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여행업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1. 빛 바래는 여행사 명함
2.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학생에게 듣는다
3.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직원에게 듣는다
4.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임원에게 듣는다
5.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관광학과 재학생과 '직장으로서의 여행사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얘기들은 많지 않다. 전공자들이 현장에서 뛰는 비율이 높으면서도 이론과 실제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 관광학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2년 혹은 4년간 관광학을 전공한 학생들이라고 해도 여행사에 대한 지식은 일반인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처음부터 앞으로의 진로로 여행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드물다. ""아무래도 호텔 쪽을 원하죠. 실제로 실습을 하면 호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고, 정직원이 될 기회도 많지 않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지만 그래도 '폼생폼사'가 중요하잖아요.""

F여행사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어느 관광학 전공학생의 말은 전반적인 학생들의 인식을 대변한다.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업 1순위는 호텔. 다음으로 TC나 항공사, 그리고 국제회의나 컨벤션 분야의 신종직종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들이 생각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과는 달리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덕대학의 이용일 교수는 ""최근에 호텔리어라는 드라마도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때문인지 학생들이 대부분 호텔만을 선호한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여행사 카운터는 평생직업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취업기회도 호텔 쪽보다 더 많다고 강조하지만 진로지도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교수들 대부분이 현장경험이 없다는 점도 현실적인 진로지도가 어려운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현장의 전문가들이 강단에 등장하면서 산학협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학생들이 느끼는 이론과 실제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교육과정을 마친 전공자들에게 조차도 여행업에 대한 직업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주지 못하는 것은 학계뿐 아니라 현장의 선배들이 안고 있는 커다란 고민거리라 할 수 있다.

입시 전문기관인 대신학원이 전국 대입 수험생(51만1,058명)들의 학과 선호도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인문 계열의 선호도 상위 100개학과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과는 세무대, 관광경영, 경찰행정, 사회과학계, 신문방송학과 등의 순위로 나타났다. 이들 학과의 평균 경쟁률은 20:1을 넘어섰다. 어문계열에서는 관광영어, 사회과학에서는 관광경영 등이 최근 5년간 연속적으로 인기학과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2~4년의 학업만으로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현실에서 보면 정부나 매스컴 그리고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관광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나 잠재력은 그저 허상이거나 거품일 때가 많다. 높은 성적과 밝은 전망을 안고 관광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실망감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동기생들 중에서 절반 정도는 관광 쪽이 아니라 다른 공부를 해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L양)
""같은 과에는 눈에 띄게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있는데, 솔직히 내가 그 성적이면 다른 데 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대전 대덕대학교 관광일어통역 K양)

이런 실망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실에 눈을 뜰수록 다소 누그러지는 게 일반적 경향이다. 일부는 자신과 현실에 대한 보다 냉정한 판단 덕택이고 또 일부는 자신이 선택한 현실과 일종의 타협을 본 결과다. 이 과정에서 교수나 선배들의 조언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신설학교나 학과가 많아 역사가 짧은 관광학계의 현실상 그런 기회조차 넉넉한 것만은 아니다. 때문에 호텔이나 여행사 등에서의 현장실습은 진로결정의 현실적인 잣대로 작용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전에 다니던 직장보다는 일 자체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호텔 등에 비해 여성들도 차별 없는 것 같고, 해외여행도 가끔 할 수 있으니까 좋잖아요. 개인적으로 적성에도 맞아요."" 여행사, 호텔, 항공사 등으로 전공이 나눠있는 장안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은영씨는 졸업후 여행사에 취직을 할 계획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초봉수준이나 근로여건 등에 대해 들었지만, 차별 없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은 여행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덕대학교의 이정양도 실습을 통해 여행사에 더 호감을 갖게 됐다.

""원래 TC가 되고 싶었는데 실습을 하면서 여행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자격증이 그냥 나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여행사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기로 결정했어요."" 이처럼 실습을 통해 여행사 종사원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가치판단과 현실인식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여행사의 근무여건 등 제반 조건에 대해서도 만족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당장 취직이 급한 마음에 비교적 문이 넓은 여행사를 두드린다고도 볼 수 있다.

모 홀세일 업체에 실습 중인 한 학생은 ""이미 여행사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이상 쓰든 달든 일단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냐""며 ""최종판단은 현장에서 직접 뛰어 본 다음의 일""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 배경이야 어찌됐듯 이들이 지망하는 여행사의 폭 또한 광고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소수의 여행사에 한정돼 있을 뿐이다. 그 외 7,000여개에 이르는 여행사들에 대해서는 알고 싶은 마음도, 알 수 있는 기회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특별취재팀 = 김기남, 김선주,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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