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여행상품 광고에 대한 여행업계의 공방이 뜨겁다. 기존 업체들은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질서만 흐려 놓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반면 저가 상품을 앞세워 모객에 나서고 있는 신생 업체들은 ‘자리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고 맞서고 있다.

최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덤핑 시비로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업체들은 C, G, O 등으로 이들은 항공료에 불과하거나 이보다 저렴한 요금의 패키지 상품을 광고하면서 손님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여행사의 광고에 대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요금의 광고는 손님 눈길 을 끌기 위한 방편일 뿐 실제 판매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만 보내고 있다.

O여행사의 경우 지난 12일 한 일간지에 준특급호텔을 이용하는 베이징, 만리장성 4일 상품을 광고하면서 19만7,000원과 22만9,000원, 27만9,000원, 33만9,000원 등 다양한 요금을 내놓았다. 특히 19만7,000원이라는 글자를 신문광고에 나온 전체 상품 요금 중 가장 크게 표시하는 등 저가 정책으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있지만 막상 전화를 통해 문의해 보면 의외의 답변을 듣게 된다.

O여행사 관계자는 “19만7,000원짜리 상품은 옵션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 도착한 후 100달러 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며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나면 33만9,000원짜리와 동일한 일정과 식사로 여행한다”고 설명했다. 22만9,000원도 60달러를 현지에서 추가로 지불해야 행사가 가능하며 27만9,000원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결국 요금은 다양하게 광고를 했지만 상담을 받아보면 최소 33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여행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사실 저가 여행사들의 광고에는 종종 손님의 전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상밖의 저렴한 요금을 내놓고 막상 문의가 오면 마감이 됐다거나 요금 변동이 있다는 이유를 대며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최근의 경기침체와 테러 여파로 여행경기가 위축되면서 여행사들의 초저가 공세가 극에 달하고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가격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C여행사에 이어 G여행사가 초저가 상품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임원을 영입한 O여행사가 G여행사보다 2,000~3,000원 가량 저렴한 요금으로 광고를 내보여 주위를 긴장케 하고 있다.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사 광고가 집중되는 지난 월요일(12일)에 만난 V여행사 대표이사는 “더 이상 흐려질래야 흐려질 수 없을 정도로 가격 질서가 무너졌다”며 “광고를 보면 같이 망하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행사의 저가 상품 판매가 극성을 부리자 문화관광부는 최근 신문광고에 대한 상품원가 산출내역을 토대로 초저가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한 지도 점검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당초 12일부터 지도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문화관광부는 예정보다 이틀 늦은 14일부터 4개조를 구성해 점검에 나선다. 대상 업체는 일반여행업체 30여 곳으로 문관부 금기형 사무관은 “이번 점검은 덤핑 상품 판매 업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며 추후 서울시와 연계해 국외여행업까지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도·점검이 기존과 다른 점은 신문광고에 대한 상품원가 산출내역을 정밀하게 점거해 원가 이하의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행정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며 발생한 민원에 대한 처리 실태도 아울러 점검한다는 점이다. 이밖에 여행일정 무단변경 등 계약조건 준수상태, 쇼핑강요행위, 해외여행인솔자 자격증 소지여부, 관광진흥 법규 준수여부 등도 점검대상이 된다. 문관부에서 밝히는 저가 상품의 기준은 상품가격이 항공료에도 미치지 못하게 책정되지 않았는가 등에 둘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와 업계의 비난과 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해당 업체들의 반응은 차이가 있다. 오히려 어느 나라나 저가 여행을 찾는 소비자가 있고 그에 맞는 여행사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G여행사 관계자는 “지금은 자리를 잡은 국내의 많은 여행사들도 처음 시작할 때는 덤핑 상품을 취급해 왔으면서 우리들을 비난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신생여행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저가 상품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한국 여행시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가 상품의 경우 여행을 마친 손님이 싸구려 상품을 선택해서 여행을 망쳤다는 불만을 제기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가격도 무턱대고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박리다매를 통해 1인당 마진과 무료 항공권 수익 등을 예측하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차적인 목적을 회사 인지도 상승과 성수기 대비 실적 쌓기로 삼았던 G여행사의 경우 최근 한 달 평균 3,000명 이상을 모객하고 있으며 인지도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항공사의 지원을 받으며 성수기를 보내고 1년 이내에 흑자로 돌아선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2차 목표.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저가를 고집해야 하는 이들 여행사의 영업 방침과 비수기 수요 창출 기여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여행업계에 미치게 될 부작용을 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현지 지상비를 쇼핑이나 옵션으로 충당해야 하는 초저가 상품을 이용한 여행객들이 패키지 여행 자체에 대해 불신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밖에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단 모객부터하고 보자는 무리한 광고 집행이 결국 도산으로 이어져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되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저가 상품도 필요에 따라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결국 정도의 문제이며 당장의 이익과 회사 운영에 급급한 나머지 무모한 제살 깍기식 경쟁을 계속한다면 모두가 피해를 입게될 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여행사 대표이사는 “정부나 협회에서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좋은 상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최근 경기침체에 이은 여행사 부도와 10만원 대의 해외여행상품 등장, 동반자 50% 할인같은 파격적인 이벤트의 등장 등이 모두 IMF 당시를 연상시키고 있어 여행업계의 위상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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