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라면 일년에 최소한 2~3번은 행복할 수 있다. 안개 낀 몽도리에서 펼쳐지는 춘천국제마임축제, 풍광명미한 수승대에서 벌어지는 거창국제연극제, 양지 바른 언덕 위에 자리한 공주민속극박물관에서 판을 벌리는 공주아시아1인극제에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일, 토요일 밤 9시30분. 춘천 몽도리 고슴도치 섬의 야외무대. 춘천마임축제의 꼭두쇠 격인 유진규가 무대에 홀연히 올라와 이외수의 시를 읊으며 도깨비난장의 시작을 선언한다. ""오늘같이 신록이 짙푸른 날에는 춘천으로 오라 / 춘천으로 와서 / 지독한 안개에 중독되자 / 지독한 사랑에 중독되자 / 지독한 예술에 중독되자.""

이어 사회자도 없이 이어지는 굿, 마임, 퍼포먼스, 춤, 부토, 테크노 댄스, 노래, 아카펠라, 록 연주는 하늘녘이 훤히 밝아올 때까지 계속된다. 밤새도록 수천명의 집단 엑스터시 속에 함께 빠져있었던 나는 춘천 시민의 공연예술 애호심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열광하는 관객 속에는 다른 지방 사람도 다수 섞여 있었고 놀랍게도 일본에서 온 젊은 관객들도 꽤 끼어 있었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몽골, 한국 등 총 50여개 극단 200여명이 참가하여 5월30일부터 6월3일까지 계속된 이번 마임제의 꽃이 바로 도깨비 난장이었다.

올해 8월 1일~15일까지 열린 거창연극제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지난 여름에는 가보았다. 퇴계가 이름지었다는 수승대 일대의 경치는 계곡과 바위와 물이 어우러지는 한국적 풍광의 극치였다. 그런 절경 속에 거북 바위와 전통한옥을 배경으로 무대를 만들어 놓았는가 하면 소나무 숲에 야외극장을 만들어 놓았다. 거창연극제가 국제적으로 더욱 유명해지는 날 자연의 절경과 공연예술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공주아시아1인극제는 1996년 시작되어 매년 10월 첫주 금, 토, 일요일 3일간 열린다. 주로 일본, 베트남, 몽골,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 등지에서 1인극 배우들이 와 공연한다. 소박한 축제이지만 깜짝 놀랄 정도의 세계적인 수준의 1인극을 볼 수 있는 축제이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후 전국에는 크고 작은 모든 축제를 합쳐 600~700여개의 축제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축제에 참여해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자치단체의 업적, 전시 행정 때문인지 소문만 요란한 채, 속은 빈 껍데기인 경우도 많고 이벤트 회사가 대행하는 축제라는 것이 비슷비슷할 때도 적지 않다. 본인이 공연예술지향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제적 감각도 있고 우리의 전통적 놀이정신에도 충실한 위의 세 축제가 좋다.

세 축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관이나 이벤트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집쟁이 전문가들, 민속학자 심우성(공주), 마임니스트 유진규(춘천), 연극을 사랑하는 전직 영어교사 이종일(거창) 등, 사명감에 불타는 개인들에 의해 이끌어진다는 사실이다. 한편 그러다 보니 힘든 점도 있다. 늘 예산에 허덕이며 매년 가까스로 행사를 치른다. 어느덧 13회를 맞이한 춘천마임제와 거창연극제, 6회째가 된 공주1인극제. 세 축제를 프랑스의 아비뇽연극제, 뻬리그 미모스 마임제, 샤르르빌 인영극제처럼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주)샤프 사이버여행사업부 이사 magnif@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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