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사건에 따른 외래관광객 급감과 비수기 타개책으로 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실시하고 있는 파격적인 객실료 인하 조치가 관련 업계에 일파만파 파장을 던지고 있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놓인 특1급 호텔들의 대폭적인 객실요금 인하는 그 이하 등급 호텔들의 연쇄적인 가격 할인을 낳았고, 일부 저급호텔들은 상위 등급 호텔에서 일방적으로 형성된 가격 인하폭을 감당해내지 못한 채 원성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목 좋은 곳에 위치한 특급호텔들로부터 외면 당해왔던 중국 동남아 인바운드 업체들은 뜻하지 않게 특급호텔 판촉담당자들의 송객 부탁을 받게 돼 의기양양이지만, 동시에 중국측 거래업체들의 끈질긴 지상비 인하 요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 지역은 호텔비 하락으로 원가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덤핑상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모객은 신통치 않아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호텔업계, 기존 가격체계 파괴, 시장질서 왜곡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호텔업계의 원성은 주로 1급 이하 저급 호텔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상위등급 호텔들이야 전략적 마케팅 차원에서 상당폭까지 가격을 인하할 수 있지만 저급 호텔들은 상위 등급 호텔들이 형성한 인하폭을 감당해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특급호텔들의 요금 인하폭과 파장이 컸다는 얘기다.

특1급에서 특2급으로, 또다시 1급으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가격할인 공세의 진원지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서울의 모 특1급 호텔은 지난해의 비수기 요금보다 약 15~20% 정도 하락한 단체요금을 책정, 주중의 경우 13만원, 주말의 경우 15만원대의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강남에 위치한 또다른 특1급 호텔은 지리적 약점을 감안해 아예 주중, 주말 구분 없이 9만9,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특2급 수준보다 낮은 가격이다. 게다가 여행사별 협상요금은 이보다 더욱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1급 호텔이 최고 2등급까지 하락한 수준의 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가격정책 측면에서 특급 이외 호텔들의 경쟁력 확보 여지는 그만큼 좁아진 것이다.

주로 중국관광객들이 투숙하고 있는 강남의 1급 Y호텔은 특급호텔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협상요금을 기존의 5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대폭 인하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특급들이 일본인관광객들의 빈 자리를 중국단체들로 채우려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4만원이면 일반 모텔 수준이나 다름없어 차라리 내국인 고객을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인바운드, 지상비·상품가 바닥 모를 추락

객실료 인하는 인바운드 업체들의 변함없는 숙원이었고, 이번에 원하던 대로 요금이 낮아졌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지금 당장도 별다른 실익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하된 객실료가 인바운드 업체들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지상비와 현지 상품가격을 끝없이 추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테러사건 및 아프간 전쟁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는 중국 지역의 경우 호텔요금 인하가 지상비 하락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호텔요금 인하 사실을 알고 있는 중국측 거래업체가 노골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지상비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단체 유치를 위해 한국측 업체들 스스로도 지상비를 인하하고 있어 향후 시장 혼탁의 주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낳고 있다.

동북3성을 주요 타깃시장으로 삼고 있는 B 업체 관계자는 “호텔요금이 인하된 이후 업체간 눈치보기가 치열해진 것 같다”며 “지상비 수준이 전반적인 하락 추세에 있어서인지 현지 거래업체로부터 지상비 인하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지상비는 일단 한 번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선 호텔조건을 1급에서 특급으로 올려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먹혀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C 여행사 관계자 또한 “KATA 중국전담여행사 자율관리위원회 위원이라는 입장상 지상비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위원회에서 정한 지상비 하한선을 지키고 있지만 단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H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측의 지상비 인하 요구보다 한국업체 스스로 지상비 견적을 낮춰 제시하는 게 큰 문제”라며 “중국전담여행사 수가 많아서 원래 경쟁구도가 심했던 것도 덤핑경쟁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지역은 중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한 일본인수가 지난 9월에는 전년동월대비 12.5% 하락한 데 이어 10월에는 22.3%(한국관광공사 통계)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현재 일본인들의 해외여행 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때문에 중국시장과 마찬가지로 호텔요금 인하로 상품가격이 대폭 낮아졌지만 모객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본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D여행사 관계자는 “호텔들의 파격적인 가격인하로 서울 2박3일(강남 특1급 호텔숙박) 상품을 7,000엔까지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모객은 신통치 않다”며 “가격 차원의 문제는 분명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11월 들어 조금씩 안정돼가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아무리 상품가격을 낮춰봤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기업체연수 등의 대형 단체보다는 2~3명 단위의 소그룹 및 개별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어 수익구조는 여전히 암울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일부 특급호텔에서 불거진 파격적인 요금인하 조치가 호텔업계에는 물론 인바운드 업계에도 결코 작지만은 않은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기존 틀을 벗어난 이번 비수기 요금체계가 대부분 내년 3월말까지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련 업계의 혼란상은 적어도 그때까지는 지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이건 인바운드 여행사건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최적의 마케팅 활동으로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향후 시장이 정상화된 이후에도 업계발전의 발목을 붙드는 상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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