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대한 사상초유의 동시다발적 테러사건이 발생한지 오는 11일로 발생 한 달째를 맞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 중 하나인 세계관광업계는 여전히 혼란 속에 잠겨 있으며, 향후 전개방향에 대한 전망도 지극히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의 상황도 다를 바 없어 특히 인바운드 분야의 경우 암울한 전망과 실낱같은 희망이 교차하고 있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비관론과 낙관론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 연초의 폭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동 등으로 올해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세운 580만 외래객유치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테러사건이 발생해 정부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 테러사건 그 후, 인바운드의 미래는?
<업계 뒤덮은 암울한 전망과 예측>
테러사건 이후 세계관광산업에 대한 전망은 전반적으로 암울하다. 항공사, 호텔, 여행사 등 세계 여행업계 경영자들의 포럼인 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는 지난달 말 이번 테러사건으로 전세계적으로 약 30%의 여행수요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항공사, 여행사, 호텔, 렌터카 등 여행업계에서 약 2,64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개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12개월 동안의 여행수요 감소분을 10%로 잡을 경우 영국은 GDP 규모가 1.9% 감소하고 19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유럽연합의 경우 GDP와 일자리가 각각 1.9%, 120만개, 미국의 경우 1.8%, 110만개, 전세계적으로는 1.7%, 880만개가 감소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세계관광기구(WTO, World Tourism Organization) 또한 향후 사태 추이에 관계없이 관광업계는 이번 사태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세계관광산업 성장률을 당초 예측했던 3%에서 1%대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WTO총회에 참석한 프란시스코 프랑지알리(Francesco Frangialli)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과 같은 사태는 최초의 것이어서 WTO 입장에서도 향후 여파에 대해 정확하게 전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하고 ""올해 세계관광산업 성장률은 당초 경기침체 요인 등을 감안해 낮게 예측한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번 테러사건으로 올해 국제선여객 물량이 지난해보다 2~6%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같은 암울한 전망과 치명적인 손실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한국 최대의 인바운드 시장인 일본의 경우 소비자들의 여행심리 위축으로 기존 예약분의 취소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동시에 신규 수요가 억제되고 있어 한국 인바운드 업계에도 직접적인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일본의 5대 여행사 중 하나인 긴키니혼투어리스트의 경우 테러발생 이후 일주일동안 약 1만8,000명이 시리즈 상품 '홀리데이'의 예약을 취소했으며, 니혼료코도 예약 취소사태로 약 10억엔의 매출액 피해를 입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의 경우 지난달 30일까지 약 4만2,000명이 예약을 취소해 70억엔에 달하는 매출액 손실을 입었다.

신도쿄국제공항공단(NAA)은 테러발생 직후인 9월12일부터 22일까지 11일 동안의 나리타공항 출국여객수(통과객 제외)는 총 26만6,521명으로 테러 사건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 감소했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같은 일본 주요 여행사의 타격은 한국의 인바운드 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업체별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까지 일본인 단체관광객 예약이 취소돼 지난달 말까지 최소 3만명 가량이 한국여행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예약취소사태는 특히 인센티브 단체나 수학여행단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어 이 분야에 주력하는 업체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지난달 27일까지 약 1,800명에 달하는 일본인 단체관광객이 테러를 이유로 예약을 취소했다""며 ""현재로선 향후 취소물량을 최소화하는 게 최선책이라는 데 일본측 거래업체와 현지지사와 의견을 모으고 이에 주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B관계자 역시 ""예약취소 물량을 정확하게 집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최소 2,000명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수학여행단체와 인센티브 단체는 업체를 가리지 않고 90% 이상 깨졌을 것""이라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일부 업계 종사자들은 ""만약 이와 같은 상황이 2개월 정도 지속되면 경영상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폐업하는 업체도 나올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암울한 전망과 불확실성이 지배적인 상황이지만 위기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기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장거리 관광목적지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광역지역별로 블록이 형성돼 역내 관광교류가 한층 활성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유럽이나 미주 등으로 향하던 장거리 목적지 여행수요가 앞으로는 근거리 목적지로 향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9월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국경절 연휴인 중국의 경우 연휴 기간 동안 정기편으로 1만5,000여명, 63편에 달하는 전세기편으로 1만여명 등 약 2만5,000명의 관광객이 대거 한국을 찾을 예정이어서 테러 여파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에 따라 10월 중국인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1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이번 대거 방문은 중국시장 개척 노력 이외에도 미국 테러 사건의 영향으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기피하고 가까운 한국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방여행사 이광원 과장은 ""일본인들의 장거리 목적지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테러 사건의 충격이 누그러지면 그동안 억제됐던 수요가 한국 등 근거리 목적지로 집중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정부 또한 장기적인 관광전망은 밝다는 입장이다. 문화관광부 남궁진 장관은 ""인·아웃바운드 모두 타격을 받은 게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가 문명간의 충돌이 아닌 테러에 대한 전쟁일 뿐이라는 점과 여행의 안정성이 확인되면서 빠르게 정상상태를 회복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광산업의 미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