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에 2세 경영체제가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경영권 세습이라는 평면적 의미는 물론 업계에 각종 파장과 변화를 몰고 온다는 입체적 성격이 커 이에 대한 업계 종사자들의 관심 또한 작지만은 않다.

좁은 의미에서는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경영권이 옮겨가는 것이지만 넓게 보자면 해방 이후부터 관광산업의 텃밭을 일구고 현재의 기반을 다진 ‘관광 1세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관광 2세대들이 그들로부터 관광산업발전이라는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경영자 교체라는 차원을 초월해 기존 여행업계 전체의 운영 시스템에 변화의 물결을 불러올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한·세방·동서등 2세체제 확립

이미 오래 전에 2세 경영 체제가 확립된 업체도 상당수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한국관광산업의 태동기에 설립된 ‘원로업체’들이다. 한국 최초의 여행사인 대한여행사를 비롯해 세방여행사, 동서여행사, 한국관광여행사 등이 이미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된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대한여행사는 설국환 회장에서 설영기 사장 체제로, 세방여행사는 오세중 회장에서 오창희 사장 체제로, 동서여행사는 배영환 회장에서 배동철 사장 체제로, 한국관광은 정인수 회장에서 정우식 사장 체제로 확립된 상태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경영권이 옮겨갔다는 점이 공통 사항이다. 또 이들 2세 경영자들은 일찍부터 아버지의 경영체제 아래에서 근무하며 실무를 익혔으며 경영감각을 키워왔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아직까지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2세 경영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도 많다. 이들 업체들 대부분은 현재 2세를 현장에 투입시켜 실무를 익히게 하고 있거나, 해외사무소 주재원 등으로 파견해 잠재적이기는 하지만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키운다는 목적과 함께 경영자로서의 자격을 테스트한다는 성격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비여행사, 조아여행사, 세한여행사, 유니버설항공 등이 이와 같은 업체에 해당한다.

젊은 경영자, 젊어지는 회사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은 젊은 경영자 시대를 열었다. 관광 1세대들의 자식뻘이다 보니 그들보다 대략 20~30년 젊은 게 일반적이다. 관광 1세대와 2세대 간의 수직적 경영권 교체에 의한 젊은 경영자 시대는 1세대 간의 수평적 경영권 교체를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효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이들 2세대 젊은 경영자들의 가장 특징적인 활약은 업무환경의 변화와 흐름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유학을 통해 경영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고, 일찍부터 해외사무소 주재원이나 실무경험을 통했기 때문에 1세대들에 비해 개혁성향이 강하다. 거기에 젊음 특유의 진보적 마인드가 합쳐져 1세대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경영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인력 운용 면에서는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해 사내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대신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점, 인터넷 마케팅이나 전산화 등 정보통신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점, 새로운 시장 및 분야를 끊임없이 개척한다는 점, 현시점이 아닌 미래시점에 기준해 대응책을 미리미리 마련한다는 점 등은 젊은 경영의 공통된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세대 경영자들의 보수적, 방어적 경영방식에서 진보적, 공격적 방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2세에 경영권 이양 갈등 야기도

그러나 2세로의 수직적 경영권 이양이 아무런 마찰과 갈등 없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또한 설사 교체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2세 경영자의 뜻대로 조직이 호락호락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기존 조직이 경영권 세습에 크게 반발할 수도 있고, 2세의 자격 및 자질 여부도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표적인 여행사 중 하나인 S업체는 2세 경영체제로 들어갔지만 결국 실패하고 다시 원점으로 복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2세 경영자가 ‘너무 앞서나갔다’는 게 가장 큰 실패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 업체를 2세 경영체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고 있다.

아예 진입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생겨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 시도가 불발로 끝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사장과 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결국 조직 자체가 와해돼버린 O업체의 경우 업계 일각에서는 2세로의 경영권 이양 문제가 갈등의 근원이었다고 보고 있다. 또 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H업체는 2세를 경영진에 합류시키려다 기존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2세 경영체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제2의 창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단지 아버지 잘 뒀다는 이유로 갖은 고생 다 해가면서 회사를 일궈온 사람을 제치고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결국엔 경영권을 이어받게 되니 억울하고 얄미울 뿐”이라는 경영권 세습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에서부터 “자기 회사 자기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는 자포자기성 반응까지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 현재 원활하게 2세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업체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정작 중요한 것은 2세라는 사실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며 과연 충분한 자질을 갖췄는가 하는 점”이라는 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많은 경영자가 2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목적에서든 그 외의 목적에서든 자신의 자식을 업무에 투입시키거나 경영수업을 받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세 경영체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일률적인 득과 실의 구분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동안 한국관광산업을 이끌어온 관광 1세대 원로들의 시대가 지나가고, 2세대가 주역인 한국관광산업의 새로운 세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흐름일 것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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