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여행업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1. 빛 바래는 여행사 명함
2.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학생에게 듣는다
3.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직원에게 듣는다
4.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임원에게 듣는다
5.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한국일반여행업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2001년 4월말까지 등록된 한국의 여행사수는 7,000여개를 넘어섰다. 국내여행업체와 국외여행업체가 각각 3,000여개가 넘고, 일반여행업체도 65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그 종사자 수는 고작 1만2,000여명. 하나투어처럼 직원이 500여명인 대형 여행사도 있지만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한 여행사에 직원이 평균 2명이 안 되는 꼴이니, 그만큼 '나홀로 여행사'가 많다는 말이다.

이렇게 규모면에서 편차가 심하다 보니 여행사마다 근무여건이나 환경, 인사관리 등도 고용인 마음대로, 천양지차다. 또한 각 여행사별로 직원들이 느끼는 만족도도 '최고의 직장'이라는 극찬에서부터, '미래가 없다' '당장 그만두고 싶다'라는 불만까지 극과 극을 이룬다. 물론 직원들이 100% 만족하는 직장은 없다. 그러나 개인의 적성이나 포부와는 상관없이 여행사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슴앓이가 있다.

""일도 재미있고, 견문을 넓힐 기회가 많아서 좋기도 한데, 가슴 한 곳이 항상 서늘하죠"" '온라인 여행사니 뭔가 다르겠지'라며 친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30대 후반의 나이로 여행사에 입문해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달 말 사표를 제출한 K과장의 말이다. 안정된 자리를 찾아야 할 나이의 가장으로서 느끼는 가슴의 서늘함은 견딜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지난달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등의 문제로 파업사태까지 벌어졌던 한진관광은 타 여행사에 비해 월급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진관광의 입사 7년차 과장대우의 평균 월급은 205만416원. 그나마 세금을 제하면 18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 4인 가족의 한달 생활비다. 식비 40만원, 두 자녀의 교육비 60만원, 보험료와 아파트 관리비, 제세공과금 등으로 또 40여만원 이상이 훌쩍 나가면, 잔액 40여만원. 기타 지출을 제하고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저축하는 돈은 10만원이 안 된다.

'여행사 박봉'에 대한 불만은 너무 식상한 얘기라 새삼 말을 꺼내는 것이 무안하다. 최근에는 해마다 회사재무구조를 공개하고 이익을 사원들에게 환원하겠다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으나 지갑을 열어도 먼지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은 '돈'보다는 '경험'을 쌓겠다는 마음으로 여행사에 입문하지만 보릿고개가 길어지면 몸도 마음도 건강함을 잃게 마련이다. 팀을 빼돌리거나 사재를 챙기는 직원들도 있게 마련이고, 고귀한 '소명의식'이나 기본적인 '서비스 정신'도 각박해지게 된다.

""월급도 월급이지만, 고객들이 여행사 직원이라고 하면 '시다바리'정도로 밖에 취급하지 않는 것도 견디기 힘들어요. 여행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맞선을 거절당한 후배도 있었죠."" ""아무리 서비스업이라고는 하지만 처음에는 스스로도 '사기'치는 기분이 들 때가 있을 정도로 잘못된 관행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하루 종일 전화 붙잡고 씨름하고, 성수기가 되면 매일 야근에, 월급도 적은데 남들 놀 때 일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경력이 쌓인 여행사 직원들이 선택하는 탈출구는 연봉 상승과 직결되는 '회사옮기기', 혹은 꿈을 펼칠 수 있는 '나 홀로 여행사'의 설립이다. 웬만한 여행사 대리급 이상은 최소한 2~3군데 이상의 여행사 근무 경험을 가지고 있고 사람에 따라 1년에 한번꼴로 직장을 옮기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여행사 경영인들과 임원들은 잘 훈련된 인재가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고 서슴없이 말하지만 사원들은 인재에 대한 회사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동기부여에 부족함을 느낀다. ""일주일 정도 교육받고 나서 바로 부서로 배치됐어요. 일이 많고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스스로 배워야 하는 것이 많아요""

신입사원 시절의 여행업에 대한 전반적인 입문 교육을 제외하면, 사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나 재투자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적이 곧 연봉인상으로 이어지다 보니 애사심이나 사내에 일관성 있는 체계 수립에 대한 인식도 희박하게 된다. ""다른 회사에 비하면 진급이 빠른 편이죠. 작은 여행사일수록 그렇구요.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업무적으로는 여행사별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작은 전문여행사에 있다가 IMF때 사정이 어려워서 그만뒀는데, 최근에 동업 형태로 다시 개업했어요. 근데 몇 년이 지나도 여행업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더라구요.""

짧은 기간동안 한국의 관광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고 21세기의 촉망받는 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진보의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관광산업 발전의 필연성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상과 현실의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물론, 여행업이나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많은 직원들도 있다. 여행사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일년에 서너 차례씩 돌아오는 출장의 기회, 동등한 남녀의 대우, 많은 스카우트 기회 등을 장점으로 든다. 이 밖에도 개인적인 적성이나 서비스 마인드에 의해 만족도가 좌우되기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이리저리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현재의 월급에 만족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스로 찾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배울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잘못된 부분도 많고, 아직 체계가 없는 부분도 많으니까 여행업의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싶어요."" 보람을 느끼고 언젠가는 자기가 꿈꾸는 여행상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소망 하나씩을 품고 있는 직원도 많다. 연봉 3,800만원을 받는 V여행사의 C차장은 ""처음에는 갈등도 많았지만 자기 관리를 잘 하면 월급도 웬만큼은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젊게 살수 있어서 좋구요. 다른 직장에 다니는 또래의 친구들의 찌든 모습을 보면 그래도 내가 낫다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C차장도 자식의 직장으로 여행사를 추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여행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흔쾌히 '그렇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특히 입사 1~3년차의 젊은 직원들일수록 단지 '몇 년간의 사회경험을 위해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업을 원하면서도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이들의 고민은 그동안 쌓은 얼마간의 경력도 일단 여행업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인정받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여행사 직원들이 과연 전문가인가'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여행사의 수준이 슈퍼마켓도 안되는 것 같아요. 동네 구멍가게 있죠? 바로 그거예요"" 스스로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거나, 스스로 만든 결과가 아니냐는 반성의 목소리도 높지만, 여행사의 난립이나 제살 깍아먹기 경쟁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전에는 서늘한 가슴을 쓸어 내릴 수 밖에 없다.

특별취재팀=김기남, 김선주, 천소현기자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