, 꽃가게 등의 상점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 상점들을 배경으로 한다면 아무렇게나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예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실질적으로 모지항 관광이 시작되는 곳은 JR이 지나는 모지역이다. 이탈리아의 테르미네역을 모델로 만들어졌는데 1914년 당시 지어진 그대로다.

역 광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유리제품 전시관을 비롯한 앤틱 숍, 해물 요리점 등의 각종 상점이 입점해 있는 가이쿄 플라자가 있다. 생선과 건어물을 파는 가게의 청년의 화려한 복장이 눈에 띄어 들어가니 양념을 발라 금방 구운 따끈따끈한 생선을 맛보라고 권한다. 아직도 허기가 남았나, 맛이 기가 막혔다.

기타큐슈시의 번화가인 고쿠라는 옛 도시의 정취와 활기찬 현대적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이다. 고쿠라 역 주변에는 백화점과 상가 등이 밀집한 쇼핑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최신 유행을 살펴보기에는 더없이 좋다. 잠시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여유로움을 찾고 싶다면 고쿠라 성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에도 시대의 성주가 살았던 고쿠라성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옛 성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성 옆의 정원은 무사의 저택을 재현하고 있는데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한 후 전통의 예법을 지켜 만든 차를 마실 수 있다.

기타큐슈 글·사진=유난영 기자 ynyo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일본국제관광진흥회 (02) 732-7525

신나는 우주 체험 - 스페이스 월드
철강산업이 발달하면서 누렸던 기타큐슈의 화려한 명성은 공해와 환경오염으로 가득한 도시라는 오명으로 이어졌다. 공업의 쇠퇴와 함께 침체된 도시를 살리기 위해 관광지로의 개발이 시작됐는데, 그래서일까 거리 곳곳에 자리한 회색빛 공장건물들이 관광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아 보였다.

관민의 노력으로 과거의 찌든 때를 벗고 다시 태어난 기타큐슈. 그 결실 중의 하나가 스페이스 월드(space world)다. 1990년 개장한 스페이스 월드는 세계 최초의 우주 테마파크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어트랙션이 있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찾기에 적당하다. 특히 미국의 나사(NASA)와 동일한 우주비행사 훈련프로그램인 스페이스 캠프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국내의 수학여행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 단체들이 많이 찾고 있다.

우주비행 훈련 체험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야외놀이 공원에서의 짜릿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간은 더욱 즐겁다. 이곳까지 와서 놓치고 가면 후회할 것은 세계 최대의 경사라는 타이탄. 60미터 높이에서, 60도의 경사를, 시속 115km로 급강하하며 선보이는 부메랑 회전, 5연속 업다운은 중력, 무중력, 원심력이 총동원된 우주비행 그대로의 스릴과 흥분을 느끼기에 너무나도 충분하다. 또한 약 100미터 높이까지 올라가는 관람차 스페이스 아이를 타면 스페이스 월드와 시내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즐거움과 아슬아슬한 쾌감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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