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반에 걸쳐 조직 슬림(Slim)화가 진행되고 있다.
언뜻 조직을 얇게한다는 말이 인원 감축만을 연상시킬 수 있지만, 슬림화는 비주류 업무에 대한 과감한 아웃소싱으로 직원들의 업무를 최적화하는 한편 비주류 업무에 대해서도 전문화를 꾀할 수 있는 경영방법이다.

가장 최근의 슬림화 예로는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1차 면접자까지를 선발한 기업들의 공채가 있다. 대행업체를 통해 채용대행 서비스를 실시한 기업들은 업무시간 및 비용에 있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여행업계에도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슬림화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여행업계의 아웃소싱이라면 전문TC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많은 인력이 필요한 큰 업체의 경우 필요인원의 일정부분만 정규직원화 하고 나머지는 일이 생길 때마다 프리랜서에게 의뢰하곤 한다. 기본급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고, 자신의 분야에 해당하는 지역만 충원되는 TC입장에서도 전문화라는 점에 있어서는 한층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단순히 프리랜서를 채용하면서 업무의 한 부분을 담당케 했던 기존의 운영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슬림화는 대부분 업체와 업체간의 계약이 주가 되며, 단발적인 행사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계약이기 때문이다.

상용수요가 강한 H사의 경우 최근 배낭여행과 국내여행, 호텔예약부분에 대해 각각 전문업체와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의 취약했던 부분에 대해 직원을 충원하고 다시 교육을 시키는 것 보다는 아예 전문업체에게 의뢰해 인건비와 전문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산이다. H사는 계약을 맺은 소규모 업체에게 인지도를 이용한 마케팅을 확대해주고 , 업체는 H사의 이름에 걸맞는 확실한 행사를 책임지게 된다.

보통이라면 업무확대로 인한 인원을 대거 충원해야겠지만 이번 슬림화를 통해 직원들은 패키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H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측에서는 이같은 슬림화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부문으로까지 아웃소싱 업체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온라인 여행사인 W업체는 아예 랜드사 직원을 사무실에 상주시켰다. 전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해당 지역의 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은 것. W사는 전시회와 박람회, 호텔, 렌터카, 배낭여행, 항공팩만을 담당하고 허니문과 패키지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랜드가 직접 상담하고 행사한다. 회계 및 수수료등은 사용하고 있는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일괄적으로 정산되며, 랜드사는 지상비 외에도 해당부분에 대한 W사의 순수익 중 70%를 가져가게 된다.

W사의 관계자는 우리 인력을 안들이고도 다양한 종류와 지역에 대해 정확한 여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계약을 맺은 랜드들은 지정 랜드사라는 의미로 행사의 질을 책임진다고 말했다. W여행사 역시 TV와 라디오, 잡지 등을 통해 대형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컨텐츠 부분 중 국내여행정보부문과 동영상에 대해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국내여행정보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으며, 동영상건에 대한 계약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여행정보의 계약에 대해서는 국내상품 공급과 판매를 담당키로 했으며, 동영상은 초기사용료를 내는 대신 우리측이 판권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투어는 이번 계약 외에도 다른 부가서비스에 있어서도 아웃소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도 최근 발표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슬림화 및 책임경영체제를 표방하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한항공은 아직 논의중이기는 하나 공항쪽의 게이트앞 반복업무, 기내식 탑재업무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업체를 선정하는 일 등 진행상황이 매우 복잡해 내년쯤 돼야 가시화 될 것이라며 그러나 비핵심업무에 대한 아웃소싱의 확대 및 인력개편은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대기업을 모체로 하는 T사도 리조트여행에 대해서만은 한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온라인 여행사 대부분이 프로그램 등은 외주를 통해 개발하고 있다. 많은 수의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기 보다는 아예 중요하고 큰 개발이 있을때 마다 아웃소싱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슬림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중요한 행사에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금전적인 손해는 차치하더라도 이미지 손상은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 L여행사의 관계자는 좋은 경영노하우이기는 하나 아무리 전문업체라고 해도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라며 컴플레인이나 쇼핑 환불 등의 문제에 있어 어디까지 책임져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말이 좋아 슬림화지 공공연한 구조조정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많다. 새로이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웃소싱을 하는 만큼 기존 직원에 대한 유휴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초기단계인 지금으로서는 구조조정이 없겠지만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유휴인력에 대한 조치가 취해질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들은 슬림화를 단순히 구조조정의 일환으로만 생각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온라인 여행사인 N업체 관계자는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직원들이 책임지고 맡아서 해야 훨씬 효과적인 일들이 분명히 있다며 어느 부문에서 슬림화를 진행시킬지 경영자는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림화의 성패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계약을 맺는 업체의 선정이다. 사업설명회를 통해 업체를 선정한 H사의 한 관계자는 규모와 인지도가 있는 업체보다는 적은 규모라 하더라도 얼마나 전문화됐는지, 얼마나 H사에 충성도가 있을 수 있는지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관계자 역시 서로가 책임을 지는 제휴기 때문에 단기적이어서는 안된다며 양쪽에서 포기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는 만큼 같이 공존한다는 생각이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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