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여행업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1. 빛 바래는 여행사 명함
2.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학생에게 듣는다
3.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직원에게 듣는다
4.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임원에게 듣는다
5.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국내 여행업계도 많은 변화의 시간을 보냈다. 해마다 급증하던 해외 관광객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IMF라는 칼바람 앞에 내노라하던 여행사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다시 해외여행이 늘어나며 정상 괘도를 찾고 있지만 정작 여행사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풀어야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본지는 창간9주년을 맞아 올해 전개하고 있는 캠페인 '이제는 격을 높이자'의 일환으로 여행사를 사이에 두고 예비 여행인과 직원, 고용자가 바라보는 현재의 모습과 희망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얼마 전 한 결혼정보회사(www. piery.co.kr)를 통해 미혼 여성들이 바라는 예비신랑의 희망연봉은 3,200만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성회원 1,8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응답자중 65.1%가 신랑 연봉이 2,000~3,000만원, 20.9%는 3,000~ 4,000만원 사이를 희망했으며 2,000만원 이하는 10.2%에 불과했다.

30대 회원의 경우에는 희망 연봉이 더 높아진다. 절반 가까운 49.1%가 3,000~4,000만원 사이를 꼽았고 4,000~5,000만원이 27.3%, 2,000~ 3,000만원이 11.4%로 뒤를 이었다. 반면에 2,000만원 이하는 1.2%로 곤두박질한다.

일간지 기사를 통해서도 보도된 이 같은 설문 결과가 발표된 날 여행사에 근무하는 미혼 남성들은 애꿋은 담배만 피워댔다. 게다가 '경제력이 좋다면 나이나 다른 조건은 극복할 수 있다는 여성들도 상당수'라는 결혼정보회사 관계자의 친절한 설명까지 읽고나면 쓴 소주 생각이 절로 나기 마련이다.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3,200만원이면 10년 이상을 여행사에서 몸 담은 차장급 이상이나 돼야 바라볼 수 있는 연봉이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연봉을 기준으로 신랑감을 찾는 여성은 필요 없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씁쓸한 마음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높은 연봉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같은 관광업인 호텔이나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아쉬움은 머리 속을 맴돈다.

대형 패키지 여행사에 근무 중인 김 과장은 지난 달 29일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 중'이라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이 있지만 여행사 일이 지겨워졌다""는 것이 사직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떠나고는 싶은 데 10년 가까이 여행사에만 있어 온 그로서 여행업 이외의 마땅히 다른 일을 찾기가 막막'하기에 결정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극단적인 방법이 전부가 아니다. 이미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하지만 특정 기업이 아닌 직종으로서의 여행사 자체에 대한 매력마저 그 빛을 잃으면서 부작용도 끊이질 않는다. 낮은 급여와 엉성한 회사 운영을 이유로 자신이 상담한 손님을 다른 여행사나 랜드에 넘기고 수수료를 챙기거나 랜드사나 인센티브 주관 회사와 함께 견적서의 금액을 조작하는 킥백(Kickback)이 공공연하게 오고가는 것도 여행업계의 어두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 단면이다.

이 모든 악순환이 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여행사는 다른 사람들이 웃음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람 있는 일이고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창의적이고 자유스러운 직업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여전히 많은 여행사 직원들은 낮은 급여 외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 당초 꿈꿨던 이상과의 갈등, 의욕 상실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

90년 대 초 '여행이 좋다'는 열정 하나로 S대를 졸업하고 A여행사 해외여행부와 TC, 현지가이드 등의 생활을 했던 W씨는 '입사 초기 여권과 항공권 사이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단순 작업과 휴일에는 공항에 나가야 하는 과중한 업무'를 떠올리면서 ""단조롭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 경력을 쌓고 지위에 올랐다고 해도 별다른 비전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며 여행업계를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가이드 생활동안 겪어야 했던 '양심의 가책' 또한 패키지 상품 위주의 한국 여행업에 대한 회의를 가져오게 했다.

