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지금 축제 중’우리나라에는 연간 대략 500여개의 축제가 열린다. 시, 군 단위의 문화관광축제에서 ‘동네잔치’를 포함한 숫자다. 단일 시·군이 일년 중 집행하는 축제 또한 예상 외로 많다. 경북 B군의 경우 돼지숯불 요리축제, 은어축제, 산나물과 수박축제 등 일년에 4∼5가지 이상의 축제와 더불어 문화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B군의 경우 사계절 축제가 있는 도시를 표방할 정도.

중복된 축제 또한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울진군과 봉화군, 강원도 양양군이 송이축제의 자웅을 가리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는 금산 인삼축제가 열린데 이어 10월6일부터 10일까지 경북 영주시에서 열리는 풍기 인삼축제가 뒤를 잇는다. 울진군과 영덕군이 원조 논쟁을 벌이 있는 게 축제, 청도와 진주의 소싸움 축제 등 상품성이 인정된 몇몇 ‘닮은 꼴’ 축제들이 양산되고 있다.

풍성한 지역 축제, 실익은 적어

전문가들은 상당수 중소도시의 문화관광축제들이 지역 특산품을 전면에 내세워 특산품 판매촉진과 부대시설 임대에 대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공연 축제를 버무려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 홍보 및 마케팅, 국내외 관광객 유치활동이 취약한 지역 동네잔치에 머문다고 혹평한다. 때문에 매년 문화관광축제를 개최한 지자체들은 축제 수입과 유치 관광객수에 관한 정확한 집계를 기대할 수 없다.

문화관광축제 전문가들은 중소규모 지자체 축제(행사)의 경우 축제의 주제나 운영방식 및 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유치활동, 숙박과 연계한 관광 상품의 취약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관람객 분산이나 타 축제와의 경쟁으로 축제의 효과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사실상 관광인프라가 충분한 대도시의 경우 도시 간 연합은 큰 의미가 없다. 부족한 인프라를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성격을 지닌 중소규모 도시의 연합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타 지역과의 합종연횡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지자체들이 점차 생겨나는 추세이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은 쉽게 조율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해관계가 가로막는 지역간 협력체제

올해 47회를 맞는 백제문화제의 경우 개최 초기 부여에서 열리는 이 행사를 백제왕조의 또 다른 수도였던 공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여, 공주에서 격년제로 시행하고 있어 모범적인 지자체 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 또 지리산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전북 남원시는 구례, 경남 산청과 함양을 연결, 관광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도 관계자들은 축제 양산의 비효율성과 지자체간 연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연계 지역간의 협력 구축에는 어려움을 표시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수익사업을 두고 지자체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중소 도시 연합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도시에 비해 상대적 소외감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이천, 여주, 광주 등 3개 행사장에서 분산 개최했던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는 행사장 간의 과당경쟁과 타 행사장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몇몇 지자체와 조직위가 갈등을 빚었다.

특히 주행사장 이천의 관람객 집중 현상에 광주, 여주 지역 관계자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도자기엑스포 조직위 측에 따르면 14일 현재까지 여주, 광주시의 입장객수는 각각 117만4,512여명과 114만1,776명. 이천시의 경우 243만9,908명을 기록, 여주와 광주의 관람객수를 합친 수보다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관계자는 “주행사장인 이천은 조직위 활동과 더불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데 비해 나머지 행사장들은 언론 및 대외홍보 면에서 소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주행사장에 비해 관람객수가 적다고 판단한 여주군은 지방 판촉전을 통해 여주를 주행사장이라고 표기·선전, 조직위 및 주행사 지역인 이천시와 마찰을 빚기도 했고, 시군 간의 과잉경쟁도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또한 셔틀버스 노선에 따른 지역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무료셔틀버스 배정 결과 광주, 이천의 경우 서울 및 안양, 수원, 성남(분당) 등이 배정돼 관람객의 유치 가능성이 높았던 반면 여주의 경우 서울 노선은 제외된 채 구리시와 강원도 원주시 간의 셔틀버스가 지정돼 지역별 형평성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등 여러 이해관계를 놓고 지자체간 갈등이 재연됐다.

최근까지도 안동시와 함께 경북북부관광개발협의회에 소속돼 있었던 영주시 관광 유관업체들은 영주시관광발전협의회(회장 정인수)를 구성했다. 협의회 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탈퇴가 아닌 독자적 단체 구성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면에는 영주시가 안동시의 들러리에 머문다는 영주 지역 관련 종사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10월 말까지 안동시 일원에서 개최되는 퇴계 탄생 500주년 세계유교문화축제에서 소수서원이 소재한 영주시가 참여를 희망했었으나 안동시의 거절로 무산된 전력 역시 독자적인 영주시관광협의회 설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영주시의 한 관계자는 “95년 지자체 실시 이후 지자체간 협력이 어려워지는 추세”라며 “이번 세계유교문화축제에서 퇴계 선생과 유관한 영주시 및 기타 경북북부지역을 소외시킨 것은 ‘안동지역과 경북북부지역의 유교문화권 연계성을 가지면서 유교문화제를 기획, 운영한다’는 유교문화축제 본래의 취지에도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사실 축제 집중현상과 지자체 실시 후 지역별 협조 체계가 어려워진 것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 도시가 주최하는 지방축제의 경우 내실 있는 축제·행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동 프로모션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이며 부족한 인프라 보완 및 이해관계 조율은 각 지자체 및 관련업체가 공동으로 풀어야할 숙제라고 충고했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