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님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이메일을 받고서도 이제야 답장을 씁니다. 이제 장마도 끝나고 학교도 방학을 했으니 강화도 장화리 갯벌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겠지요. 신부님 표현대로 '시즌'을 만났겠군요. 최근 갯벌체험을 비롯한 체험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반갑기는 하지만 이런 지역일수록 훼손 가능성이 높고 지역주민들의 인식도 낮은 편이라 염려스럽습니다.

지난 2주동안 민박집을 수리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갯벌체험학습을 진행하셨다구요? 비워두었던 낡은 시골집에 사람이 거처하도록 하려면 손이 이만 저만 가는 게 아닐텐데 구슬땀을 흘리셨겠군요. 무엇보다 무관심하던 마을 분들이 체험 선생님으로 참여를 하셨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환경친화적인 관광마을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힘겨운 일이라던 신부님의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이타현에 있는 유후인과 구마모토현의 아소지방 그리고 큐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를 거쳐, 야쿠시마란 섬을 다녀왔습니다. 빠듯한 일정이었으나 이것 저것 볼 요량으로 욕심을 냈습니다. 야쿠시마 생태관광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은 유후인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유후인은 유후타케산(1583m)의 기슭 분지에 자리 잡은 인구 1만2,000명의 그리 크지 않은 자치단체입니다. 영화관 하나 없는 곳에서 일본 최고의 영화제가 매년 열리고 음악홀이 없으면서도 매년 5일간 음악제가 열립니다. 온천 이외에는 이렇다할 자원도 없는 작은 마을에 작년 한해만 약 39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유후인으로 끌어들이는 것일까요?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특유의 정돈된 거리와 안내표지판, 화분이 내걸린 상가, 20여곳의 미술관과 갤러리, 개성있는 민예품점, 쾌적하게 정비된 하천, 푸른 들판과 우거진 숲과 단아한 집들, 이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 가장 높은 건물이라야 4층에 지나지 않고 외관 또한 콘크리트 일색인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곳이라면 도시의 자동차 매연과 현란한 네온사인에 지친 관광객들이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70년대만 해도 유휴인은 벳부 온천의 뒷편에 있는 가난하고 작은 온천마을이었습니다. 유후인 사람들은 벳부가 관광개발로 환락가로 변해가는 것을 보고 '벳부를 모방하지 말자, 벳부와는 달라야 한다. 조용한 휴양지 유후인을 만들자'라는 새로운 생각을 했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노력한 결과 오늘의 유후인, 주민이 주도한 공존공생형 지역개발 모델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우리의 관광지 개발과 여행상품 만들기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정부와 행정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유후인은 지역에 긍지와 애정을 가진 주민들이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 비로소 지역의 자연이 살고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갯벌을 바라보며 장화리 마을 주민들과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실 신부님을 생각합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이라고 믿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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