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움츠려 있던 각국의 관광청들이 움직임을 재개했다.
9.11사태 이후 지속된 세계정세의 불안으로 전 세계 관광시장이 얼어붙자 각국의 관광청들은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이 장기화됨에 따라 관광산업의 위기가 심화되자 각국 정부는 특별 예산을 투입하고 시장 조사를 실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감지되자 각국 관광청들의 인바운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예전보다 오히려 치열해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켄 바운디 호주 관광청 청장은 “관광업계는 지금 하락한 소비자 심리, 세계적 경기 둔화를 맞아 세계 여러 곳의 NTO들이 더욱 작아지고 경쟁력이 심해진 아웃바운드 관광 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매우 어렵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각국 관광청 마케팅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타깃 마켓의 수정. 전체적으로 미국관광객들에 대한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게다가 항공사들도 탑승률이 낮은 장거리 노선의 운항을 줄이는 대신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대서양 구간으로 증편을 꾀하고 있어, 위기속에서도 한국의 잠재력이 평가받는 기회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안전성 홍보에 주력, 팸투어 통한 신상품 개발

현재 관광청들의 마케팅은 세가지에 역점을 두고 있다. 첫째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두 번째는 겨울 시즌을 대비한 신상품 개발과 틈새 시장 공략이며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할인 이벤트다.

테러사태 이후 관광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목적지의 안전성. 관광청 홈페이지에는 안전성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으며 안전성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뉴질랜드 관광청의 이영미 실장은 “지금은 여행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를 가야할 것인가, 어디가 안전한 것인가로 사람들의 관심이 돌아섰다”고 말했다.

미국령이라는 이유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괌관광청은 매체를 통한 홍보와 팸투어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언론사와 여행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는 실제로 안전한 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괌관광청 본청에서는 관광담당 상원의원과 괌 정부 관광청 이사 등으로 구성된 괌 트래블 미션단을 한국으로 파견해 정부 부처와 항공사, 여행사 관계자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괌이 안전한 가족 여행지라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광고안을 마련했다.

사이판 관광청은 웨딩전문잡지사와 함께 웨딩 모델 컨테스트 등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며 11월 들어서는 공동 프로모션 제의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관광청도 패키지 보다는 허니문, 골프 등의 안정된 시장으로 접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홍콩,중국,대만 등 아시아지역의 역내 국가들과 연계한 상품개발을 기획중이다.

이 밖에도 각국 관광청이 주도하는 특별 할인 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와이 관광청은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관광객들에 대대적인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카드를 발급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으로 하와이 전 지역에서 실시되는 이번 이벤트는 현지 업체들의 폭발적인 지지아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관광청도 이달에는 골프장, 쇼핑점, 호텔, 여행사 등과 함께 무료 숙박이나 쇼핑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스페셜 패키지를 제공하기 위해 위원회가 가동 중이며 괌 관광청도 관광객들이 할인 혜택 및 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괌 스마트 카드’를 선보였다.

항공사 공동 마케팅 활발

미주나 유럽 등지의 장거리 노선의 수효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관광청과 항공사와의 공동 프로모션 또한 어느 때보다 활발한 양상을 띄고 있다.
태국의 경우 태국대사관, 태국관광청, 타이항공이 공동으로 ‘팀 타일랜드’를 구성해 항공가 할인을 물론 신상품 개발을 위한 여행사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카오관광청은 자유여행사와 함께 겨울 시즌 동안 대한항공 전세기 투입을 준비 중이며 말레이시아관광청은 연말에 계획되어 있는 말레이시아 항공의 코타 키나발루행 특별기 운항에 앞서 사바주관광청 설명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장거리 노선이지만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뉴질랜드와 호주 등 대양주 지역은 항공사와의 공동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의 장거리 노선에 대한 수효가 급감하자 항공사들도 적극적으로 대양주 시장에 몰려들면서 가열양상까지 빚고 있다.

일본항공은 현재 퀸즈랜드 관광청과 함께 배낭여행 상품 개발을 위한 여행사 팸투어를 실시중이며 호주 관광청은 대한항공과 함께 부산, 대구 지역 여행사들의 상품 개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행사 관계자들은 악화된 시장 상황에서 관광청들의 활동이 여행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관광청들의 지원사격은 이미 IMF 기간을 통해 검증이 되기도 했다. 실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 아래 시장흐름에 더욱 민감해지는 관광청들의 변화는 위기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미주지역 “일단 지켜보자” 숨고르기
9.11사태 이후 전쟁에 대한 중압감과 탄저병에 대한 두려움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미국 본토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라스베이거스 등의 여파는 물론이고 항공사에 불어닥친 한파가 적지 않지만 이런 상황에서 관광에 대해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지역의 관광청 지사들도 여전히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타주 관광청과 로스엔젤레스 관광청은 10월과 11월 중에 계획되어 있던 국내 프로모션 행사를 무한정 연기했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은 최근 1,300만 달러를 투자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과 언론 광고를 시작했지만 다른 해외 지역에서는 별다른 관광객 회복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측은 연말파티 등 업계를 대상으로 한 연례행사를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메사추세츠 관광청의 강문숙 소장은 “전쟁이 끝나도 미국 관광산업의 침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현재로서도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런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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