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갖가지 국제행사,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이벤트를 금년부터 연속적으로 개최키로 되어있다. 가깝게는 오는 10월의 아시아 유럽 정상회담(ASEM)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내년은 또 한국방문의 해가 기다린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사는 더더욱 만만치 않은 지구촌의 축제다. 2002년에는 올림픽을 능가한다는 월드컵축구가 서울을 비롯한 10개 도시에서 열리고 영원한 아시아의 전진을 다짐하는 아시안 게임이 부산에서 개최된다. 그 다음해에도 이런 행사는 계속된다. 지구촌 대학인들이 모여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젊은이들의 잔치인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대구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 국제행사에는 각국의 저명인사를 비롯,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앞에 지적한 굵직굵직한 행사를 효과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88서울올림픽과 이보다 앞선 아시안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때보다 더욱 비대해진 도시기능에 더하여 거리질서 또한 엉망이기 때문이다. 난개발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무분별한 개발행태가 아름다운 우리 전래의 조망권을 침해, 미관을 해치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간선도로는 교통혼잡에 더하여 불법주차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고 인도는 점포들의 무질서한 진열관행과 노점상들의 불법영업행태로 뒤범벅이 되어 버렸다.

우리 국민이면 어느 누구도 외국인에게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위상이 추락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곳곳에 산재해 있음을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국 같으면 무질서한 도시개발이나 거리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불법 주・정차나 허가를 받지않고 공용도로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위법임을 운전자나 상인들에게 분명히 각인되어 있는데다 시민들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교통혼잡을 유발하거나 보행자의 통행권을 방해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준법정신을 확고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관청이나 상가도 철저한 단속에 길들여져 있어 거리의 질서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원인 제공에 의해서 파생된다. 보행자의 지옥(?)이나 다름없는 현재의 상황이 왜 일어났는가. 주요도시의 차로(車路)가 문제점을 야기한 것은 승용차 보급이 늘면서 차량위주로 전환된데서 시작되었다. 보행로 마저 그 위에 버젓이 주차된 차량에 빼앗기기 일쑤다. 여기에 더해 행인이 붐비는 곳이면 어김없이 길을 메우고 있는 노점상들도 골칫거리다. 특히 중심가 몇몇 장소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 서울 종로일부와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경우 노점상이 도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파가 몰리는 곳에 노폭마저 좁아지니 행인들은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들 지경이다. 어떤 곳은 공원의 벤치까지 포장마차 영업장소가 된 예도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대규모 국제행사가 꼬리를 물게될 시점에서 이러한 거리의 무질서를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내국인은 우선 예외로 하자.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을 찾을 외국 관광객들에게 지금과 같은 불편 투성이의 거리질서를 경험케 한다면 누가 다시 이 땅을 찾겠는가. 불법 주정차나 노점상을 단속해야 한다는 판단근거는 이들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통행에 불편을 주어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는 데서도 분명해 진다. 지구촌 축제 등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가 외형상 국제적인 도시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무법적인 거리질서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까지 삶의 질이 확보된 쾌적한 도시의 품격을 자랑할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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