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대의 물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던 가을 허니문 시장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기대만큼 폭발적인 수요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여행사와 중·소여행사간의 간극은 웨덱스의 종료와 함께 좁힐 수 없이 벌어져 버렸다. 수차례의 웨딩 박람회들이 마무리되고 여행사마다 마지막 전략 수정이 한창인 지금, 웨딩박람회의 효용성을 점검하고 새로워진 여행사 마케팅 전략 등을 점검한다.

상반기 허니문 시장이 윤달이라는 악재와, 전세값 폭등 등의 영향으로 조용히 정리되자 올해 가을 시즌을 겨냥한 각 여행사들의 준비는 남달랐다. 상품개발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도 활발히 진행됐다. 최근 조기예약이 부쩍 늘어나면서 초반에 물량이 몰리기 시작했고, 7월 중반부터 MBC웨딩페어, 웨딩박람회 등을 통해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16회 한국결혼상품전(이하 웨덱스, WEDDEX)의 경우 25여개 이상의 여행사들이 대거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주요한 웨딩박람회가 끝난 뒤의 중간평가는 전체적으로 '중' 또는 '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대형 여행사와 인지도가 낮은 중소여행사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을 확인했을 뿐이다. 코오롱, 롯데, 범한 등의 여행사들이 자체적인 브랜드 개발과 신뢰를 바탕으로 웨덱스에서 200쌍에서 300쌍 사이의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하면 중소여행사들은 대부분 100쌍 미만이거나 20~30쌍에도 못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브랜드 파워를 따라 실적이 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올해 웨덱스에 대해서는 유난히 줄어든 관람객수와 부스배치에 대한 원성, 그리고 지나친 호객행위에 대한 불만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본지 8월16일자 1면 보도) 참가한 여행사 관계자들은 ""수년 째 웨덱스에 참가하고 있지만, 올해는 눈에 띄게 관람객이 없었다. 여행사 부스를 밀집 시켰기 때문에 전면에 배치된 대형 여행사들에 가려 아예 뒤쪽에 있는 여행사들은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주최측인 서울전람(주)의 임진 대리는 ""전체적으로 규모가 늘어나면서 관람객이 분산됐기 때문이지 숫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예년처럼 7만명 정도가 입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람은 입점하는 여행사 수를 제한하기 위해 최소 4부스 이상의 참가를 규정했기 때문에 참가 여행사들이 웨덱스에 투자하는 비용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코오롱TNS의 김동휘 과장은 ""열 부스씩 참가하려면 부스 대여비만 2,000만원이 넘고, 인테리어 비용이 1,000만원, 그리고 5일동안의 직원들 인건비나 브로셔 제작비 등을 계산하면 거의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투자되는 셈이다. 이런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적어도 300쌍 이상씩을 유치해야 하지만, 실제로 참가하는 여행사 중에서 그 만큼의 물량을 확보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시즌별로 3~4차례의 박람회에 참가하는 대형 여행사들은 비용 회수를 위해 사력을 다 할 수밖에 없다. '삐끼 박람회'를 조장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예약이라도 더 받기 위해 통로를 장악하고 전단을 나눠주고, 상호 비방까지 한다. 규모가 작은 여행사들은 이렇게 웨딩박람회의 효과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지나지 않고,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수익율도 저조하자, 새로운 마케팅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올해 'LG허니문클럽'이라는 프로모션으로 주목을 받았던 범한여행의 김용동 과장은 ""위치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예년과는 달리 부스 인테리어에도 많은 비용을 투자했으며, LG 계열사들의 협찬을 받아 'LG허니문클럽'이라는 프로모션을 실시한 것이 범한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성공에 힘입어 이후에도 이 같은 프로모션을 지속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대치 보다 훨씬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는 토마토 투어의 임준국 사장은 ""기대치의 절반 정도 밖에 미치지 못했다. 여행사 사장들 사이에서는 이런 행사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다. 큰 여행사들을 따라가기 위해서 독점적인 브랜드파워를 갖추든지, 직판과 홀세일을 겸하든지, 아예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며 ""저조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력을 충원하고, 100여개의 웨딩샵 대리점을 공략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로 랜드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던 협찬금 확보도 올해는 그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가자투어는 제주지역의 롯데호텔,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등의 후원을 받았으며, KRT투어, 하이트래블, 투어21, 모아투어 등은 각각 뉴질랜드관광청,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태국정부관광청, 북마리아나관광청 등의 지원을 받아 부스를 운영하거나 부스를 공유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이 밖에도 일부 여행사들은 다른 여행사들이 많이 참가하지 않는 웨딩관련 박람회나 지방 행사에 참가해 틈새시장을 노린다든지, 새로운 지역의 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한다든지 하는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움직임은 PIC나 클럽메드의 명성에 도전하는 리조트상품의 브랜드화. 직계약이나 독점계약을 통해 그 회사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브랜드의 싸움, 이미지의 싸움이 가속화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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