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의 여파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여행업계가 모두 침체국면에 빠진 가운데 국내여행업계는 오히려 이번 사건을 국내여행업 활성화의 호재로 삼고 있어 주목된다. 더군다나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정부 또한 정책적 차원에서 국내여행 활성화를 꾀하고 있던 터여서 국내여행업계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여행업체들도 나름대로 신상품 개발과 홍보에 더욱 힘을 쏟고 있으며, 그동안 국내여행업에 관심을 쏟지 않았던 업체들의 신규진출도 이뤄지고 있는 등 국내여행업은 일약 여행업계의 황금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대와 가능성 못지않게 ‘반짝특수’와 ‘일회성 관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은 게 현실이다.

잠재가치 불구 국내여행 시장 소외

한국관광공사 ‘국민여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의 국내관광총량(당일관광총량+숙박관광총량)은 지난 93년 2억6,033만명에서 95년 3억184만7,000명, 97년 3억4,417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해 오다가 99년에는 외환위기의 여파로 다소 주춤, 2억7,260만7,000명에 이르고 있다. 비록 외환위기의 여파로 99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그와 같은 변수를 배제했을 경우 국내여행은 꾸준한 성장일로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여행업체 수도 2001년 10월1일 기준으로 총 3,378개로 2000년에 비해 8.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여행업체의 절반에 가까운 46%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와 같은 규모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여행업은 여행업계의 ‘마이너리티’(minority)로 인식돼 온 게 사실이다. 인바운드 및 아웃바운드 분야에 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사회적 인식 등 전반적인 면에서 소외돼 왔던 것이다.

올해는 국내여행업계 부흥의 원년

올해는 그나마 국내여행업에 대한 재평가 및 정책적 배려가 이뤄진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관광부는 ‘내나라 먼저보기 캠페인’을 벌여 내국인의 국내여행을 장려하는 한편 각종 관광진흥 캠페인을 실시했다. 비록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여행으로 돌려 관광수지를 관리하려는 목적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지만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광고에 출연하면서까지 진행한 이 캠페인이 국내여행 시장에 안겨 준 긍정적 파급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또 이의 연장선상에서 문화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8월부터 국내여행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우수국내여행상품 공모전’은 국내여행업에 대한 재인식과 위상 재정립의 계기가 됐다. 올해 들어 활발하게 진행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관한 논의도 국내여행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발생한 미국 테러사건과 보복전쟁은 국내여행업 활성화 당위론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됐다. 국내여행업계 종사자들은 지난 97년 몰아닥친 외환위기의 수혜자가 인바운드 분야였다면 이번 테러사건의 수혜자는 바로 국내여행업이 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고 있다.

정부, 업계 활발한 움직임

제주도 전문랜드사인 가자투어 이동수 이사는 “테러 사건에 따른 해외여행심리 위축이 국내여행업계에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회를 살리기 위해 신상품을 개발했고 광고비도 더욱 많이 책정했다”고 말했다.

기존 업체들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신규업체의 국내여행업 진출 경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비 국내여행업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새롭게 국내여행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에 실시한 우수국내여행상품 공모전에는 그동안 국외여행업에 주력했던 3~4개 업체가 응모했으며, 이 중 한 업체는 우수국내여행상품으로 당선돼 시상금과 함께 광고비 등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또한 국내여행 활성화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당초 올해까지만 실시할 예정이었던 우수국내여행상품 공모전도 내용을 보완해 내년에도 계속 실시하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또 관광공사 국내진흥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는 국내여행 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상태다.

반짝 특수, 단발성 관심 경계해야

현재 국내여행업에 대한 열의와 관심은 한껏 무르익은 상태지만 그 지속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한 답사전문 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는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것일 뿐 꾸준히 지속되기에는 한계가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무엇보다 발전의 주체가 돼야 할 국내여행업체들의 체질이 너무 약하고, 정부의 지원책도 가시적인 국내여행 붐을 조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370여개에 이르는 국내여행업체 중 상품 기획력과 진행능력을 갖춘 업체는 불과 40~50개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국내여행 활성화 토론회 자리에서 관광공사 관계자가 밝힌 바와 같이 “현재 국내여행 진흥에 책정된 예산규모로는 장기적인 진흥책 수립과 이의 원활한 실시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여행업에 새롭게 진출하는 업체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국내여행 시장 발전보다는 기존의 질서를 교란시킬 뿐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썰물처럼 손을 떼고 말 것”이라는 게 신규진출업체에 대한 기존 업체들의 평가다.

남도문화관광센터 박상일 사장은 “국내여행은 특히 자유여행 경향이 강해 설사 국내여행 붐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여행사가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며 “우수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