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여행업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1. 빛 바래는 여행사 명함
2.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학생에게 듣는다
3.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직원에게 듣는다
4. 직장으로서의 여행사, 임원에게 듣는다
5.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上

전국의 여행사가 7,000개를 넘어섰다. 덤핑 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패키지 여행사의 모객은 갈수록 급감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마냥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여행사가 많아지면서 여행사와 관련된 불만도 계속해서 늘어만 가고 있다. 신생업체의 등장이 새로운 자극이 되고 분발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끝없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는 탓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여행업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조금만 찬찬히 살펴보면 여행사 곳곳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랜드사의 '독립선언'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행업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되는 여행사만 잘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대형여행사 아니면 전문여행사라는 양극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의 특색 없는 중소여행사가 아니라 전문 여행사의 활성화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와 어울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실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국가별 전문 여행사는 물론, 리조트나, 허니문, 전시회 등 테마별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살리고 강점을 부각시키는 여행사의 등장에 대해 일반인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전문여행사의 활발한 움직임은 여행사와 랜드사 간의 고유 업무 영역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흔히들 랜드사의 직판이라 표현하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랜드 직판이 아니라 랜드의 여행사 변신'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아직은 시장 여건상 랜드 영업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 상대의 직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활용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랜드사들의 전문 여행사로의 변신은 이미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실제로 국외여행업 등록을 마치고 인터넷 모객과 랜드 영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M여행사 K사장은 ""만약 불가피하게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랜드 영업을 포기하고 여행사 업무에 전념하겠다""며 전문여행사의 미래에 높은 점수를 줬다. 패키지 여행사의 '물량'이라는 미련을 버리고 자립의 길을 선택한 이들 업체들은 랜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지식과 가격 경쟁력 등을 무기로 시장 잠식에 대한 자신감도 충분하다.

전문 여행사 증가는 단순히 양적인 확장 외에 '보증금이나 형편없는 지상비에 미수까지 쌓이는 고질적인 패키지 여행사와의 결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패키지 여행사와 랜드사의 부정적인관행은 일부 지역에서 쇼핑센터가 차량이나 자금 지원을 넘어서 현지 랜드에게 약간의 소개비 정도만 주고 호텔 수배와 차량까지 모든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K사장은 자사 홈페이지의 여행상품에 대해 ""패키지 여행상품은 오히려 가격을 높이고 신혼여행은 가격을 낮춰도 충분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그때 그때 불만사항이 올라오고 확산되는 인터넷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서비스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게 됐지만 예전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 좋다""고 말했다.

고급 인력이 몰려온다

고민도 많고 회의적인 생각도 많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고급인력들이 여행사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N항공 여행사는 올해 신입사원 7명을 전부 4년제 대졸 사원으로 채용했다. 그 중에서 전공자는 1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중국, 호주 등에서 언어연수를 마친 사람들이다.

전국에 관광학과가 지속적으로 증설되고, 점점 많은 현장 전문가들이 강단에 서면서 자질을 갖춘 여행 종사자들의 증가도 눈에 띄고 있다. 홀세일 업체인 M여행사의 경우는 40여명의 신입사원 중에서 70% 정도를 전공자로 뽑았으며 전공자들은 업무 적응도나 근무 태도에서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날에는 여행사 직원이라고 해서 영어 잘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 팸투어를 가보면 못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컴퓨터 사용이상의 전산능력,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와 이론적인 바탕까지 갖춘 실력있는 후배들의 등장에 나이든 선배들은 위기감마저 느낄 정도다.

여기에 각 여행사 팀장들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킥 백(Kick Back)이나 과도한 접대 문화와 같은 어두운 모습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거나 '팸투어는 포상출장'이라는 공식이 무너지는 등 바람직한 변화의 조짐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업으로 가치 높인다

교육이 희망인 것은 여행업계도 마찬가지여서 기존 직원들의 자기 개발도 꾸준하다. 항공예약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던 J과장은 최근 S대학교의 호텔관광경영학과 겸임 교수로 보직을 받고 2학기부터 강단에 선다. J 과장에서 J 교수로의 변신은 N항공사 근무 시절 시작한 대학원 입학이 밑거름이 됐다. J 교수는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항공 쪽 전문 지식을 살려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J교수는 ""여행사 직원 수가 많아서 일수도 있지만 항공 업계보다는 여행사 직원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었다""며 ""시작이 어렵지만 '저지른다'라는 기분으로라도 일단 시작을 하면 생각처럼 힘들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학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은 여행사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금, 자신만의 실력과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경력을 겸비한다는 점에서 상당수의 여행사 직원들이 야간대학원 등에서 저녁마다 책을 펼치고 자신의 전문성을 가다듬고 있으며 시간 강사 자격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양성되고, 전문가로서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여전히 경영진을 비롯한 선배들의 몫으로 남아있다.

특별취재팀=김기남,김선주,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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