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관광한국의 미래,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를 잡아라
1.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들의 한국 방문 실태
상. 잠 잘 곳이 없어요
하. 보다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어요
2. 호주의 사례에서 배운다
3. 유럽의 사례에서 배운다
4. 우리가 해야 할 일

숙박 문제와 함께 외국인 개별 배낭 여행자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곤란함을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은데 체험할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것이다. 즉, 지방으로의 접근성, 교통 편의 시설 문제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하고 외국인들이 제일 불편을 느끼는 점 중의 하나가 서울에서 지방으로의 이동, 지방 내에서의 이동에 대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철도가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다양한 철도 이용 패스를 준비해 그나마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은 좀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있다.

KR패스 해외홍보 판매 미흡

유럽의 유레일패스처럼 외국인 전용 철도패스인 KR(Korea Rail) 패스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99년. 한국철도 100주년을 기념해서 마련됐다. KR패스는 해외 판매처에서 KR 패스 교환권을 구입, 국내에 입국해 교환 지정 역에서 KR 패스로 교환 후 일정기간동안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모든 열차(지하철 제외)를 구간, 횟수에 제한 없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철도패스다. 일수와 사용자의 연령 대에 의해 패스 종류가 나뉜다.

예를 들어 23세의 외국인인 경우 84달러(9만2,900원)만 내면 10일동안 전국 어디든 철도청에서 운영하는 열차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다. 이외 패스 구입 시 새마을호 침대요금 50%, 협약호텔 30%, 협약 렌터카 10% 할인 등 부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한중, 한일 공동승차권을 개발해놓기도 했다.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판매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못된다. 미주 6군데, 멕시코 2군데를 시작으로 일본은 지난해 9월 총판을 정해놨지만 1999년에는 27명, 2000년에는 211명이 KR 패스를 이용했을 뿐이다. 올해는 사정이 나아져 지난 5월까지 이용객 134명, 매출액 857만원을 올렸지만 올해 한국방문의 해, 내년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철도청 영업개발과에는 해외 판로 개척이라는 지상 과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한국철도 영업개발과의 강성화씨는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 개별여행자들도 늘어나 는 등 철도가 외국인 수송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지만 해외 영업망을 뚫어야한다""고 말해 지금의 판매망과 홍보 방식으로선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담당자들이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 도시나 지역 내에서의 대중 교통 이용의 어려움도 해결해야 할 과제. 각 지역에서 영문으로 버스 운행 시간표를 제공하거나 영문 지도 제작 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이름난 관광지 이외에도 우리의 문화 자연 유산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쉽다고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은 지적한다. 직접 구석구석 방문하기 어렵다면 방문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지난 1996년부터 외국인들이 한국의 명산이나 오지를 트래킹하는 상품을 개발 운영해온 트렉코리아의 이승건 대표는 ""잘 다듬어진 전용 관광지만 보고서 어떻게 한국을 알 수 있겠느냐""며 ""국립공원을 힘들게 산행하고 옛날 모습이 잘 보존된 해미읍성같은 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찬사를 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생각으로 담양의 정자 문화나 동강의 래프팅 등 다양한 계층의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들의 체재기간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개별여행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곳이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다.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주도 트래킹 상품 개발에 열 올리고 있는 두배로 여행사의 최형기 사장은 ""제주도 트래킹 상품을 개발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첫째가 외국인 개별 여행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치 3억5천만원 부담 커

소규모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자본금 3억5천만원의 규모를 갖춰야만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는 일반여행업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내국인을 해외로 보내는 국외여행업은 1억원이면 가능하면서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3억5,000만원이나 갖춰야 한다는 건 국가 관광정책에 있어서 가장 큰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연관된 법규가 너무 많고 어렵다고 했다. 먼저 지적한 것이 개별 외국인들을 운송할 차량이 없다는 것. 호주나 미국 등에서는 12~20인승 정도의 밴 등으로 개별 외국인 행사에 나선다. 텐트와 취사 도구 등 많은 짐을 실어야 하는 트래킹 상품 운영시 이들 짐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차를 두 대나 운행해야 한다. 국내법규상 짐칸(트로일러)을 차 뒤에 붙일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차 위에 짐을 올리는 것도 엄밀히 불법이다.

차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운송업에 별도로 등록해야 하는 데 운송업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받기도 까다롭다. 오히려 관련부처에 문의하자 렌터카를 장기 대여해 운영하라고 귀뜸해 줄 정도다. 이것도 엄밀히 따지자면 불법이다. 관련법 처리도 문제지만 '내 밥그릇'부터 챙기려는 기득권 업체들의 이기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중 많이만 올수 있으면

마지막으로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외국인 학생·배낭여행자들을 직접 끌어올 수 있는 케팅과 홍보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업자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을 경우 일말의 당혹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좋은 취지에서 접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냉소적인 그들의 반응 때문이다. 경복궁 부근에서 게스트하우스 네스트(The nest)를 운영하는 이응진 사장은 ""제도권 진입같은 것 보다도 한국을 여행하기 위한 외국인들이 연중 많이만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이윤 남기는 것은 고사하고 게스트하우스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저렴한 숙소를 이용하는 외국인, 특히 학생·배낭여행자들이 많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문화관광부나 한국관광공사 등 해외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관에게 학생·배낭여행 시장은 너무도 미미하다. 담당 부서를 물어도 전화만 여러번 돌아갈 뿐이다.

최근 국제학생여행교류회(ISTC)의 한국대표부를 맡고 있는 키세스 투어의 이지영 이사도 한국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 강화를 위해 여러 관련 기관에 문의 공문을 띄웠지만 담당자 연결조차도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하긴 해야 하는데, 학생 배낭여행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이들 기관의 한 관계자의 말이 외국인 학생 배낭여행 시장에 대한 우리 인식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