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기념품 공모전 탄력 받을까

한국 관광기념품의 정체성을 찾아라. '한국의 유명관광지는 예외 없이 똑같은 관광기념품을 판매한다.' '전통 기념품의 메카인 인사동에는 이미 중국, 인도산 관광기념품이 한국산을 밀어낸 지 오래다.' 이는 한국 관광기념품산업의 열악함을 대변하는 말이다. 관광 기념품산업을 적극 육성?발전시킨다는 취지로 기획된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의 기능에 대해 출품자와 기념품업체 등 관광기념품산업 주체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전국관광기념품 공모전은 홍보 및 판로 지원, 제품 포장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는 등 입상작의 활로를 찾아주겠다는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러 특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의 체감 온도는 낮다는 평이다.

입선작으로 끝난다?

지난 13일 프레스센터에서는 관광공사 김종희 관광진흥본부장과 문화관광부 관광개발과 위옥환 과장 등 관광기념품 공모전의 관계자들이 참석, 간담회를 열었다. 이 간담회에서는 입선작들이 유통망을 확보하도록 지원에 대한 문의·요구가 단연 우세했다. 김 본부장은 ""(수상작들이)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많다""라며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나타냈다.

관광공사가 실시한 '공예품 생산업체에 대한 표본 조사'에 제시된 각종 공모전에 입상한 279개 업체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사업장 규모가 5인 이하 업체가 75%에 이른다. 이같은 결과에 미뤄볼 때 기념품 공모전 입선자에 대한 조사결과 역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관광기념품 공모전 입상자에 대한 혜택은 자금난, 판로 구축이 어려운 영세 기념품생산업체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상금 외에도 5,000만원에서 최대 7,000만원까지 육성자금 융자(연리 3%), 한국관광명품 인증마크 부여(장려상 이상), 입상작 홍보 및 판로 지원과 관광기념품 사이트를 개설해 수상작을 홍보한다는 '먹음직한' 혜택들이 구비돼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특전들은 관광기념품 공모전이 여느 공예전과 차별화되는 근거다.

상당한 특전에 비해 공모전 입상자들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한 입상자는 ""수상 이후 예상만큼 판로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입상제품의 홍보와 판로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상자와 주최 측의 갈등은 감사원 투서로까지 비화돼 지난해 관광공사 면세점 구매 담당자가 '면세점이 공모전 입상작 구매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시장은 냉정했다

현재까지 관광공사의 영업·판촉에 의해서 공모전 입상작이 입점한 곳은 문관부가 100% 출자한 명동 한국관광명품관과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 한국 무형문화재 보존협회 판매장 등에 그치고 있다.(자체적인 판로를 구축한 업체 제외) 관광기념품 시장 활성화의 주역을 자처한 관광공사가 유통력 확대에 있어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입선작의 유통망 확보 등 이른바 '사후관리'를 도맡고 있는 관광공사 지자체협력팀 관계자는 판로 확보 부진이유를 공모전 입선자와 유통업체의 이해 관계, 입선작 대상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돌린다. 관광공사 의 한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과 외국인 전용 기념품점, 백화점 등의 구매 담당자들은 입선작을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구매에 있어서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고 말했다. 대형 판매점 입점을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가격경쟁력이 낮고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생산업체와 추천·알선을 돕는 전담부서 그리고 바이어 간 커뮤니케이션 부재도 유통망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기념품 생산업체는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디자인 전문회사와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전협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기획·디자인을 반복하는 형편이다. 바이어의 구미에 따라 '맞춤식 생산'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 제작업체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외국인 대상 기념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광공사에서 추천한 기념품의 질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격이다. 기념품업체는 단체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에게 일정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실정을 고려할 때 공모전 입선작의 가격대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인바운드 기념품 판매업체 중 상당수가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어 관광공사가 이들을 대상으로 판로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아직까지 구매 빈도가 낮고 비싼 입점료가 부담되는 면세점, 백화점 등 역시 벽이 높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공기업인 관광공사가 일부 기념품 생산업체 즉,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기대할 수 없어 판로 확보가 부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영업·판촉상의 어려움 탓에 문관부 한 관계자는 ""기념품 자체의 우수성만큼 생산 및 유통력이 확보된 업체를 선별해 입상작에 넣을 예정""이라며 심사 가이드라인을 상향할 것을 밝히고 있어 관광공사가 공모전 수상작의 판로 확보에 고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수출과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대안될까

내수 시장에서 별 재미를 못 본 관광공사는 고육지책으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 대안으로 내놓았다. 동시에 인터넷 상에 한국관광기념품(www.esouvenirkorea.com) 사이트를 개설해 기념품 생산업체의 홍보를 돕고, 수상작에 관광명품 인증마크 등 부착해 지명도를 높이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망 확보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또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코엑스에서 열리는 관광기념품 공모전 전시회도 수상작과 바이어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전시장 내에 비즈니스 상담관을 마련했다. 관계자들은 참관객의 대부분이 일반인이었던 예년과는 달리 유통업체, 바이어를 대거 초청해 홍보와 유통망 확보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협력팀 관계자들이 특히 기대를 거는 부분은 해외 수출과 전자상거래다. 결국 내·외수 판매망을 활성화하기 위해 판로 지원 방식이 전자상거래 등으로 전격 수정된 셈이다. 김식 대리는 다음주 중 ""공모전 수상작들을 접속자수 및 프리 트레이드(Free Trade) 규모가 세계 5위인 인터넷 무역알선 사이트 EC플라자(www.ecplaza.net)에 입점시켜 판로를 한층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비중을 고려했을 때 주요 유통망으로 부상할 전자 상거래의 성패가 관광기념품공모전의 존재의의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업계에서는 관광기념품의 전자상거래 시도에 대해서 ""정착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히 검토해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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