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데이 266일(9월3일 기준). 서울 시청앞 전광판은 오늘도 어김없이 숫자가 바뀌었다. 다름 아닌 세기의 이벤트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알리는 전광판이다. 이미 지난 1988년 올림픽을 치뤘던 우리는 월드컵 대회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해서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수정·보완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행사를 준비하고 행사가 열리는 기간동안 총 3조4,707억원의 지출, 5조3,357억원의 부가가치, 35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고 밝혔다.

월드컵, 그 엇갈린 기대
천문학적인 숫자로 나열된 직접적인 효과는 차치하고 수출증대와 관광산업 진흥, 스포츠와 스포츠마케팅 산업진흥, 지역 경제활성화 등 장기적인 이미지 제고에 따른 무형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월드컵축구대회가 주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월드컵의 국가홍보효과는 올림픽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한일 항공회담에서도 월드컵 공동개최를 염두에 둔 노선이 배분되고 만성 좌석난을 겪던 서울도쿄 구간이 인천국제공항의 개항과 나리타 추가활주로 개설(2002년 5월), 도쿄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증편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지방 개최도시의 기대감은 서울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이다. 부산, 대구, 제주 등에서는 내년도 월드컵 경기 개최를 기점으로 지역 경제와 지역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잔뜩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방문했던 대구의 한 관광 관련 공무원은 ""월드컵 경기를 치르는 내년이야 말로 대구 관광이 지역을 넘어서 세계 무대에 나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숙박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각종 대책과 그에 맞는 실질적인 성과들이 보여지고 지역 축제나 이벤트 등이 재정비, 활성화되는 한편 정부에서 먼저 관광산업의 중요성과 관련 시스템의 정비를 서두르는 것만 봐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행사기간 월드컵 특수는 '남의 떡'
하지만 정작 업계는 인·아웃바운드 할 것없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인바운드 업계는 당장 대회 기간동안 호텔 객실 확보부터 비상이 걸렸고 아웃바운드 업계는 비록 그 기간이 전형적인 비수기간으로 꼽히기는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순수 관광객들이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에 발목이 잡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바운드 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우 선수단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내년 4월부터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3개월동안 심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아웃바운드 업계에서는 ""한국이 일찌감치 예선전에서 부진해야 관광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농담같은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여행사는 개점휴업이 될 판이라며 그 기간만큼은 호재가 아닌 악재가 될것 이라는 표현은 이들의 불안감을 극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아웃바운드업계에서는 월드컵은 악재로 통한다. 한일 구간의 항공좌석 잡기와 일본 내 호텔 객실 블록 잡기가 수월치 않을 것은 물론 월드컵의 열기가 해외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고 있을 뿐 아직 월드컵과 관련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260여일 남았다고 해도 이들에겐 아직 먼 미래의 얘기로 다가온다. 수위를 다투는 대형업체 일본 지역 담당자들도 ""아직 실질적인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웃바운드 '전세기에 희망을'
하지만 전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오는 12월1일 대진표가 나와 봐야 정확한 작업을 할 수 있겠지만 경기에 참여하는 국가에 따라 틈새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다양한 변수도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면 그동안 가기 어렵고 비싼 지역으로 꼽혔던 남아메리카로의 여행도 월드컵 기간에 발생하는 전세기 수요 등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브라질 경기가 한국에서 있게 된다면 대규모 경기 참관단을 실은 전세 항공편이 분명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횟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남미에서 참관단을 싣고 온 비행기가 돌아갈 때 빈 비행기로는 갈 수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명 전세항공편의 여유 좌석인 페리(Ferry)가 발생한다면 지금까지 나왔던 상품보다 더욱 저렴하게 남미 여행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한일구간의 좌석잡기도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 하나투어 신현용 중일팀장은 ""지난 8월 중순 하네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새벽 전세편을 모객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항공좌석과 호텔 객실 블록을 잡는 등 기본적인 작업이 가능한 업체들에게는 분명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팀장은 또한 일본내 호텔업자들 또한 요금은 다소 오르겠지만 행사 기간만 보고 영업을 할 수는 없다며 기존에 거래 실적을 쌓아온 업체에 대한 지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관계자들은 ""월드컵이 끝난 직후 해외여행 성수기로 들어가는 데 월드컵 기간동안 성수기에 대한 준비 작업에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바운드 '뾰족한 수가 없다'
인바운드는 다소 입장이 다르다. 바로 대회 기간동안 국내 호텔 객실을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개점휴업이라는 최악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정숙박업체인 바이롬사가 국내 대부분 호텔의 객실에 대해 블록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까지 전국 210여개 관광호텔 2만2,000여실이 2002년 5월27일부터 7월3일까지 블록 설정된 상태다. 각 호텔별로 전체 객실의 평균 70%가 바이롬사의 독점적 이용권 아래 있는 것이다.

일부 일본측 거래여행사는 월드컵 기간동안 아예 상품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모 인바운드 업체 관계자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우선 블록 미설정 부분에 대한 수배를 꾸준히 진행하고 그 외에는 12월 본선 조 추첨 이후에 사안별로 대처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체별로 전망도 제각각이어서 현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내 월드컵 경기장 입장권 확보에 주력하는 업체가 있는가하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본선 조추첨 결과에 따른 객실 블록 해제만을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업체도 있다.

입장권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업체는 ""인기 있는 경기가 걸릴 경우 숙박조건 등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펼치지 않고 있는 업체는 ""인바운드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도 월드컵 경기가 있는데 굳이 한국에까지 와서 경기를 관람하려는 수요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회의적인 판단 때문이다. 또 ""구미주 지역의 경우 개별 여행객이 주종을 이룰 것이며 숙박도 바이롬사를 통하거나 직접 중저가 숙박시설을 중심으로 수배할 게 뻔하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어느 입장에 있든 ""구입한 입장권으로 월드컵 경기나 관람하든지 아니면 회사 직원 전체가 야유회나 다니면서 버텨야 할 판""이라는 자조적인 푸념이 현재 인바운드 업계의 상황을 대변한다.
일부에서는 ""가변적인 요소가 많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로선 솔직히 월드컵 기간보다는 월드컵 이후의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월드컵 특수에 대한 관광업계의 기대는 12월1일 대진표 추첨 이후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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