이미 업계를 떠난 사람의 옛 얘기지만 지금의 사정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여행사의 뻔한 마진 속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덤핑경쟁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여행시장의 다변화는 전통적인 여행사와 여행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의 여행사가 취업 희망자들이 선호하는 직종 1순위에 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부터의 그림 그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취재팀=김기남, 김선주, 천소현기자


'마냥 좋았던 그때 그 시절'
여행업에 환멸을 느낀 신참들이야 술술 털고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이미 빼도 박도 못하게 된 중·고참들은 후배들에게 냉철한 충고를 하고나선 신바람 났던 옛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을 수 있을 뿐이다.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여행업의 모습은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다. 우선 상품가격만 보더라도 주로 고가격대의 장타 상품이 주를 이뤘다. 유럽일주 22일, 미주 17일, 동남아 15일 등 주요 지역을 골고루 포함한 장기간, 장거리 여행이 주종이었다. 일본만 해도 8박9일 일주가 기본이었다. 가격도 100만원~400만원대가 주종을 이뤘다. 높은 가격책정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만 해도 여권을 받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 여권을 잘 뽑는 직원은 당연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정상가격을 받다 보니 여행사의 이익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이야 두당 1만원 마진으로 진행하는 상품이 수두룩하지만 당시 동남아 15일 상품의 경우 1인당 30~40만원의 마진은 기본이었다. 때문에 한 달에 서너 팀만 행사해도 웬만한 여행사는 먹고 살 수 있었던 셈이다. 여행사 직원의 수입도 풍족했던 것은 당연지사. 월급은 일종의 기본급 개념에 불과했다. 투어리더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높아서 팀과 함께 출장 한 번 나갔다오면 '월급보다 많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출국 전 손님들은 담당 투어리더를 '모시고' '잘 부탁한다'며 거나하게 술이든 밥을 사는 풍경도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월급보다 부대수입이 더 '짭짤했던' 것이다. '여행사 직원 3년만에 집 못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였다고.

영어를 기본으로 스페인어나 일본어 등 제 2외국어 하나쯤은 구사할 정도가 돼야 여행사 직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과 대우 또한 높았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에는 현지에 한인 랜드가 없었던 터라 투어리더의 역할과 능력은 곧 성공적 행사 진행의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90년대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단기간, 단일 목적지, 저가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여행사 직원도 그저 최저 생계비 수준인 월급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 비춰보면 80년대 말, 그 때 그 시절은 아련한 향수를 자아낼 뿐이다.


여행사 어떤 직업이 얼마나 버나
인바운드 업체 판매담당은 이른바 인바운드 여행사의 꽃으로 불린다. 호텔 및 식당 수배 등 인바운드를 구성하는 업무 중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이 가장 강하기 때문. 판매담당은 가이드가 안내할 모든 일정을 구성하고 꾸미는 일종의 '여행코디네이터'다. 현재 4년제 대졸 남성 초임의 경우 업체에 따라 80~105만이며 91만원 정도를 평균으로 볼 수 있다.

관광통역안내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반자며 안내자며 통역원이다. 관광지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호텔, 식당 등 일정상의 모든 부문이 이들의 업무 영역이다. 소속된 여행사로부터 받는 기본급(대략 30~40만원)과 안내에 따른 팁과 수수료가 수입의 원천. 신참의 경우 매월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2~3년이상 경력 자들은 200만원 이상도 거뜬.

투어컨덕터(TC)는 가이드와 반대의 개념. 해외관광에 나서는 내국인들과 일정을 함께 하며 공항수속에서부터 현지 안내, 통역, 일정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다. 현지 사정에 밝아야 되고 영어, 일어 등 해당 외국어의 자유로운 구사능력은 기본 요건. 현재까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일반적이다.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이 수입원천인데 5일 일정 기준 한 단체당 일반적으로 30~4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카운터는 아웃바운드 여행사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추적인 항공권 예약 및 발권 업무를 맡는다. BSP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가 늘면서 인기와 몸값 모두 상한가를 치고 있다. 대부분 선배 카운터를 통해 업무를 익히게 되는데 '웬만한' 실력을 갖추는 데도 최소 2년이 소요될 정도로 업무가 전문적이고 복잡다단. 때문에 초임은 다른 사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일단 업무를 익히고 나면 스카우트 제의도 많고 임금도 껑충뛴다.

영업과 OP는 상품판매의 핵심 인력이다. 영업직은 발로 뛰는 현장 세일즈맨이다. 직판여행사 대상 영업활동에서부터 팀구성을 위한 업체간 연합 모색 등 업무 폭이 넓다. 영업이 발로 뛰는 업무라면 OP는 말로 뛰는 업무다. 고객을 상대로 상품설명부터 예약 유도 등을 담당한다.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80~100만원의 초임이 일반적 수준이며, 간판여행사는 이보다 약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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