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비교적 호황세를 이어가던 서울 시내호텔가가 9·11 미 테러 사건 여파와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객실판매에 비상이 걸렸다. 관광산업 전반에 끼친 타격과 함께 비수기가 예년보다 20일 이상 일찍 시작되면서 호텔가는 객실 공실률을 최소화하고 고정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영업실적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각 호텔들은 9·10월 성수기 영업 실적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자 비수기 타개를 위한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경영 악화를 우려한 시내 유명 호텔들이 파상적인 가격할인 공세는 물론 명예퇴직, 아웃소싱 등 조심스럽게 몸집 줄이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호텔가는 더욱 움츠려든 겨울을 맞게 될 전망이다.

“미국, 유럽 및 일본인 개별여행객들이 매년 17~20%씩 늘어났는데 9~10월 동안에는 20% 이상 감소해 결과적으로 40% 가까이 객실판매가 준 셈이다”(C호텔 객실과장)
“모 특급호텔이 동남아단체관광객을 유치하려고 6~7만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비수기와 특수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믿어지지 않는 금액이다.” (N호텔 판촉과장)
“중국인바운드 여행사가 이제껏 입지 조건 등 제반여건이 좋은 시내 여러 특급호텔로부터 좋은 가격대를 제시받아본 적이 없었다. 일본관광객을 유치하던 몇몇 특급호텔들이 중국단체관광객 유치에 나서면서 1급호텔 가격대로 낮추고 있어 고가 여행객에 한해 객실배정을 하고 있다” (C여행사 호텔수배담당자)
“호텔 요금체계가 거의 무너져 버린 셈이다.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든 상태인데다가 특급호텔들마저 가격을 치고 내려와 1급 호텔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들었다”(B여행사 관계자)

객실 점유율 마이너스 성장

가을 성수기가 조기에 마무리된 주요 호텔들 관계자들은 9·10월 성수기 객실판매율이 예년에 비해 10~20% 이상 떨어졌다고 밝혔다. 객실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수기인 11월부터 3월까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호텔 관계자들은 영업실적은 지난해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올해 객실단가가 상승한 것을 반영하면 실질적으로는 매출실적은 감소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롯데호텔 박재홍 과장은 “그나마 비즈니스 수요는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문제는 일본단체여행객들의 예약취소였다”며 “지난해 11월은 투숙률이 90%대에 이르렀지만 이번 달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특급호텔 가운데서도 동급 비즈니스호텔보다 일본인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은 호텔들에게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으며 등급이 낮은 호텔로 내려갈수록 불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영업실적이 저조한 시내 몇몇 2·3급 호텔과 지방호텔들을 중심으로 경영악화에 따른 부도설 등의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일찍 찾아온 비수기와 성수기 영업실적 악화를 상쇄하기 위해 호텔가는 묘안찾기에 부심하다. 일본인관광객 등 단체비중이 상당했던 롯데호텔의 박재홍 과장은 “내국인과 비즈니스고객 창출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상당수 호텔들이 내국인을 위한 겨울 패키지 개발 등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비수기가 예년보다 빨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겨울 객실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롯데호텔은 종전의 60% 수준인 15만원(세금, 봉사료 포함)이라는 초특가 겨울패키지를 출시했으며 서울힐튼호텔, 그랜드/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등도 서둘러 겨울 패키지를 내놓았다. 이 밖에도 겨울패키지를 준비 중인 여러 호텔들도 출시된 주요 호텔들의 할인폭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예정이어서 올해는 예년보다 할인 폭이 큰 겨울 패키지가 출시될 전망이다.

특급호텔 중국등 단체관광객에 눈독

최근 11월 전후로 호텔들이 여행사를 비롯한 기존거래처(Account)에 객실단가를 공시·통보해 일부 호텔들의 파상적인 할인가격이 업계에 속속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몇몇 특급호텔들은 그동안 ‘홀대하던’ 중국 및 동남아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1급 호텔 수준으로 가격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더하고 있다.

명동 모 호텔 판촉 담당 지배인은 요금체계가 아예 무너졌다며 특1급호텔부터 가격을 대폭 낮추고 있어 아래 단계 호텔들도 이런 추세에 따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중·주말 요금 구분이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1급 N호텔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고가 남지 않는 것이 객실판매다. 공실을 메꾸기 위해 가격할인을 전제로 한 요금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특1급 호텔이 특2급 수준으로, 특2급이 1급 수준으로 가격을 하향조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영업이 어려운 저가호텔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초반까지는 특급호텔과 저가호텔이 치열한 가격할인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밖에도 경기침체 등의 여파에 따라 호텔가에는 명예퇴직 등 조직개편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C호텔이 명예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S호텔도 명예퇴직을 올해 중으로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강남의 모 특급호텔과 H호텔이 디자인팀의 아웃소싱과 부서 이동(Transfer)를 추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비수기 타개책이 실시되는 등 호텔가의 겨울나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질 전망이다.

가격할인이 능사 아니다

하지만 비수기 타개책으로 가격할인을 통해 공실 채우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기존의 가격선을 유지해 호텔 이미지를 유지하거나 호텔 고정 비용 감소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홀리데이인서울호텔 이대식 판촉팀장은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가격할인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경쟁체제 하에서 할인정책은 물론 필요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수요 창출, 고정 비용 감소와 정부의 호텔계에 대한 재정 지원, 공공요금 인하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프라자호텔 이근수 마케팅팀과장 역시 “전반적으로 매출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단체여행사가 제공받는가격은 올해 상반기보다는 싼, 즉 작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