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은 얕은 파도로 연중 해양스포츠가 가능한 필리핀해와 깊고 푸른 태평양해를 동시에 끼고 있는 천혜의 야누스 섬. 자연적인 양면성 외에도 평온하고 조용한 휴양지의 이면에는 2차 세계대전의 격전지라는 아픔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색다른 북마리아나를 찾아라>-
1. 로타섬 원시림에 빠지다
2. 특급호텔 이색 서비스 총집합
3.사이판 관광 입맛대로 골라한다

◆ 눈부신 해변서 슬픈역사를 만나다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의 양대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사이판은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징용의 아픔이, 일본인에게는 승전의 화려함과 패전의 상처가 배어있는 곳이다. 그만큼 같은 관광명소를 바라보는 양국의 감회가 다를 수밖에.

여행자의 대부분이 기가막힌 바다색과 해변풍경 때문에 사이판을 찾지만, 평화로움 속에 묻혀진 역사앞에서는 각기 다른느낌에 빠져든다. 한국인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에 하나는 '한국인 평화 위령탑'이다.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으로 끌려왔다 죽은 한국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위령탑은 무궁화를 상징해 지어졌다는 기단에 이어 가장 꼭대기에 평화의 비둘기상이 세월속에 녹아있다. 그 새의 머리가 한반도의 끝자락과 직선으로 닿아있다는 말은 증명되지 않은 속설. 관광전 잠깐의 묵념으로 애도하는 마음 한자락 대신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중심으로 해변가가 펼쳐져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포인트도 전쟁의 흔적들이 대부분이다. 사이판 최북단 마지막 수천명의 일본군이 투신자살했다는 '만자이 절벽'이나 항복을 거부한 일본인들이 뛰어내린 '자살절벽', 일본군 최후의 사령부가 있던 '라스트 코맨드 포스트(Last Command Post)에서는 가끔 일본인 관광객과 맞닥뜨리지만 그네들의 관광과는 사뭇 다를터. 꼼꼼하게 사진을 찍고 안내를 듣는 일본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대부분 한번 휙 둘러보거나 멋진 절경에 감탄하는 것으로 마감한다. 반면 보리수 나무가 감싸고 있는 옛 화장터의 흔적이 더 눈에 들어온다면 너무 민족주의적일까.

평화 위령탑을 지나 계속 올라가면 포장도로 끝부분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석회섬을 볼 수 있다. 유일하게 격전지가 아니었던 이 섬은 구멍마다 둥지를 튼 새들 탓에 일명 '새섬(Bird Island)'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섬인 사이판의 축소판으로 일컬어지기 때문에 바로 앞 연녹색 해변은 '사이판의 어항'이라고 불린다.

사이판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산호 방파제가 깊은 파도를 중앙에서 모두 막아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모두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오산.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물놀이가 가능하지만 뒤편 바다에는 지구의 반 이상을 가르는 '마리아나 해구'가 자리잡고 있다. 가장 깊은 해구로 기네스북에 오른 마리아나 해구의 길이는 1만1,304m나 된다. 백두산이 2,744m, 에베레스트산이 8,842m인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길이인 셈이다.

◆ 챠모르인 공연으로 열대의 하루 마감

자연적인 풍경과 역사적인 유적지가 식상하다면 원주민들의 공연 한마당은 어떨까. 하파데이(Hafa Adai) 문화센터와 챠모르니언(Chamolinian) 문화센터 두곳에서는 챠모르 원주민들의 전통 무용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파데이 문화센터는 1년정도 된 곳으로 'Mr 위'로 통하는 엔터테이너 위양호씨의 진행으로 매끄러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시종일관 배꼽을 잡는 매끄러운 진행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공연단의 호흡, 다채로운 쇼는 보는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에 비해 챠모르니언 문화센터는 한국인 못지않은 발음으로 한국말을 구사하는 원주민 세바스찬의 기타연주로 시작된다. 쇼의 진행이나 공연의 수준은 하파데이에 비해 약간 아마추어적이지만 관광객들과의 어우러짐은 훨씬 자유롭다. 어린아이들의 귀여운 동작과 마지막 캠프파이어 연출도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두 문화센터 모두 마지막 순서에 현지인들과의 차차차 댄스 순서가 있어 자유롭게 차모르인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가격은 현지식의 저녁을 포함해 US$100 정도며 월, 화, 목, 토요일 저녁에만 공연이 있다. 〈끝〉

사이판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북마리아나 관광청 02-752-3189


'사이판관광이 변한다'
서울에서의 낮은 상품가격 대신 현지에서의 높은 옵션요금으로 행사를 진행해온 사이판 관광이 자체 정화를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사이판내 옵션요금은 다른 국적의 여행사보다 대략 30% 비싼편. 서울에서의 출발요금을 맞추다보니 현지에서의 부대요금이 높아진데다가 해양스포츠 및 이동시 가입해야 하는 보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 가이드 활동을 해온 업체들의 난립으로 시장자체가 혼탁해진 상황. 사이판 한인 관광협회 황인택 회장은 ""심할 경우 A여행사를 통해 현지에 도착한 여행객이 옵션 등은 다른 업자에게 하고 A여행사를 통해서는 숙박과 항공만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며 ""당장의 수익적인 부분도 타격을 받지만, 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은 불법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건전한 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사이판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여행사는 27개. 한인관광협회는 우선 투명한 경쟁을 위해 '가이드 유니폼제'를 도입했다. 협회에 가입된 여행사라면 공항샌딩부터 유니폼을 입고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황 회장은 ""간혹 손님들이 가이드의 무신경한 복장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곤 했는데 이제 그런점에서 편리해졌고, 한국인 가이드의 복장이 하나로 통일됐다는 점도 매우 의미가 있다""며 ""사이판 이민국에서도 매우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한 ""만약 복장을 입지 않고 영업하다가 불법으로 단속됐을 경우에는 협회차원의 도움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문제시 돼오던 현지 옵션가에 대해서는 지난 9일 사이판관광 '영업전략 세미나'를 통해 업체간의 협의가 대략 이루어졌다. KTB KOREANA의 오동민 소장은 ""서울 상품가의 인상이 먼저냐 현지 옵션가격의 인하가 먼저냐의 고민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당장은 옵션가격을 내려 경쟁력 없이 난립해있는 현지의 군소업체들을 어느정도 정리한 후 호텔과 식사비등을 정상화 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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