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여행형태에 비해 좀더 큰 수고로움을 자초하는 것이 바로 배낭여행이다. 머리품을, 발품을, 손품을 팔면 팔수록 더욱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정직한 여행이며, 기본적으로 지역적 한계와 시간적 촉박함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자유로운 여행이기도 하다. 태생적 성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배낭여행객들은 일반 패키지 상품이나 고급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비해 관광지의 인프라 부족을 견뎌내는 내성이 강한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배낭객들을 위한 여행환경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지역 이곳저곳을 찾아가는 이동방법이 편리하고, 어디서든지 관광정보를 얻기가 수월하고, 가격대별 숙소가 잘 갖춰져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이런 면에서 유럽은 '배낭여행지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데 있어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글 싣는 순서>
1. 학생·배낭 외국인 여행자들의 한국 방문 실태
상. 잠 잘 곳이 없어요
하. 보다 한국적인 것을 체험하고 싶어요
2. 호주의 사례에서 배운다
상. 교통과 숙박 시스템
3. 유럽의 사례에서 배운다
4. 우리가 해야 할 일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소간의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유럽을 수많은 배낭여행지역 가운데 좌장격으로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의 여행으로 여러 국가를 둘러볼 수 있는 지리적 여건, 각 나라마다 색깔이 다른 풍부한 문화유산, 배낭여행객 및 개별여행객들을 위해 잘 발달된 숙박제도 등이 오늘날 '배낭여행=유럽'이라는 등식을 탄생시킨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육상교통, 그 가운데서도 철도교통의 발달은 가장 부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샐 틈 없이 연결한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차가 있으면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든다.' 바로 유럽의 기차여행이 얼마나 저렴하고 편리한가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만큼 유럽의 철도는 환상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연결망이 잘 정비돼 있고 기차패스는 가격 대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럽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를 이동할 때는 유레일 패스(Eurail Pass)가 아주 유용하다. 유럽이외 지역의 관광객들을 위한 특별할인승차권인 유레일 패스는 무려 17개국의 국철을 정해진 기간동안 주행거리, 승차횟수, 국경통과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승하차하며 유럽의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정기열차 승차권이다.

유레일 패스가 돋보이는 점은 고객들이 이용하는 데 편리하도록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배낭여행객들은 일반적인 유레일 패스 이외에 ▲2개월 이내에 10일 또는 15일간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플렉시 패스(Eurail Flexi Pass) ▲유럽 국가 중 인접한 3개국을 선택할 수 있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Eurail Select Pass)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의 주요 5개국에 추가해 인접 4개 지역권 중 최대 2개 지역권까지 선택할 수 있는 유로 패스(Euro Pass) 등의 '맞춤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유로스타, 떼제베, 탈리스, 탈고, 아티시아, 아베 등의 고속열차와 각 나라별 고유 철도편을 감안하면 일일이 다 열거하기에도 벅찰 만큼 다양한 종류의 기차 패스가 있는 셈이다.
나라별 패스의 예를 몇 가지 들자면 ▲정해진 기간동안 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 전역(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의 철도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영국철도패스(Britrail Pass) ▲파리 시내와 일드프랑스(PER, SNCF 지하철 1~5지역까지)의 버스와 지하철을 일정 기간 무제한 이용 가능한 파리 비짓 패스(Paris Visit Pass) ▲스위스 국철과 사철노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열차에서 사용 가능한 스위스 패스(Swiss Pass) 등이 있다.

이러한 패스들은 각각의 차이는 있지만 단순히 철도편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 이외에 페리, 박물관, 전차, 시내버스, 등산철도, 케이블카 등을 이용할 때도 무료 탑승이나 할인 등의 다양한 부가 혜택을 제공한다.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철도망이 들어가 있지만 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을 방문할 경우에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역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다양한 교통편이 불편함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시골 B&B(Bed & Breakfast)들과 소규모 역을 이어주는 일종의 우체국 버스인 '로얄 포스트 버스(Royal Post Bus)'가 그러한 예다. 이 버스는 저렴한 비용과 운전사들이 좋은 B&B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배낭여행자들의 실속있는 여행을 도와준다.

기차역은 명실상부한 '여행센터'
거미줄처럼 빽빽이 서로 연결돼 있는 유럽의 주요 기차역들은 대부분 그 도시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역을 중심으로 도보 또는 시내교통편, 국철 등으로 몇 구간만 이동하면 문화유적지들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경비를 절약하는 '경제적 투어'가 가능한 것이다. 유럽의 기차역들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충실한 여행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웬만한 기차역 내부에는 관광안내센터는 물론이고 수퍼마켓, 은행, 서점, 식당, 샤워장 등을 구비해 여행자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다. 많은 수의 기차역은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스위스만해도 230여개의 국철역에서 대략 4,000대의 최신식 자전거를 대여하고 있는데 대여기간은 반나절부터 수 주간까지며 빌리는 역과 반환하는 역을 여행자의 계획에 맞춰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역의 대여 자전거는 모두 보험에 들어 있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고 있으며,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의 패스를 갖고 있으면 특별 할인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숙박시설, 접근성도 뛰어나
교통편 이외에 여행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숙박시설. 유럽의 숙박시설들은 실핏줄처럼 뻗어있는 기차역 근처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 이외에 여행자가 원하는 다양한 등급과 시설이 즐비해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는 장점이 있다.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숙박시설들이 태부족인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달리 유럽에는 일단 유스호스텔, B&B, 펜션, 홀리데이 플랫, 캠프장, 팜스테이, 게스트하우스 등 다채로운 형태의 숙박시설이 있어 자신의 기호와 취향, 재정 상태 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이들 숙박시설들은 대부분 기차역 등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국제유스호스텔연맹 산하의 유스호스텔들은 시설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등 협회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탈퇴를 당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공신력을 갖추고 있다. 또 독일의 고성을 이용한 유스호스텔, 북유럽의 해군함선을 개조한 숙소, 스위스의 라후터부르넨의 캠핑장 등 숙소 자체가 관광지인 경우도 많아 배낭객들의 주목을 끈다. 데이 투어 등 로컬 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쉽다는 것도 무시못할 장점.

외국 젊은 배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최근 일종의 카 트레일러인 '캬라반'을 빌려 캠핑장에서 숙박과 취사를 해결하는 형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캠핑장에는 물론 상수도 시설과 취사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 캬라반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면서 시내 중심부는 자전거로 관광을 하기도 하는데, 캬라반을 빌리는 나라와 반납하는 나라가 달라도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쨌든 유럽의 숙박시설들은 최악의 경우를 만나지 않는 한 대부분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스위스의 호텔 이외 숙박시설의 예만 보더라도 총 36만 침대에 달하는 홀리데이 플랫과 70개소의 유스호스텔을 기본으로 캠프장, 팜스테이, 컨트리 인 등 다양하고 풍부한 수의 투어리스트급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잘 갖춰진 대중 교통편과 숙박시설, 풍부한 문화유산 등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여행환경도 부러움을 자아내지만 이러한 자원들을 유효 적절히 이용하고 얽어매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관광객 위주의 접근방식 또한 평가받을 만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패스처럼 교통편 이용과 박물관 입장을 묶은 각종 패스들, 지하철표 10장을 6장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파리의 까르네, 특별한 마그네틱선을 부착해 교통편을 이용하거나 박물관을 입장할 때 패스 대신 사용하도록 만든 스워치 시계 등은 사용자 입장을 고려한 마케팅 정신이 빚어낸 훌륭한 예들이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도움말 : 닥터트래블 공경식 대표, 여행신화 강찬식 대표, 서울항공여행사 이창봉 차장, 스위스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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