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아련히 피어오르는 물 아지랑이가 한껏 낭만에 젖게 만든다. 푸른 녹음이 우거진 대지는 이미 한 여름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금세 사라진듯하다가 산구비를 돌면 나타나는 남한강 자락. 자동차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한껏 열어놓고 촉촉한 물기가 묻어있는 바람을 마신다. 언제 삭막하고 복잡하기만 한 도시 속에서 생활했냐는 듯 금세 몸이, 그리고 마음이 깨끗해진다.

서울에서 동쪽으로 차로 1~2시간 거리. 무작정 목적도 없이 강을 거슬러 차를 몰고 달리다보면 들어서는 곳 경기도 양평. 너무 지척에 있어서 일까? 자주 와보고 잘 안다고 생각해도 막상 길거리에 늘어선 카페촌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겨우 생각해낸 것이 한 10여년 전 학교다닐 때 버스타고 기차타고 대학동기들과 우르르 찾아 나섰던 MT 장소였던 용문산. 그리고 그 자락에 아래 위치한 늙었지만 위풍당당했던 은행나무가 고작이다.

굳이 특정 목적지가 있지 않더라도 양평은 서울이나 서울 근교에서 당일 나들이 코스로 찾기 좋은 여행지라는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문화와 예술의 공간이기도 하다. 독특한 외관과 실내장식으로 무장하고 서로 겨루듯 늘어선 이색 카페들이 많다는 건 일찍이 알려진 사실이고 화가들이 마을을 이루며 작업실도 가꾸고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좀더 뒤져야 알 수 있다.

이들 갤러리는 거대한 하나의 강줄기가 다시 두 개로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양평군 내 북한강과 맞닿은 서종면, 남한강과 맞닿은 강상·강하면, 그리고 용문산이 위치한 용문면을 중심으로 산재해 있다. 양평군이 배포하는 관광지도에 소개된 갤러리만 해도 예닐곱군데. 가장 규모가 큰 '바탕골 예술관', 97년에 오픈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갤러리 아지오', 야외 화랑인 '갤러리 서종', 용문면사무소 옆에 위치한 용문갤러리, 양평군민회관 지하에 있는 '양평맑은물사랑미술관'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금갤러리, 초막요미술관, 무너미화랑 등 찾아보면 얼추 10여개가 넘는다.

양평에 화가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예술작업에 몰두하려는 화가들이 작업실 겸 생활터전 겸해서 찾은 곳이 양평. 서울에서 멀지 않은 점도 제격으로 어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산과 강, 들이 어우러진 이곳은 자연 그대로가 하나의 그림. 문외한인 방문객들도 탄성을 지르며 그 화폭을 배경삼아 셔터를 누르는데 하물며 전문가들에게야 거기에 상상과 색감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한 1년전까지만 해도 한 갤러리 큐레이터의 아이디어로 일반인들이 화가마을을 탐방할 수 있는 여행프로그램이 개발, 운영돼 왔다. 일명 '화가마을로 떠나는 예술기행'. 오전엔 갤러리들을 방문해 작품들을 관람하거나 작가와 대화도 나누고 점심식사 후에는 가볍게 산책도 하고 화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해 직접 작업과정을 구경하는 일정이었던 이 프로그램은 그만 재정적인 이유로 무기한 중단됐다고 한다.

갤러리아지오의 김재성 실장은 ""2년전 쯤 꾸준히 인기를 얻었는데 소규모 갤러리에서 나서서 운영하려고 하니 재정, 인력이 부족해 중단하게 됐다""며 ""지역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살리려면 군이나 보다 큰 업체에서 나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은 이 부근을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지정해 보다 이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갤러리들로서는 하루가 아쉬울 뿐이다.

갤러리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제 갤러리들을 들여다보자. 이 지역에서도 가장 규모가 커 갤러리라고 부르기가 민망한 바탕골 예술관. 강하면 운심리,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미술관과 함께 영화관, 도자기공방, 레스토랑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관 2년 만에 양평의 대표적인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주차공간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시원하게 설계된 시설, 적극적인 마케팅과 운영 등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겠지만 인기 비결은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컨셉을 내세운 점이다.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공작실과 도자기 공방. 공작실에선 직접 방문객들이 캔버스나 부채 등에 그림도 그리고 가방이나 티셔츠에 스스로 하는 염색 공예도 배운다. 도자기 공방에선 물레와 흙을 이용해 얼굴이나 컵, 손도장, 장식함, 그릇 등도 빚는다. 약간의 재료비만 지불하면 자기 작품들은 가져갈 수도 있고 전시해놓을 수도 있다.

연중 열리는 아기자기한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내달 26일까지는 개관 2주년 기념 생일 파티가 열린다. 조덕배 콘서트(7월21일), 시낭송과 바비큐파티가 함께한 시낭송회(7월14일), 각종 공작도 하고 김밥만들어 먹고 미술관 투어도 하는 1일 문화체험(7월25,26일, 8월1,2,8,9,16,17일), 바비큐파티(7월28일, 8월4,11,25일), 맥주를 마시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시원한 액체빵 파티(8월26일까지 매일) 등이 있다. 일반인들이 각종 파티를 열 수 있도록 대여도 한다.

극장에서는 라이브 콘서트, 뮤지컬, 어린이 공연단, 무용제 등이 열린다. 특히 어린이, 어른할 것 없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술관에서는 8월26일까지 '아름다운 시선-맞선전'이 열린다. 다양한 주제로 1~2개월 단위로 전시물을 바꿔 언제 찾아도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꾸몄다. 야외에는 조각품, 옛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장독대나 디딜방아 등이 놓여있어 시원한 남한강 경치와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다.

각 프로그램에는 1만원 내외의 참가비를 내면 되고 30명 이상의 단체 신청도 받는다. 5만원을 내면 2년간 VIP회원이 된다. 동반 1인까지 해당기간 동안 입장료는 무료. 유료나 공연에도 무료 초대될 수 있고 특별행사에는 50% 할인혜택도 얻을 수 있다. 바탕골에서 특별 제작한 달력이 연초 제공되기도 한다. www.batangol.com/031-774-0745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갤러리 아지오'는 강상면 병산1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되는 이곳은 세련된 전시공간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조용히 감상하기에 좋다. 한국현대미술의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소장하고 있으며 유·무명 화가들의 작품을 한두달 단위로 전시한다. 비정기적이긴 하지만 작가와의 대담이나 화실방문, 아카데미 회원들의 실기교습, 야외스케치, 소묘, 도자기 제작 실습, 자연 산책로 답습 등을 주선하기도 한다. 갤러리 오픈 시간은 오후 8시까지. 031-774-5121

이밖에 양평맑은물사랑미술관에서는 7월14일까지 베트남 하자앙의 소수민족을 담은 오지의 사람들 사진전이 열리며 30일까지는 부채그림전, 내달 1~14일 개인 사진전, 30일까지는 양평자연주의작가전 등이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양평군 홈페이지 (www.yangpyung.kyunggi.kr)의 문화공간 코너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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