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조치 등 혼란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업계 각층에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미주 지역 외에 지금 당장 눈에 띄는 극심한 피해는 없으나 만에하나 ‘소비자들의 항공여행 기피’가 현실화된다면 떨어지는 예약률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

이같은 우려는 일부 현금이 돌지 않을 것을 예상해 각 업체마다 결제를 최대한 미루는 상황으로까지 번져 업계일각에서는 “11월쯤이면 유동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부터 하나둘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IMF를 겪었던 일부 업체들은 경험을 토대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시장 극복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침체된 여행업계 돌파구는 있다

# 최소 피해지역 공략

미테러 이후 미주지역으로의 여행은 거의 ‘초토화’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100% 취소율을 보였다. 테러의 주범으로 오사마 빈 라덴이 거론되면서 중동지역으로의 여행 역시 급하락. 때를 같이해 안셋호주항공의 운항중단으로 대양주 시장이 휘청이는 듯 하더니, 스위스항공의 파산선고 등으로 다른 시장도 덩달아 ‘내리막길’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같은 폭풍 후에도 여전히 강세를 달리고 있는 지역이 있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다. 중국의 경우 자체적으로 ‘체감되는 피해는 전혀 없다’는 평가다. 중국민항 대부분의 여객판매대리점(PSA)을 맡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때문인지 미국테러의 불안감으로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며 “공급이 늘어나 시장이 나뉘는 바람에 돌아오는 몫이 적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수요자체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취항을 계속 준비해왔던 해남항공도 별 차질없이 지난 9일 첫운항을 시작했다.

동남아지역도 마찬가지. 특히 허니무너의 경우 테러와 관련없는 지역으로의 신혼여행을 선호해 동남아가 상대적인 특수를 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동남아 역시 오프라인이던 C항공사가 오는 12월을 목표로 직항편을 추진중으로 알려져 건재함을 과시했다.

# 개별여행시장 큰 타격 없어

두 지역이 패키지 시장에 있어 무풍지대라면 패키지 시장 밖에서는 대양주가 한창 힘을 발휘하고 있다. 패키지나 인센티브 여행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답사객이나 친지방문, 이민을 고려하는 답사, 에어텔, 휴양장기여행자 등 개별여행수요(FIT)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250명이 출발할 경우 그룹은 1~2단체로 최고 50명을 넘기 힘들다.

패키지 여행사의 한 대양주 팀장은 “올해들어 대양주쪽 FIT의 증가는 이상스러울 만큼 높다”며 “패키지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예약취소율이 그리 높지 않으나 새로운 예약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공사측의 예약률은 그닥 낮지 않다. 대한항공의 경우 되려 북반구 동계스케줄이 시작되는 10월28일부터 오클랜드를 주7회(난디경유 2편포함)로 증편하며, 본격적인 성수기인 12월2일부터는 2편을 더 늘려 총 9편이 운항할 예정이다. 현재 주당 1,800석이 10월28일 2,100석, 12월2일부터 2,949석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에어뉴질랜드도 지난해에 비해 예약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 관계자는 “전체 예약수요 중 80% 가량이 개별여행객”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패키지 예약은 2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에어뉴질랜드도 10월28일부터 오사카를 경유한 오클랜드까지 주7회 연결하며, 특히 토·일요일에 투입되는 기종은 보잉747로 확대했다.

이같은 흐름은 대양주만큼은 아니지만 기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항공권을 전문으로 하는 탑항공이나 투어익스프레스 등은 미국 테러전과 비교해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어익스프레스의 한 관계자는 “개별여행객이 많았던 미주 및 유럽항공권의 예약 취소율이 높아 전체적으로 예약률이 하락하기는 했다”며 “그러나 다른 지역은 미국테러전과 비교해 특별히 예약률의 변동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탑항공 역시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 기둥은 패키지로 하되 밖으로도 눈 돌릴때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패키지전문 여행사들도 나름대로의 대책 강구에 나섰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국적항공사도 이젠 수요가 있는 노선을 크게 살리고, 안되는 노선은 아예 정리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며 “여행사도 당연히 수요가 있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양주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에어텔 상품판매를 시작했고, 개별시장을 공략하는 상품개발에 고심하고 있다”며 “그러나 전쟁이 어느정도 진정된다면 12월 정도부터는 패키지 시장도 어느정도 회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통 상품판매를 위한 준비기간에 2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볼때, 12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별상품만으로 겨울 성수기 승부수를 띄우기에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개별여행자들을 위한 각종 상품 및 프로그램들은 항공권 수수료나 호텔 예약수수료 등 여행사가 수익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적어 수요가 있다해도 전면적으로 뛰어들기엔 망설임이 앞서기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큰 기둥은 패키지로 하되 시장동향을 보면서 서서히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릴 때”라고 입을 모았다.

항공사 관계자들도 “최근 안전하다고 알려진 목적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상품개발 및 시도가 진행되는 듯 하다”며 “적은 시장이라면 다양한 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을 보유한 업체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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