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배낭시장이 마무리됐다. 이달 하순께 각 대학교의 개강을 앞두고 배낭상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제 한 두 팀 정도의 출발만을 남겨둔 채 정산 등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것.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함께 시작했던 올해 여름 배낭시장을 결산해봤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

여름 배낭시장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배낭관련 업체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전체 물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투어닷코리아의 주성호 대표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 탓으로 전년대비 10% 정도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어파크의 김형식 차장 역시 ""3~4월의 조기예약자를 포함해도 전체 물량이 지난해에 못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 여름 배낭업체들은 작년과 같은 극심한 좌석난을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객수에서 선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내일여행의 김희순 차장은 ""지난해 하도 고생을 해서 각 업체마다 항공블록을 충분히 받아놓는 등 준비를 했지만 가장 뜨거운 7월말에서 8월초에도 좌석이 비어나가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올 여름 의욕적인 배낭상품 판매를 선언, 에어차이나의 좌석 2,500여석을 확보했던 투어파크도 예상보다 적은 수요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예년에 비해 출발일이 더욱 고르게 분산됐고, 조기예약자가 많았으며, 루프트한자독일항공 등 항공사들의 좌석 공급이 증가했던 점 등도 좌석난 완화에 영향을 끼쳤다. 유럽 전문랜드인 투어153의 최주영 대표는 ""경기침체로 인한 일본인 관광객의 수요가 절반으로 줄어, 경유편 좌석공급이 원활했던 탓도 크다""고 분석했다.

배낭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올 여름 배낭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부익부 빈익빈' 현상. 즉 상대적으로 대고객 인지도가 높고 탄탄한 온·오프라인 영업망을 구축한 몇몇 업체들의 독주가 두드러진 가운데 나머지 업체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내일여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김희순 차장은 ""이번 여름시즌에 팩상품 판매를 비롯해 총 4,000여명을 송객했다""며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실적이 올랐다""고 밝혔다.

유럽 캠핑카 상품 출시 등 전략적인 투자를 강화한 투어닷코리아의 주성호 대표도 ""팩상품 판매와 항공권 판매를 합쳐 2,300명 가량을 모객, 전년대비 2배의 성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전통적으로 배낭상품 판매에 있어 강세를 보이는 블루여행사가 2,200명 가량을 모객,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을 비롯해 닥터트래블, 여행신화, 서울항공여행사 등이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낭전문 업체들과는 달리 봄부터 배낭상품 판매 강화를 선언한 일부 온라인 여행사들은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투어파크, 넥스투어, 투어몰 등의 온라인 여행사들은 캐쉬백 이벤트, 인력보강, 자체 상품 판매 강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에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어파크의 김형식 차장은 ""예상외로 저조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터파크가 사실상 처음으로 배낭상품을 판매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물량은 비록 적었지만 컴플레인이 없는 등 행사진행이 좋아 구전효과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 내년에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넥스투어의 진교훈 과장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담당 인력의 수 등을 생각하면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 패키지 여행사들의 배낭상품 판매 실적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들 업체들의 시장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예약, 여행사에 득? 실?

2001년 여름 배낭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조기예약 열풍과 온라인 예약의 강화 추세. 내일여행사측은 조기예약이 몰리자 애초 여름시장에서의 총모객 목표치를 5,000명까지 늘려 잡았을 정도였으며 닥터트래블도 조기예약자들의 선호에 힘입어 5월말까지의 송객수에 있어서 '빅3'와 어깨를 견주기도 했다. 조기예약자가 예년에 비해 많아진 것은 국내에서 조기예약문화가 점차 널리 퍼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지만 각 업체마다 할인혜택, 선물 등을 경쟁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가격에 민감한 공동구매 수요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무시못할 요인.

그러나 이처럼 예년에 비해 조기예약이 많아진 것이 안정적인 항공좌석 확보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배낭업체들의 수익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많다. 투어닷코리아의 주성호 대표는 ""조기예약수요는 배낭여행의 특성상 결국에 출발할 수요였다""며 ""할인혜택 제공으로 업체들의 수익성만 악화된 꼴""이라고 주장했다. 한 배낭여행사의 관계자도 ""아직까지는 조기예약이 새로운 배낭수요를 창출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업체들간의 조기예약자를 잡기 위한 할인경쟁은 결국 제 살을 깎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기예약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예약이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닥터트래블의 공경식 대표는 ""올 여름 모객한 800명 가운데 인터넷 예약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밝혔으며 내일여행사측도 ""300건 가까이가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투어닷코리아는 한 발 더 나가 온라인 예약이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의 온라인 예약이 실시간을 의미한다기 보다 상담 등을 통한 오프라인 정보수집의 과정을 일단 거치고 예약을 넣었다는 의미가 강해 온라인과 더불어 오프라인 세일즈가 병행돼야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바뀌지 않는 상품 패턴

올해 배낭상품의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오른 편. 그러나 항공료 인상과 환율,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면 오히려 여행사의 마진폭은 줄었다는 것이 많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기예약자에 대한 할인혜택으로 수익성 제고에 지장을 받았던 업체들은 상품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얇아진 마진폭으로 인해 또 한 번 어려움을 겪은 셈이다. 또 배낭팩 상품을 마다하고 항공권과 유레일 패스만을 끊고 떠나는 자유배낭객들의 꾸준한 증가도 업체들에게는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이외에 유럽으로 가는 배낭수요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점, 업체마다 상품이 비슷한 점, 호텔팩 상품이 주종을 이뤘다는 점 등은 예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풍경. 여행신화의 강찬식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대도시 위주의 유럽 배낭상품의 패턴에는 변화가 없다""며 ""앞으로 테마를 갖춘 다양한 상품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어쨌든 여름 배낭시장이 끝물에 접어든 현재, 일부 소규모 배낭업체들의 경우 초기 예상과는 달리 전반적으로 침체된 시장상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한편, 일부 배낭전문 업체들은 허니문 상품 개발 등으로 배낭여행 비수기를 타파할 전략을 세우느라 고심하고 있어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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