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인프라와 사용자의 증가로 인해 즉각적인 정보의 공유와 개인의 글 하나가 여론 수렴을 일궈내는 데 과히 혁명과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행업계 역시 인터넷이 중요한 마케팅의 도구로 등장하면서 인터넷 사이트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게시판을 개설해 여행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게시판이 여행사의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무기로 둔갑해 여행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체적인 불만사항 조목조목 서술
먼 과거의 이야기도 아니다. 여행을 가기 전이나 여행도중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만이 생긴 손님이 여행사로 찾아오면 여행사는 한바탕 높은 언성이 오가게 되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그 때 뿐이었다. 여행사에 안에서 조치를 취해 손님에게 보상을 하고 여행사 안에서 입막음을 하면 과히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사무실에서 난리법석을 벌이기보다는 컴퓨터 게시판에 소리없이 올라온 한편의 글 때문에 난감한 경험을 당하는 것이 이미 한두 여행사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 봄 F여행사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얼마나 많은 파급력을 미치는 가의 대표적인 예다. 사인(死因)이야 어떻든 중국에 여행간 관광객이 사망하자 유족들은 여행사의 잘못을 지적하며 일련의 사건들을 자세히 기록해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F여행사는 터무니없는 글이 올라왔다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삭제했지만 이에 격분한 유족들은 관련사이트에 다시 글을 게재하자 많은 동의를 얻는 글이 답재해 F여행사의 이미지에 심각한 훼손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L여행사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여행업계를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L여행사를 통해 신혼여행을 괌으로 다녀온 한 관광객은 예약 및 실수에 관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업무실수에 관한 점을 떳떳이 인정하라고 하면서 ‘개선사항에 대해 답변을 주시지 않으면 신혼여행 가는 사람들 있는데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것을 천명하는 바입니다'라고 협박에 가까운 글을 남겨놓는 관광객도 있다.

게시판에 올라간 글에 대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정을 하고 사과의 답변을 올려놓지만 보다 구체적인 보상을 바라는 관광객들의 태도에 여행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L여행사에 올라온 글을 보면 불만사항은 대체적으로 4가지로 집약된다. 과다한 옵션, 상품강매, 팁, 가이드 문제인데 이 역시 여행사와는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현지 여행사의 문제라 손님들의 불만사항은 여간해서는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L여행사 관계자는 “현지 랜드사에 대해 시정요구를 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거래를 끊기도 한다""고 말했다. L여행사는 고객들의 불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행을 다녀온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불만사항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게시판 폐쇄하는 여행사 늘어
최근 손님과 마찰을 빚은 K여행사는 여러 사이트 게시판에 전화번호까지 적은 불만을 올려놓는 바람에 수도 없는 항의 전화를 받은 경우도 있다. 특히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읽고 덩달아 흥분한 3자까지 게시물을 복사해 이곳 저곳에 띄우는 바람에 상황이 마무리 됐는데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게시판을 잠정 폐쇄한 여행사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여행사의 게시판을 클릭하면 아예 연결이 되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여행사 역시 공사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일부 여행사의 경우 아예 홈페이지에 게시판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게시판처럼 공개적으로 항의를 받아 물밀 듯이 파문이 일기보다는 ‘고객의 소리'와 같은 코너를 만들어 메일을 주고받는 식으로 고객의 불만을 접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에 항의 게시물을 올리는 고객들은 언론사를 비롯한 여행 관련사이트에 자신의 불만을 올리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떳떳하게 여행사 사이트에 논의되기보다는 문제를 대외적으로 알려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십상이다.

게시판 목소리 거스를 수 없는 대세
게시판이 여행사에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고객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F여행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게시판에 항의의 글은 많이 줄었지만 인터넷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며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대해서는 최대한 시정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게시판이 바로 여행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트의 관광관련 게시판에 들어가면 항공사에 비난의 글을 올렸던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목조목 해명을 해 불길이 퍼지는 것을 막은 경우도 있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인터넷 게시판을 좀더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여행사의 과제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이 있듯이 게시판에 오른 하나 하나의 글을 귀한 채찍으로 생각하고 경영일선에 반영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때다. 협박에 가까운 악의적인 글이 올라 올 수 없도록 상품의 가격보다는 행사의 질로서 승부할 수 있어야 하며 게시판에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게시물이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 게시판을 내거는 여행사가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게시판은 여행사의 의지에 따라 두려운 적으로, 아니면 충실한 영업사원으로서의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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